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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국세청, ‘변호사 세무업무 등록’ 계속 일방적 보류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둘러싼 세무당국과 변호사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 업무를 미룬 채 "기다려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버티고 있다.

 

최근 본보는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사 등록을 신청한 변호사에게 보낸 공문을 입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공문에서 "신청일 현재 변호사가 세무사등록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입법공백 기간 동안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 및 세무대리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가 기획재정부에 접수되어 예규심이 곧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귀하의 세무사 등록신청은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예규심) 회의 결과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예규심은 조세관련 법령 해석 등을 관장하는 기재부 소속 위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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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문의 발송일자는 지난 달 30일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제6조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2015헌가19)에 따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등록갱신 반려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2018두49154)이 나온 직후다.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위법이라는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이를 무시하고 행정부처인 기획재정부 산하 심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등록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한 셈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신청 변호사에

“기재부 심의 결과 따라 처리

 기다려 달라” 앵무새 답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세청이 삼권분립을 존중한다면 '빠른 시일 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답변하는 것이 맞다"며 "당해 행정청과 당사자를 구속하는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에도 '우리가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뉘앙스로 답변을 보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판결에 따라 이른 시일 내 조치하겠다'라고 수정된 공문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변호사는 "국세청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등록을 미루며 예규심을 기다린다고 답변한 배경에는 2월 임시국회에서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불허하는 세법 개정안(이른바 김정우법) 통과 전까지 버텨보자는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세청의 상위기관에서 이처럼 직무를 해태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을 징계하는 등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일선 행정 현장에서 무시되는 상황을 용인하면 사법부의 권위가 크게 훼손되고 궁극적으로는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계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는 행태가 도 넘었다”

비판 목소리 고조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결이 무시되는 현상을 허용하면 결국 국민들 사이에서 '사적자치', '사적구제'가 만연하는 상황이 횡행할 것"이라며 "기재부와 국세청에 대한 인사결정권을 가진 상위기관이 나서서 이 사태를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가 예규심 개최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신규 등록 및 갱신을 원하는 세무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세무사 등록을 규정한 세무사법 제6조 등의 입법개선 시한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그러나 개선입법이 지연되면서 올 1월 1일부터 이 등록 조항 자체가 실효됐고, 이후 기재부와 국세청이 세무사 등록 업무 자체를 전면 중단하는 바람에 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 뿐만 아니라 지난해 치러진 제56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신규 세무사들까지도 등록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세무업무에 밝은 한 변호사는 "등록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3월 법인세 신고부터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할 대리인이 부족해져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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