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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과 불법원인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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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판결

대법원은 2015년 7월 23일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할 만한 현저한 불법성을 가졌다면, 그간 수천 명의 판사들 중에서 한 번이라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 없었는지 의문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중 단 한 명의 반대의견도 없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대한변협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저런 돌발적인 판결을 하였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도 판결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국 대법관은 퇴직 후에 변호사 개업을 하여 전관예우를 받으며 고액의 형사 성공보수로 축재를 누려왔다. 대부분 그런 길을 걷게 될 대법관들이 변호사 역할의 부재를 대상판결의 논거로 삼았던 것은 위선적이다. 아무튼 술의 제조와 판매 등을 금지했다가 폐지된 미국의 '금주법'처럼, 대상판결 역시 현실에서 외면을 받아 대법원 판결다운 권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


2. 변호사 보수 규율에 관한 법령의 변천

1949년 제정된 변호사법 제17조는 '변호사는 현저히 불상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1982년에는 변호사의 보수기준은 대한변협이 정하도록 했으며(변호사법 제19조), 1983년에는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시행했다. 예컨대 형사사건의 착수금과 성공보수는 각 500만원 이하로 한다(규칙 제29조). 그 후 OECD에 가입하고 카르텔 금지라는 국제기준에 부응하려는 목적으로 1999년 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외되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행정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건축사, 수의사 및 공인노무사 등의 보수규율에 관한 규정을 전부 삭제했다. 따라서 현재 변호사 보수는 민법 제686조(수임인의 보수청구권)에 따라 전적으로 당사자 간의 보수약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구조가 되었다.



3.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금지의무 존재 여부
변호사는 수임약정시에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는지 문제된다. 수임약정은 민법상 위임계약이다.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민법 제1조). 판례는 민사관계에서 법원(法源)이 아니다.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법원조직법 제8조). 따라서 대상판결은 해당 사건에서만 하급심을 기속하는 재판규범이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할 수 있지만, 그 보수를 지급받고자 재판을 하는 경우에는 법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그 보수를 선수령하지 않으면 약정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4. 수사·형사재판 결과를 반영한 분할지급 보수
약정

변호사는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나 변론활동에 들인 시간·노력·비용에 상응하여 합당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 할지라도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변호사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대가를 약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간 변호사는 보수를 정함에 있어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분하여 약정을 했다. 특히 성공보수는 수사·재판결과에 대한 대가의 의미도 있었지만, 의뢰인이 일시금으로 보수를 지급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한 분할지급인 후급의 성격도 있었다. 앞으로는 보수약정을 하면서 종래와 같이 성공보수라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수사·재판결과를 보수지급의 요건으로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대상판결 후에 보수지급 시기를 판결선고 후로 한 보수약정을 곧바로 성공보수약정으로 해석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18. 5. 16. 선고 2017가소7400673 판결 등). 그러나 수임인의 보수는 특약으로 정할 수 있고, 특약이 없으면 위임사무를 완료한 후에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86조 제2항). 소송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의 범위는 수임한 소송사무가 종료하는 시기인 당해 심급의 판결을 송달받은 때까지이며(대법원 2000. 1. 31.자 99마6205 결정), 변호사 등은 항소심판결이 송달되어 위임사무가 종료되면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6. 7. 7. 선고 2014다1447 판결). 법리가 이러함에도 변호인이 판결 선고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보수는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성공보수에 해당한다는 하급심은 맹목적으로 대상판결을 따르는 것으로 법의 왜곡에 가깝다. 이런 판결은 변호사 직무에 대한 무경험과 의뢰인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행해지는 보수약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원이 변호사 보수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법원과 수사기관 등 권력기관을 감시하도록 창설된 변호사 제도를 적대시하는 듯한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5.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에 따른 보수의 지급관계

변호사가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하면 그 약정은 무효라서 약정금 채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의뢰인 역시 그런 보수약정에 따른 보수지급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변호사가 명시적으로 성공보수약정을 하거나 그런 약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약정을 하였음에도 의뢰인이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에 약정금청구를 할 수는 없다. 반면, 의뢰인이 성공보수약정에 따라 변호사에게 보수를 지급한 후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므로 원칙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6조).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대상판결은 성공보수약정을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지급된 보수는 불법원인에 의한 것이 된다.



6. 이미 지급한 형사사건 성공보수의 반환청구가 허용되는 경우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746조 단서). 변호사가 의뢰인과 성공보수약정을 하고 실제로 보수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성공으로 정한 조건성취가 안 된 경우에는 보수금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이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인 변호사에게만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비록 급부자에게 불법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급부자의 불법성에 비하여 수익자의 불법성이 현저히 큰 때에는 공평 및 신의칙상 민법 제746조 단서를 적용하여 그 반환청구를 긍정한다. 변호사가 법에 문외한인 의뢰인에게 성공보수약정을 제안하고, 의뢰인이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확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라도 성공조건에 대한 의사일치는 분명하였기에 그 조건이 성취된 경우에는 미리 받은 성공보수를 반환할 필요는 없다. 물론 변호사가 성공보수약정을 하면서 만약 성공조건이 성취되지 않는 경우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는 보수금을 반환하겠다는 약정은 유효하다.


7. 적정 범위를 초과한 형사사건 성공보수금의 반환청구

변호사는 형사 성공보수로 지급받은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 적정범위를 초과한 액수는 반환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그간 판례는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 성공보수가 이미 지급되어 반환청구가 인정되지 않을지라도 그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이 법리가 여전히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무효의 성공보수약정이라도 적정범위에서 보수약정을 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는 존재한다고 보는 무효행위의 전환 법리에서도 긍정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성공보수액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성공보수약정 자체를 무효화시킬 정도로 감액해 버릴 것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 없다.


8.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한 변호사의 징계여부

성공보수약정을 하거나 그 보수금을 수령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변호사의 징계사유인 '변호사법과 변협 회칙위반'에서 이들 법령은 성공보수약정을 금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문제된다. 성공보수약정은 그 효과가 민법상 무효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가 변호사제도의 신뢰를 훼손하거나 변호사의 인품을 손상시키는 행위는 아니라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변호사가 성공조건의 성취가 없음에도 이미 지급받은 보수의 반환을 거부할 때는 품위손상행위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이 글은 2019년 12월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개최한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무효화에 따른 문제와 바람직한 대안' 심포지엄 발표문을 수정·요약한 것이다)

 

 

정형근 교수 (경희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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