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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3년 맞은 행정심판 국선대리인제도 '파란불'

국선대리 선임 신청 첫 두 달간 9건 → 지난해 340건
그 중 116건 '국선 선임'… 행심위 접수사건 0.5% 해당
필요한 서류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확인'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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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 강화를 위해 2018년 11월 도입된 '행정심판 국선대리인제도'가 성과를 내며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간소화하는 방안까지 새로 추진돼 이용이 한결 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1일 행정심판 국선대리인 신청인의 부담을 줄이는 등 행정심판제도 개선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심판 국선대리인제도는 대리인 선임비용이 부담스럽거나 법률지식이 부족해 행정심판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약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행정심판법 시행령은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족, 기초연금·장애인연금수급자,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자 등을 국선대리인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심위원장이 경제적 능력으로 인해 대리인을 선임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국선대리인 선임이 가능하다.

 

권익위에 따르면, 중앙행심위는 최근 3년 동안 연 평균 2만5000여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 중 변호사가 사선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은 연 평균 1245건으로, 중앙행심위 접수 사건 중 5%에 이른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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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도 시행 직후 두 달 동안 9건에 불과하던 국선대리인 선임 신청은 지난해 340건으로 늘어났다. 중앙행심위는 그 중 116건(34.1%)에 대해 국선대리인을 선임해줬다. 이는 지난해 중앙행심위가 접수한 사건 가운데 0.5%에 해당한다.

 

그러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발견됐다. 국선대리인 선임 신청 때 각종 증빙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데 신청인들이 이를 준비하는데 부담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장애인연금 수급자의 경우 사회보장급여 결정통지서와 장애인연금 지급 통지서를,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대리인을 선임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전년도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중앙행심위는 오는 5월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 행정심판 국선대리인 선임에 필요한 서류를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확인'으로 대체해 서류 제출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선대리인 자격은 변호사와 공인노무사로 정해져 있다. 각 행심위는 국선대리인 선정 예정자를 위촉하는 방법으로 국선대리인 명부를 관리하고 있다. 중앙행심위의 경우 변호사 45명과 공인노무사 5명 등 50명이 국선대리인 선정 예정자로 위촉돼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변호사 20명을 추가 위촉해 국선대리인 선정 예정자를 70명으로 늘렸다.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행정심판 사건에 나선 국선대리인들은 사선대리인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사실상 폐업상태에 있던 A사에서 임금체불 등으로 퇴직한 B씨는 체당금(임금을 받지 못한 퇴직근로자를 위해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제도)을 받지 못하자 발을 동동 굴렀다. 노동청이 '사업주에게 사업을 계속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A사를 도산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아 겨우 살림을 꾸리던 B씨는 "A사의 도산사실 인정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 청구와 함께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했다.

 

B씨의 국선대리인은 도산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법령상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실질적인 합리성'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A사에 대한 채권압류 상태와 체불금품 등의 확인에도 나섰다. 비슷한 사안에 대한 행정심판 재결례를 제시하는 등 B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충서면 제출도 국선대리인의 몫이었다. 결국 중앙행심위는 "A사 사업주가 사업 계속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데도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청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재결해 B씨 손을 들어줬다.

 

중앙행심위는 올해 행정심판 조정제도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당사자 간의 분쟁을 적극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18년 5월 도입된 행정심판 조정제도는 행심위가 청구인과 행정청의 동의를 받아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제도로, 조정이 성립되면 행정심판 재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중앙행심위의 경우 지난해 17건의 조정을 성립시켰지만, 충분히 조정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데도 행정청이 소극적으로 임하다보니 조정 개시없이 사전에 종결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중앙행심위는 조정 가능성이 있는 행정심판 사건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행정청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조정을 통한 적극행정을 이끌 방침이다.

 

김명섭 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된 행정심판 국선대리인제도를 통해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거나 조정으로 해결된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행정심판에 도입된 새로운 제도들을 더욱 활성화해 국민 권익구제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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