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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민법(下)

특별한 사정없는 한 노동가동 연한은 만 65세가 합당
양도금지특약 위반 채권양도는 무효… 기존판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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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용 근로자의 가동연한(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4세 어린이가 수영장 성인 풀에 빠져 익사하자 그 가족들이 수영장 운영회사 등을 상대로 피해자의 가동연한이 만 65세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1심 및 원심법원은 기존 판례에 따라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다. 


(2) 판결 요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위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3) 분석
대법원은 일용 근로자의 가동연한을 만 55세로 보았다가, 1989년에 이를 만 60세로 올렸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은 이를 다시 만 65세로 올렸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 가지 쟁점이 문제되었다. 

 

첫째, 대법원은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정하여 선언할 수 있는가? 이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라고 단정하여 선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육체노동의 일반적 가동연한을 만 60세 이상이라고만 제시하고 만 65세로 인정한 별개 사건에서 사실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하는 방법'으로 충분하다는 별개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경험칙은 개별 사건을 뛰어넘는 추상성·객관성·보편성을 지녀야 하므로 그 가이드라인은 가급적 대법원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로 인해 사실심 법관의 판단재량이 부당하게 침해되지도 않는다. 대법원이 인정한 경험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개별 사건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사실심 법관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달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만 60세로 되어 있는 일용 근로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적정한가? 법원이 선언하는 경험칙과 사회 현실 사이의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간극은 분쟁의 정의로운 해결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사법불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관들은 ① 신체적 측면(평균 수명 10년 이상 증가), ② 경제적 측면(1인당 GDP 4.5배 증가,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 및 실질은퇴연령 상승), ③ 규범적 측면(사회보장법령 및 연금법령이 65세까지의 근로를 전제로 변화 중)의 변화에 주목하여 이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셋째, 가동연한은 몇 세로 보는 것이 적정한가? 다수의견은 만 65세, 별개의견은 만 63세가 적정하다고 보았다. 가동연한은 단순히 통계를 기초로 도출되는 실증적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법적 평가가 수반되는 규범적 문제이다. 이에 관한 논리필연적 정답은 없다. 다만 손해배상사건에서 가동연한을 정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신사고 배상액을 정하는 문제임을 떠올린다면, 합리적 범위 안에 있는 한 사고로 인한 배상액의 불명확성은 가해자 측에 귀속시켜야 한다. 그 외에 일본과 독일, 호주 등에서 가동연한을 만 67세로 보고 있는 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만 15세부터 만 64세까지를 생산가능연령으로 파악하는 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19조의5에서 정부가 자동차보험에 관한 표준약관 등에서 취업가능연한의 기준이 만 65세 이상이 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점, 만 65세 이상을 '부양 및 보호가 필요한 노인' 또는 '근로를 할 것이 기대되지 않는 사람'으로 전제하는 법률들이 다수 시행되고 있는 점 등까지 고려하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본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주의의무(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6다271608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동영상 제작자이고, 피고는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다. 피고 회원들은 카페에 원고의 동영상을 무단 업로드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하였다. 요청서에는 동영상을 찾을 수 있는 검색어와 피고 사이트 내 카페의 대표주소가 기재되어 있었으나, 각 동영상이 게시된 페이지의 URL이나 게시물 제목 등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았다. 피고는 게시물 특정 요청을 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게시물 삭제, 차단 등 조치를 취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피고에게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하였다.

 

(2) 판결 요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 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와 차단 요구를 받지 않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기술적·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게시물의 성격 등에 비추어 삭제의무 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분석

저작권침해 등 위법행위에 대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주의의무 법리는 그 동안 일련의 판결들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한편 명예훼손책임에 관한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판단 기준은 저작권침해 사건(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에도 원용되었다. 

 

그런데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위법한 저작권침해가 성립하려면 유효한 저작권의 존재, 저작물과 문제되는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양자 사이의 의거관계 등 위법성의 적극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이용 등 저작권 제한사유와 같은 위법성의 소극적 요건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실질적 유사성이나 의거관계, 저작권 제한사유의 충족 여부는 저작권법 전문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명예훼손의 위법성 판단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섣부른 판단에 따른 삭제 내지 차단은 또 다른 책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 요건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그 위법행위의 존재를 실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가 위법한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삭제 또는 차단 요구를 하였을 때 비로소 충족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각자가 가진 정보와 능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다. 저작권법 제103조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위법행위 인식 가능성과 무관하게 권리주장자와 복제·전송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사고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태도는 현행 저작권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의의무를 해석하고 판단 기준의 명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3. 약관의 설명의무(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신용카드 회사인 피고와 카드 회원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피고는 신용카드 고유의 서비스 외에도 카드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크로스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는 그 후 약관을 변경하면서 일정한 조건과 절차 하에 부가서비스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사건 약관 조항)을 두었다. 그 후 피고는 크로스 마일리지를 축소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이에 기한 일방적 축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① 원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②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2) 판결 요지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사업자에게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사유로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는 요건은 해당 약관 조항이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는 소송당사자인 특정 고객에 따라 개별적으로 예측가능성이 있었는지의 측면에서 각 판단되어야 한다.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지'는 약관과 법령의 규정 내용, 법령의 형식 및 목적과 취지,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법령'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법령, 즉 법률과 그 밖의 법규명령으로서의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을 의미하고, 이와 달리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발하는 이른바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분석
대상판결의 첫 번째 판시 사항은,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사유로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는 요건은 해당 약관 조항이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는 소송당사자인 특정 고객에 따라 개별적으로 예측가능성이 있었는지의 측면에서 각각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가능성을 주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판시 부분의 타당성은 의문스럽다. 법률상 의무는 일반성과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약관규제법이 고객의 개별적 능력과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이행 여부가 달라지는 맞춤형 설명의무까지 부과할 수는 없다. 이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고객 보호는 설명의무 면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주관적 기준설을 채택한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다만 부가서비스의 축소·폐지 가능성과 절차에 관한 약관 조항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60953 판결 참조).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를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본 결론 그 자체는 타당하다. 

 

대상판결의 두 번째 판시 사항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규정된 내용은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에 해당하지 않아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외적 구속력 여부에 따라 설명의무 여부가 달라진다는 법리는 지나치게 도그마틱한 법리이다. 법령상 내용이 일단 약관에 포함되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법리가 실정법상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법령상 내용 중에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거나 고객에게 불리하여 계약 체결 여부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사항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법령상 내용에 관한 사항은 독립적인 설명의무 면제사유라기보다는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사항의 예시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러한 입장을 취한다면 대외적 구속력 여부에 따라 설명의무 대상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다. 대상판결 판시 부분은 기존 판례를 원용한 것이나 그 타당성은 의문스럽다.


4. 
채권양도와 이의를 보류한 승낙(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22962 판결)

(1) 사실관계
A(의사)는 원고(은행)에게 자신이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가지는 현재 또는 장래의 급여채권을 양도하면서 피고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였다. 피고는 그 이후 A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양수금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A에게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에 기해 상계항변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한 행위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해당하여 상계항변이 봉쇄되는지가 문제되었다. 

 

(2) 판결 요지
민법 제451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말미암아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갖는 대항사유가 단절되는 점을 감안하면, 채무자가 이 조항에 따라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했는지 여부는 문제 되는 행위의 내용, 채무자가 그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그 행위를 전후로 채무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양도된 채권에 대하여 대항사유가 없을 것을 신뢰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감안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를 때 위 확인서 발급 행위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보기 어렵다. 

 

(3) 분석
통설은 이의 보류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의사 표명이 없는 단순 승낙은 이의 무보류 승낙이라고 보아왔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던 항변권을 상실시키는 행동을 쉽사리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적극적인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채 채권양도 사실에 대한 인식을 표명하면 자신의 항변권이 상실된다는 점을 알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의 무보류 승낙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파악하는 통설에 대해서는 비판론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비판론은 타당하다. 침묵이 이의 무보류로 평가되어 항변 단절효를 발생시키려면 단순한 침묵 또는 모든 형태의 침묵이 아니라 더 이상 양수인에게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도 무방하다는 의미의 침묵이라야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의 무보류 승낙이 채무자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경계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었다. 단순 승낙이 당연히 이의 무보류 승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의 특성이나 확인서의 성격과 목적,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인식 시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향후 상계권 등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변 단절효를 초래하는 이의 무보류의 승낙을 하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입법론으로는 이의 무보류 승낙의 항변 단절을 인정하는 민법 제451조 제1항을 삭제하거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양수인의 신뢰보호를 도모하는 것이 타당하다(일본 개정 민법 제468조 참조).


5. 배당미이의와 부당이득반환청구(대법원 2019. 7. 18. 선고 2014다206983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일반채권자인 원고가 배당기일에 출석하였지만 배당표에 관하여 이의하지 않았다. 그 후 원고는 배당표가 실체적 권리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배당액을 더 수령해 간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더라도 그의 몫을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게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는 이상 잘못된 배당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체법 질서에 부합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배당이의의 소의 한계나 채권자취소소송의 가액반환에 따른 문제점 보완),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로 인한 문제,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내용과 취지, 입법 연혁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종래 대법원 판례는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이 있었다. 

 

(3) 분석
배당절차는 원칙적으로 실체법상 권리를 확정·형성·변경하는 절차가 아니다. 배당이의소송의 확정 판결이 기판력으로 인해 부당이득을 부정하는 법률상 원인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일련의 논리는 실체법상 권리관계와 배당절차의 관계를 주종 관계 또는 목적-도구 관계로 파악하는 사고방식에 기초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상판결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허용하여 온 기존 판례를 유지하였다.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반대의견은 배당이의를 하였으나 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채권자는 실체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반대해석상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실체법상 권리박탈을 초래하는 반대해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또한 이 조항은 배당이의가 완성되지 않은 모든 경우를 포괄하는 확인적·예시적 조항으로 볼 여지도 있다. 배당미이의가 실체법상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금반언 원칙에 반할 만큼 유책하거나 잘못된 신뢰를 부여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6.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와 A건설 사이의 도급계약에서 A건설은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두었다. 그런데 A건설은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였다. 그 후 A건설의 파산관재인인 원고가 피고에게 공사대금 지급을 구하였다. 피고는 A건설이 더 이상 채권자가 아니라고 다투었으나, 원고는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는 무효이므로 여전히 A건설이 채권자라고 주장하였다. 

 

(2) 판결 요지
다수의견은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의 문언, 입법자의 의도, 양도금지특약의 속성 등을 들어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가 무효라고 보았다(물권적 효력설). 반면 반대의견은 양도금지특약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 자유로운 양도 가능성의 보장 필요성, 국제적 흐름 등을 들어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가 유효하다고 보았다(채권적 효력설). 

 
(3) 분석

반대의견이 취한 채권적 효력설이 타당하다. 민법 제449조 제2항은 양도금지특약이 있으면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나, '양도하지 못한다'와 '양도의 효력이 없다'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물권적 효력설은 양도금지특약의 실효성(實效性)을 높이고 채무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을 지니긴 한다. 그러나 특약의 실효성은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위약금 약정 등 다른 계약 장치를 통해 관철시키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또한 양도금지특약은 국가나 은행 등 강한 협상력을 가진 채무자에 의해 많이 활용되고 있어 물권적 효력설을 취한다고 채무자 보호가 드라마틱하게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채권적 효력설은 채권의 유통성 강화에 실제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채권적 효력설은 채무자가 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고 하는 판례(대법원 1999. 12. 18. 선고 99다8834 판결 등) 또는 악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선의로 양수한 전득자에게는 그 전득 시부터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해 압류채권자의 선·악의와 무관하게 압류 및 전부가 허용된다는 판례(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다3771 판결) 등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계약의 일반 원리와 더 잘 부합하는 것도 채권적 효력설이다. 입법자가 물권적 효력설을 채택하려고 하였던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문언이나 입법자의 의도에 비추어 양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국제적 흐름을 해석론에 반영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채권양도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권영준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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