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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사업 구역 내 상가소유자들이 구분등기를 마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선구적 사례

[ 2020.02.11. ]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조합을 설립한 후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게 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조합설립인가가 가지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토지등소유자들과 그에 맞서는 토지등소유자들 사이에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치열한 갈등과 다툼이 끊임없이 전개되게 됩니다.


조합설립인가 취소의 소가 빈번히 제기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인데, 그러한 다툼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율이 확보되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소유권 또는 구분소유권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는 경우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공유자의 경우에는 그 숫자와 상관없이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보게 됩니다. 문제는, 전국의 수많은 재건축 사업장에 위치한 상가들의 상당수가 구분등기 없이 공유형태로 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관계로, 이들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구분소유의 실질을 가지고 있으나 형식상 구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경우 이를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고 칭하고 있는데, 그 실질(구분소유)과 형식(공유)이 일치하지 않아 법리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분소유 관련 법률관계를 정비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하 ‘집합건물법’)이 1985. 4. 11. 시행되기 이전에 건축, 분양된 상당수의 상가들이 구분등기를 하지 않은 채 공유등기를 경료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해 줄 경우 공유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소유자들 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해 주는 결과가 되고, 반대로 이들을 공유자로 보아 1인으로 취급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상가를 구분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난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문제가 되어 제기된 사건에서, 법원은 이들 각자를 구분소유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형식보다는 실질에 부합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동의 요건을 충족시켜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해야 하는데, 통상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상가소유자들은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로 인하여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전국의 무수히 많은 재건축사업 현장에는 실질적으로는 각호별로 상가를 구분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채 공유등기를 경료한 상태로 남아있는 상가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실질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는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에 대해서는 단순공유와 동일하게 보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례까지 있었기 때문에, 동의율 확보가 시급한 조합 입장에서는 구분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가소유자들을 1인으로 보아 동의율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할행정청도 도시정비법의 해당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여, 등기부의 기재 내용대로 공유로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상가 내에 수십명의 소유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이들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취급하는 것은 실질과 맞지 않고 형평에도 반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법리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이들이 구분등기를 할 수 없었던 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상 구분소유와 동일하게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는 사정, 대법원이 실질을 반영하여 그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인정해 왔다는 점 등을 토대로 재판부를 설득하였습니다. 나아가, 상가를 구분소유하는 사람들이 도시정비법상 각자 토지등소유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입게 되는 막대한 불이익과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회적 파장도 설파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상가에 대해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자들의 지위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로, 이를 통해 전국의 수많은 재건축사업장에서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일단락지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수인의 토지등소유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개별 소유자들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은 물론, 재건축사업을 위한 조합설립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해당 판결이 가지는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이 기존에 도시정비법상 토지등소유자의 산정과 관련하여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해당하는 다가구주택에 대해 이를 공유와 동일시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로 인해 이 사건의 경우에도 상가소유자들이 그 권리를 인정받는 데에 크나큰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였으나, 다가구주택과 재건축사업 현장의 상가를 동일시할 수 없는 법리와 현실을 동시에 관통하는 논리로 이를 극복하였다는 점에서 소송대리인의 역량이 빛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용호 파트너변호사 (yhokim@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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