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구체적 평가 없이 '약 복용' 이유로 보험인수 전면 거부는 차별"

인권위, 보험사에 "합리적인 보험인수 기준 마련하라" 권고

보험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사정을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인수를 전면 거부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A(33)씨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B보험사를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364437.jpg

 

인권위는 B사에 "보험 가입이 질환의 경중이나 동반질환 여부 등 구체적 사정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거부·배제되지 않도록 보험인수 기준을 보완하고 심사절차를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치료를 위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던 A씨는 지난 2017년 암 등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B사에 CI(Critical Illness)보험 가입신청을 냈다. CI보험은 건강보험과 종신보험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보험으로,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암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말기신부전, 5대 장기 이식수술, 화상 등을 포함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다.

 

그러나 B사는 A씨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보험의 보장범위가 정신과 질환과 상관없는 암 질환일 뿐만 아니라 담당의사가 '보험가입에 지장이 없다'는 소견서를 작성해 줄 정도였는데도 보험가입을 거절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B사는 "동일 위험에 동일 보험료 부과를 통한 계약자 간 형평성 유지나 손해방지 등을 위해 가입자의 위험을 분류·평가해 보험계약 인수여부를 심사하고 있다"며 "A씨처럼 완치되지 않은 현증(現症, 진찰해서 객관적으로 의사가 파악할 수 있는 환자의 상태)이 있는 경우 가입 시 정확한 위험평가를 통한 인수조건 제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ADHD질환자는 우울증 등의 동반질환이나 치료약물로 인한 심장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보험가입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A씨가 치료 병력과 호전 여부에 대한 주치의 소견서를 제출할 경우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B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A씨의 구체적인 사정을 평가하지 않고 보험인수를 전면 거부한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병력을 이유로 한 재화·용역의 공급·이용에서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B사가 'ADHD질환자는 의료자문을 통해 인수 여부를 판단한다'고 주장했지만, 질병의 경중이나 동반질환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A씨의 기재사항만으로 청약 5일 만에 보험가입을 거절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며 "B사가 우려하는 동반질환과 심장 부작용 가능성만으로는 CI보험 가입을 거절할 정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상 표준약관은 '피보험자가 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부보장 제외, 보험금 할증 등의 별도 조건을 붙여 승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영국 등에서는 ADHD질환자도 동반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남용 이력이 없다면 보험가입이 가능하고, 설령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거나 약물을 사용한 경우에도 구체적 위험분류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인수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