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가결… 한국당 표결 불참
'패스트 트랙' 정국 마무리

25529.jpg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위한 핵심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30일 국회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258일만이다.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8년 6월 검·경 소관 부처인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권 조정 합의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준사법적 통제의 요체인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점검·보완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행정경찰·수사경찰의 분리나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 통제시스템 등 경찰조직 정비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공룡화'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정안을 재석의원 167명 가운데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안은 재석의원 166명 중 찬성 164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에만 참여한 뒤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에는 불참했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한편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 관련 직접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종전의 지휘·감독이라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전반에 걸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으로는 경찰의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경찰은 검사의 수사 지휘에 따르도록 의무화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대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송치 후 수사권'과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게 된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된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해야 하고, 검사는 송치사건의 기소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 경찰이 신청한 영장청구 여부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이나 각급 검찰청 검사장이 경찰청장을 비롯한 징계권자에게 해당 경찰에 대한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검사가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이에 따르도록 했다. 만약 경찰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총장·각급 검찰청 검사장이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특히 개정안은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인정했다. 고소·고발사건을 포함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거나 공소제기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경찰이 검사에게 사건을 선별적으로 송치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통제하기 위해 불송치사건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했다. 이 때 형사소송법 개정안 원안의 경우 검사가 서면과 관계서류, 증거물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검토한 뒤 다시 서류를 경찰에게 돌려주도록 했는데, 수정안은 검사의 불송치사건 검토기간을 기존 60일에서 '90일'로 30일 늘렸다. 검사로 하여금 더 충실히 2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4+1' 측의 설명이다. 경찰의 사건 불송치가 위법·부당한 경우 검사는 경찰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경찰은 고소인이나 고발인,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도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경찰의 사건 불송치에 대해 고소인 등 사건 관계인의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검·경 간의 수사 혼선이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가 직접수사권을 갖는 분야에서 동일한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중복 수사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경찰에게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해당 범죄를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상 검사의 고유 권한인 영장청구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도 뒀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관할 고검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각 고검에 설치되는 영장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담당하게 된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수정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셈이다.


검찰청법 개정안도 일부 수정된 상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안은 검사가 직접수사권을 갖는 사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를 비롯해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등으로 제한했는데, 수정안은 △대형참사 관련 범죄를 추가하는 한편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수정됐다.


이와 함께 원안은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위증·모해위증죄와 △허위 감정·통역·번역죄 △증거인멸죄 △무고죄 등에 대해서만 검사가 직접수사할 수 있게 했던 반면, 수정안은 경찰 송치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를 검사가 인지하면 모두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2차 수사는 제한없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찰 송치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만 검사 직접수사 범위가 한정되다보니 어느 범위까지 직접 관련있는 범죄인지 여부를 두고 수사와 기소, 재판 단계에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경찰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하는 대신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권만 유지하는 내용도 수정안에 담겼다. 원안에 들어있던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권 유지' 부분은 수정안에서는 빠졌다.


수사권 조정안 시행시기는 공포 후 6개월~1년 이내로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다만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수정하는 내용은 공포 후 4년 안에 시행하되,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정안과 관련해 검찰은 그동안 "'검사의 재수사 요청과 경찰의 자체적인 수사종결이 무한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놨었다. 재수사 요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송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해결책이 법안에 반영돼야 하는데, 단지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있는 경우 경찰은 재수사해야 한다'는 식의 문구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은 이날 수사권 조정안 통과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와 대검찰청 국정감사 등에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형사법 집행에 관한 검찰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에 충실한 의견을 드리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금년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취지를 강조했다"는 입장만 내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검·경 간의 '주종(主從) 관계'가 폐지되고 '협력관계'로 재구성된 형사사법체제의 획기적 변화"라며 "궁극적으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조 전 장관은 "행정경찰·수사경찰 분리와 자치경찰제 전국 실시 등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은 패스트 트랙에 오르지 못했다"며 "4월 총선 이후 경찰개혁 법안도 국회를 통과한다면 권력기관개혁 업무를 관장했던 전직 민정수석으로서 여한(餘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석의원 278명 찬성 164표, 반대 109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가결했다. 법조인 출신 4선 의원인 박주선(71·사법연수원 6기) 바른미래당 의원은 총 투표수 170표 가운데 찬성 137표(80.6%)를 얻어 신임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아울러 패스트 트랙 법안 중 하나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회를 강타한 '패스트 트랙' 정국도 마무리됐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