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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세무사법 개정안' 결론 못내… 전체회의 계류

변호사협회, 세무사회 총출동… 의원들 상대로 입장 호소
의원들도 의견 대립… 다음 전체회의 때 다시 논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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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넘어온 세무사법 개정안(대안)을 둘러싸고 변호사단체와 세무사단체 간에 벌어진 '직역 전쟁'의 불길이 드디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옮겨 붙었다. 법사위는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일단 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기로 결정했다.


법사위는 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기재위가 의결해 법사위로 넘긴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1개월 이상 실무교육을 이수한 뒤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해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는 업무 범위에서 제외했다. 변호사업계는 이 법안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또다시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이날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세무사법 개정안과 같이 변호사와 세무사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은 이해당사자 간의 타협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가 합의한 만큼, 합의 정신에 근거한 법안이 법사위까지 와야 하는데, 기재위에서 올라온 법안은 세무사 측의 주장만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과 법무부도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대로 진행하기보다는 이해당사자 간에 타협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며 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거나 법안심사제2소위로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박 의원은 "소송업무는 변호사가, 세무업무는 세무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법인세 신고 등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700명이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여야 법사위원들은 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찬반 입장으로 갈려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여야를 떠나 다수의 법사위원들은 2018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 이후 지난해 말 헌재가 정한 입법기한이 지나 입법 공백이 생긴 만큼 법사위가 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송기헌(57·사법연수원 18기) 의원은 "오늘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5월 임시국회 논의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 새로 원을 구성해 다시 논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새로 내 개정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백혜련(53·29기) 의원도 "2소위로 가고 싶지만, 입법 공백 상태를 그냥 둘 수는 없다"며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차후에 문제있는 부분은 입법으로 보완하자"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광덕(60·23기) 의원 역시 "법사위원들은 법조 직능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로, 입법 공백으로 불의의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이 등록돼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한 뒤 또다른 문제가 있다면 추가 개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입법 공백을 메꿔야 한다"며 법안 통과 입장에 섰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경우 "실제로 변호사가 장부작성 대행이나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할 능력이 있다면 변호사들의 주장도 합리성이 있지만, 자격증만 갖고 변호사가 사무장을 고용해 실제 업무를 한다면 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에 반해 이철희 의원을 비롯해 통합당 소속인 여상규(72·10기) 법사위원장과 김도읍(56·25기) 의원 등은 보다 심도있는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법안을 2소위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등록갱신 반려처분은 위법하다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2018두49154)을 거론하면서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세무사 등록을 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기재부가 대법원 판결이나 헌재 결정 취지도 무시한 채 '입법 공백 때문에 무조건 세무사 등록을 받아주지 못한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냐"며 기재부를 몰아세웠다.


김도읍 의원도 "기재부와 법무부 간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다 국무조정실에서 개입해 조정까지 했는데, 기재위 단계에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관계부처·기관들의 의견도 나뉘었다.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은 "기재위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쳤고, 기본적으로 기재위에서 논의한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조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박노수(54·31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업무가 세무대리 업무의 기본 업무인데, 그걸 못하게 하면 세무대리 업무의 본질적 부분을 금지하는 것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부 역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에서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명시적인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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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여 위원장은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해석과 관련해 최고 권능을 가진 대법원에서 반대 의견을 냈을 뿐만 아니라 법무부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며 "이를 무시하고 통과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결정 이후 관계부처인 기재부와 법무부의 참여 아래 국무조정실에서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는데, 정부안이 기재위 단계에서 바뀌었다"면서 "국무조정실까지 동원됐는데 법안 내용이 바뀐 만큼 함부로 결론을 내릴 것은 아니다"라며 법안을 2소위로 회부해 총선 이후 열릴 임시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법안 통과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법안을 2소위로 넘기는 대신 전체회의에 계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합당 오신환 의원은 "입법 공백으로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700명이 세무사로 등록하지 못해 업무를 할 수 없다면 법안을 빨리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시키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2소위 회부보다는 전체회의에 계류시키자"고 했다.


결국 법사위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놓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정부가 5일 코로나19 사태 조기 극복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추경안 심사를 위해 2월 임시국회 중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까지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 위원장은 "대법원과 기재부, 법무부 등 관계기관·부처를 모두 법사위에 불러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찬희(55·30기) 협회장을 비롯한 대한변호사협회 임원들과 원경희 회장 등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들은 이날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열띤 여론전을 벌였다. 이들은 여야 법사위원들에게 각자 법안 심사 과정에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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