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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무시하는 변호사 채용 관행 논란

“지원자 역량 파악 위한 것 아니면 각별한 주의를”

일부 법무법인들이 입사지원서에 결혼 여부나 가족 근무지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적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채용절차법 위반에 해당돼 과태료 부과 대상인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하지는 않지만 채용 면접과정 등에서 면접관이 이 같은 내용을 묻는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펌 등 사기업의 채용과정에까지 국가가 법률을 통해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지만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는 채용 관행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모 대형로펌은 최근 신입 및 경력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지원자들에게 자사 양식의 이력서를 제출하게 했다. 그런데 이 이력서에 지원자의 '결혼 여부'를 묻는 칸이 있어 논란이 됐다. 한 변호사는 "이력서를 통해 지원자의 결혼 여부를 묻는 것을 보고, 내 혼인 여부가 채용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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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법무법인은 신입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이력서에서 기혼과 미혼 중 체크하게 하고, 지원자 가족의 근무지까지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4조의3은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구인자는 구직자에 대하여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1호)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2호)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3호) 등을 수집 금지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체 조건 등 물으면 과태료’

채용절차법 있지만

입사지원서에 결혼여부·가족 근무지 등

명시 요구


법률전문가 집단인 로펌이 법을 위반하는 셈이다. 입사지원서에 적도록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채용 면접과정에서 혼인 여부나 출신지역 등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캐묻는 경우도 많다.

 

한 여성변호사는 "법무법인에서 취업 면접을 보던 중 '결혼은 했느냐', '앞으로 할 계획은 있느냐' 등 결혼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면서 "여성변호사에게 특히 결혼이나 결혼 계획 등을 묻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채용 면접에서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많이 받다보니, 청년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면접관이 출신지역이나 정치 성향 등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서로 물어보고 상의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면접과정에서 입사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권창영(51·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지평 노동팀 변호사는 "'화학실험실에서 가임기 여성이 근무하는 것'과 같이 업무 특성상 긴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기업은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무관한 정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채용절차법의 취지"라며 "변호사의 업무수행과 결혼 여부는 밀접한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 등은)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로서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면접 때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묻는 경우도 많아

 

한 대형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신상에 관한 질문을 한다고 해서 모두 위법은 아니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인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며 "질문에 성별, 혼인 등에 따른 채용차별의 의도가 있다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채용절차법 위반 행위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우리 법인은 몇 해 전 이미 이력서 기재사항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며 "변호사 채용 방식은 지원자의 배경보다 개인의 역량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선돼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년변호사는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인 동시에 구직자이기 때문에 채용과정상의 위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법조계 전체가 정당하고 합리적인 채용절차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중견로펌 대표변호사는 "지원자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역경을 이겨내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족이나 가정 형편 등에 대해 물어볼 필요도 있다. 이는 지원자의 품성과 추진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인 질문인데, 법률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다만, 이 같은 질문이 지원자의 역량 파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배경을 이유로 차별적인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부적절하므로 각별히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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