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직권남용 혐의' 전·현직 법관 잇따라 무죄

유해용 前 수석재판연구관·신광렬 부장판사 등 5명
서울중앙지법 "수사기밀 수집보고 등 인정할 수 없다"
"양 前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도 영향"

1(273).jpg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달 13일 유해용(54·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시작으로, 13일 신광렬(55·19기)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조의연(54·24기), 성창호(48·25기) 부장판사에 이어 14일 임성근(56·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 이르기까지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전·현직 판사는 5명에 이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판사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이나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도 이번 무죄 판결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검찰이 애당초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189).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는 자신의 지위와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관여행위가 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으므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범죄구성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낸 다음 법원행정처에 누설해 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188).


재판부는 "법원행정처에서 당시 법관 비위 방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던 점에 비춰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법원행정처가 법관 수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방안을 만들어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 차원에서 비위사항을 보고한 것일 뿐,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법관 비위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수사기밀을 수집한 후 보고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는 일부 수사내용도 '공무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2명의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당시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으로 형사수석부장에게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이라며 "이들은 신 부장판사가 문건을 작성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다는 사정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대법원 문건을 무단 유출하고 재판 기밀을 누설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186).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첫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유 전 수석이 부하 직원인 재판연구관에게 특정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외부에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가져나간 혐의에 대해서도 해당 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필귀정"이라며 "애당초 무리한 기소였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처음부터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의 법리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윤리적 비난과 형사 처벌 대상을 엄밀히 구별하지 않은 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잇따른 1심 무죄 판결을 볼 때 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한 법리를 원리·원칙대로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이 같은 경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변호사

카테고리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