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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결재권자와 수사검사 간 이견 시 기록으로 남겨야”

사문화 된 ‘지침’… 검찰내부 불협화음 속 새롭게 ‘조명’

최근 최강욱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을 계기로 대검찰청이 2018년 만들어 시행한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 지시 내용 등 기록에 관한 지침'이 재조명 받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 재임 시절인 2018년 4월 만들어진 이 지침은 검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전 총장은 같은해 10월 대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6개월간 전국 청에서 1300여 건이 기록되었을 정도라며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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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본보가 입수한 이 지침 내용에 따르면 기소 여부 등을 포함해 검찰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상급자와 수사검사 간 이견이 있는 경우 이를 검찰 내부 업무전상망에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상급자 및 대검의 지휘·지시 내용 등을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2018년 내부 의사결정과정

투명성 강화위해 제정

 

구체적으로 보면 △상급자가 상신된 결재를 반려하는 경우 △상급자 또는 대검이 구체적인 지휘를 발하는 등 결재 절차 외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 주임검사와 상급자 간, 각급 검찰청과 대검 간 이견이 발생한 때 그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담당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사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이 가능하다.

 

기록의 내용은 주임검사, 소속 상급자 또는 대검 소관 부서의 업무 담당자 등이 지휘·지시 하는 때에 △작성일자 △작성자와 상대방의 직위 및 성명 △상대방의 의견이나 지휘·지시의 요지 △작성자의 의견이나 지휘·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근거 등이다.


저장된 자료는 비공개

 업무능력 자료로 활용 못해

 

기록의 방법은 대상이 되는 의견, 지휘·지시 내용, 의사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등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기타 이와 유사한 전자결재 시스템 등에 입력하고 해당 내용은 KICS 서버에 저장돼 보존된다.

 

저장된 자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 외에 업무능력 등 평가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지침이 실제로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도입 이후 실제 활용된 사례

거의 없어 ‘유명무실’

 

한 검사장은 "회의나 대화, 협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까지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좀 껄끄러울 수 있다"며 "제도가 처음 도입된 문 총장 당시에는 일선 검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이견이 있었던 내용을 남길 것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한 검사도 "수사검사와 상급자인 결재자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때 이를 기록하라는 제도이지만 아직까지도 일선에서는 부전지나 구두 논의로 해결하는 것이 다반사"라며 "검찰 내부의 큰 의식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검찰일각

“향후 책임소재 가릴 때 참고”

활용 촉구

 

이에 따라 검찰 일각에서는 이참에 이 제도를 적극 시행해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릴 때 참고로 삼는 등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와 결재 과정은 밀행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함에도 검사들의 내부 회의 내용까지 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듯 공개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 반복되면 자유롭게 검사들이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검찰 내부 회의가 움츠러들 수 밖에 없고 결국 검사들이 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길 꺼려하게 될 우려도 있다. 그 결과 상관의 일방적 지시에 따르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급자와 이견이 있거나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 이미 마련된 지침에 따라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면 일방 통행식 회의나 지시에 따른 불합리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급자 등도 후배들과 해당 사건 등에 대해 법률가로서 서로의 소신을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논의 한다면 설령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다고 해도 문제될 일이 없다. 기록에 관한 지침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인사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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