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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변호사 등 전문직 가동연한은…

노동가동연한 65세로 상향 이후 판결동향

지난해 2월 21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2018다248909)을 통해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30년 만에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이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의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가동연한과 관련한 하급심 판결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약사는 기존 가동연한과 변동이 없고, 의사는 가동연한을 5년 상향하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 사회가 이미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100세 시대를 꿈꾸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전문직들에 대한 가동연한 기준도 대법원 전합 판결 취지에 따라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의 가동연한은 '70세'로, 전합 판결 선고 이후에도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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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조타운에 즐비한 변호사 사무실 간판. 70세로 인정되는 변호사 가동연한을 넘긴 변호사들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다.

 

인천지법 민사22단독 배구민 판사는 지난해 10월 택시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A변호사 사건(2018가단265903)에서 "변호사의 가동연한은 만 70세"라고 판단하면서 1993년 2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92다37642)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변호사의 가동연한을 판단하면서 "인천의 1989년도 경유사건 총 5397건중 65세 이상 회원의 경유사건은 163건이며, 서울의 1989년도말 개업변호사 1158명중 65세 이상은 260명(22.45%)이고, 경유사건 총 7만4213건 중 65세 이상의 경유사건은 8741건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변호사의 가동연한이 적어도 65세 이상인 점은 능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사실조회 회신 중 서울변회와 국세청 간의 1989년도 협의과세자료에 의하면 60~69세의 단가가 같을 뿐만 아니라 70세 이상의 변호사에게 연수원 수료 후 2년 이내 변호사와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변호사의 가동연한을 70세가 될 때까지로 본 조처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20년 1월 13일을 기준으로 개업변호사 가운데 70세 이상은 828명에 달하며, 전체 개업 변호사의 평균연령은 43.7세다.

 

약사와 공인회계사의 가동연한도 대법원 전합 판결에 상관없이 기존과 같이 '65세'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70세

약사·공인회계사는 65세로 유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정정호 판사는 마라톤 연습을 하던 약사 B씨가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2018가단5202586)에서 B씨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했다. B씨는 1993년 약사면허를 취득해 2006년 3월부터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B씨가 약사로 근무했고 경험칙상 약사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라고 판시했다.

 

지난해 12월 제주지법 민사15단독 방선옥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인 C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2019가단3584)에서 "공인회계사의 가동연한에 대해 1995년 8월 서울지방법원 판결(94가단138066), 1994년 6월 서울남부지법 판결(91가합7332)에서 각 만 65세(경험칙)로 인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 대법원 전합 판결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다고 판시한 점에 비춰 보면 공인회계사의 가동연한은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족들은 공인회계사의 가동연한을 70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에 대해서는 가동연한 판단이 하급심에서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의사의 가동연한을 종전 65세보다 5년 늘려 '70세'로 봤다.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슬로프 노면에 꽂혀있던 스키 폴대를 피하기 위해 선회하다 미끄러지면서 안전망 지지 기둥에 충돌해 큰 상해를 입은 의사 D씨 사건(2018가합505171)에서다. 


의사 가동연한은

하급심 따라 65·70세 엇갈려

 

재판부는 "의사의 가동연한은 1979년 9월 대법원 판결(79다284) 이래 만 65세로 인정돼왔지만, 의사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본 경험칙의 기초가 된 요인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고, 기존 대법원 판결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의료 종사 상황에 따라 의사의 가동연한을 만 70세로 인정함이 타당하다"며 "2019년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히 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됨에 따라 종전 전합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사정들이 현저히 변해 만 65세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시했는데, 이러한 제반사정들의 변화는 의사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본 대법원 판례의 경험칙의 기초가 된 요인들이 40여년이 지난 현재에 변화했다고 보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 의사 면허등록대장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1월 12일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70세 미만의 면허등록된 생존 의사 수가 4645명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현황 신고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 만 65세 이상 70세 이하의 등록된 의사 수는 3554명이며, 만 70세를 초과한 의사 수는 3488명"이라며 "보건복지부 보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 기준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사 수도 만 65세 이상 70세 미만이 5707명이고 만 70세 이상이 6539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5월 부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태규 부장판사)는 의사의 가동연한을 기존과 같이 65세로 판단했다. 부산지법은 영상의학과 과장(의사) E씨 사건(2018나56336)에서 의사의 가동연한을 만 75세로 봐야 한다는 E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가동연한은 만 65세가 될 때까지라고 할 것(2011다28939, 93다3158 등 참고)"이라며 "E씨는 사고 당시 만 70세를 넘어 가동연한이 경과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연령이 당해 직종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넘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피해자의 연령과 경력, 건강상태, 가동여건 등을 참작해 가동연한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E씨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의 가동연한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가동연한인 만 65세로부터 5년이나 지난 70세를 초과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취지 따라

다른 직종도 상향 필요”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반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높인 대법원 전합 판결 취지에 따라 전문직 등 다른 직종 근로자의 가동연한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전합 판결에 따라 연쇄적으로 다른 직업군에 대해서도 가동연한이 수정되어야 한다"며 "의사의 가동연한을 상향 판단한 하급심 판결 역시 그러한 전합 한결의 취지에 비춰보면 일응 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2월 수영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A군의 가족이 수영장 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A군의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했다. 1989년 대법원이 전합 판결로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올린 지 30년 만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올린 1989년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됐다"며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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