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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끝났지만…트럼프·펠로시 충돌 2라운드, 둘로 쪼개진 미국

트럼프, 사과없이 '그들만의 자축'…'이틀만의 재회' 조찬기도회서 펠로시에 맹공
펠로시 "진정제에 취해보여, 트럼프 위해 기도" 응수…대선정국서 전선 격화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안이 '기각'으로 종결된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미 상원의 탄핵안 부결 전날인 지난 4일밤 국정연설장에서 '악수 거부'와 '국정연설문 찢기'로 살벌한 광경을 벌였던데 이은 2라운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펠로시 하원의장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대국민 연설을 통해 '그들만의 자축'에 나섰다. 펠로시 하원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며 연설문 찢기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탄핵은 끝났지만, 반성과 성찰, 상처 치유와 통합 대신 증오와 분열, 편 가르기가 '포스트 탄핵정국'을 뒤덮은 채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국면에서 두동강으로 쪼개진 미국을 다시 하나로 묶어야 할 리더십은 실종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지난 1999년 2월 탄핵안 부결 직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화해와 국정매진을 촉구했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장면이다.


더욱이 여야가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명운을 건 일전에 돌입함에 따라 '탄핵 대 반(反) 탄핵' 전선이 '반(反)트럼프 대 트럼프'의 대치 전선으로 고스란히 옮겨진 채로 대선 국면에서 여야 간 대립과 분열상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대국민 연설을 관통한 당파성은 대선을 앞두고 이미 극심하게 분열된 워싱턴에 더욱 안 좋은 전조를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에서 60여분 동안 의기양양하게 "완전한 무죄 선고"를 자축했다.


'대통령 찬가'를 배경음악으로 정부 부처 각료들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 지지자들이 환호성으로 이스트룸을 가득 채운 가운데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프롬프터도 따로 마련되지 않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당초 예고했던 '대국민 성명' 형식이라기보다는 선동형 '즉석연설'에 가까웠다.


그는 "우리는 지옥을 거쳐왔기 때문에 오늘은 축하의 날",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무죄 선고'라는 1면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찍힌 워싱턴포스트(WP)를 들어 보이며 승리를 선언했다.


민주당을 향해 "악마같고 악랄하다"고 맹폭을 가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해서도 "끔찍한 사람"이라고 악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튼소리'(bullshit)라는 속어 등 정제되지 않은 말들의 향연이었다.


국민에 대한 참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미언론들은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네자리를 사이에 두고 근처에 앉은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한 '분풀이'에 나서는 등 '껄끄러운 조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대표 기도를 하는 동안 계속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고, 연설 중 민주당과 펠로시 의장을 '아주 정직하지 못하고 부패한 사람들'이라며 대놓고 면전에서 공격했다.


또한 "그러지 않으면서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 했던 펠로시 의장을 겨냥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설 도중 여러 지점에서 고개를 흔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무죄선고'라는 헤드라인이 1면에 박힌 일간지를 흔들어댔다. 종교적 치유의 장인 기도회마저 정쟁의 장소로 전락시킨 셈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찬기도회의 초당파적 공식을 산산조각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조찬기도회에서마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분열적 접근을 적용, 청중들에게 "정적들은 부정직하고 분열된 사람들"이라며 신은 자신의 지지자들 편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재선 캠페인 기간 탄핵 면죄부를 무기 삼아 민주당을 향해 더욱더 거친 말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조찬기도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연설문을 찢은 행위와 관련, "나는 거짓의 종합판을 봤다"며 전체 국정연설의 3분 1 정도가 지났을 무렵 "미국 국민에게 이는 진실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설문을 통해 모든 진실을 조각냈고 그의 행동을 통해 헌법을 조각냈다. 그래서 나는 연설문을 조각냈다"면서 '완전히 적절했다'며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것은 국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진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대통령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 줬다"고 꼬집은 뒤 연설문을 찢은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매우 입증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백악관의 품위 이하 수준이자 미국 의회와 미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을 자신의 '리얼리티 쇼'를 위한 배경으로 전락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를 한 점 등을 거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공손함과 존중을 보였다"며 "그는 약간 진정제를 맞고 몽롱하게 취해 있는 듯 보였다"고 비꼬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도 발언'으로 자신을 공격한 데 대해 "그는 자신이 거의 알지 못하는 신앙과 기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이 기도나 기도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 그가 우리의 헌법, 가치, 나라에서 그토록 탈선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한 "내년도에 우리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로 일격을 가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품위 위반이자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 취지에 대한 훼손"이라며 펠로시 의장 규탄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과반을 점한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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