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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헌재 위헌 결정, 대법원 승소 판결도 외면 당했다”

국세청에 거부당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등록’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 등록 수리를 거부한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헌법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여전히 등록을 못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세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문과 대법원 판결문을 한낱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개업 중인 A변호사는 2008년 세무대리업무 신규등록을 하고 세무대리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가 세무대리업무등록직권취소처분 및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신청반려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했으나,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 도중 세무사법 제6조 등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제6조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했다.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도 헌재 결정에 따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반려 처분을 취소했다(2018두49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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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A변호사는 다시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방국세청은 또 다시 등록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1항은 '대법원의 행정처분 취소 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의 이 같은 태도는 행정소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A변호사는 결국 대법원 확정 판결을 권원(權源)으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다시 '간접강제금 지급신청'을 낸 상태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등록갱신처분을 하지 않으면 하루에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행정법원에

“등록때까지 1일 백만원 달라”

소송

 

A변호사는 "국세청이 표면적으로는 법률공백 상태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국세청은) 세무사에게 유리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세무사 등록이 악영향을 미칠까봐 고의적으로 등록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도 세무당국의 이 같은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A변호사에 대한 소송 지원을 결정했다.

 

이처럼 국세청이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등록 신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세무사법 제6조의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실효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8년 4월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소송 등)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 외에는 세무대리업무를 일체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과 관련한 세무사법 제6조 1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내리고 개선입법 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못박았다. 그러나 개선입법이 지연되면서 올 1월 1일부터 해당 조항 자체가 실효됐고, 기재부와 국세청은 세무사 등록 업무 자체를 전면 중단했다. 이때문에 A변호사 뿐만 아니라 세무사 등록을 하고 세무업무를 하려던 많은 변호사들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기재부 등은 관련 처리 방침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노려

고의로 등록 미뤄”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A변호사에 대한 등록까지 거부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다양한 분쟁을 해결하는 최종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며 "확정판결에 대한 집행력이 당해 행정청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균성 한국법학교수회장도 "판결 선고 이후 당사자가 변호사 자격을 상실하는 등 특별한 사정변경이 생기지 않는 한 행정청은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등록)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공무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닌 다른 변호사들도 세무사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법조계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강력 비판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세무사법 제6조 등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잠정적용 시한까지 다 지나갔다면 해당 조항의 효력은 없어진 것"이라며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제한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입법 공백여부와 상관없이 변호사들은 헌재의 결정취지에 따라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개선시한 도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조항이 실효(失效)됐지만, 법률공백이 발생했다면 오히려 행정청이 직권으로 등록을 받아줘야 마땅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이 문제는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학계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라며 "국회의 입법부작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능성과 입법적 불비를 이유로 한 행정청의 불수리 문제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세무사 등록을 해줄 수 있는 근거법률이 없기 때문에 등록신청을 받을 수 없다는 국세청의 논리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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