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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입법 추진

박주민 민주당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표발의
비법관 위원이 위원회 '다수'… 위원장은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진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사법행정 심의·의결기구로 비(非)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47·사법연수원 35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호철)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의 공조 하에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행정처 폐지와 함께 현재 대법원장이 직접 행사하도록 돼 있는 사법행정 권한 대부분을 사법행정 관련 총괄 심의·의결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로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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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졌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는 지지부진했다"며 "현재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사법개혁 방안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의 사법행정 권한을 새로운 합의제 기구로 이관하고 비법관 위원은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법원행정처는 폐지하는 등 법 개정을 통해 사법개혁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사법행정위는 △법원 인사는 물론 예산·회계·시설·통계·등기·가족관계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 관련 사무와 △대법원 규칙이나 예규의 제·개정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대법원장은 다른 일선 법원장들처럼 대법원 관련 사법행정사무에 대해서만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게 되고, 대법원에는 다른 일선 법원과 같이 사무국이 설치된다.

 

사법행정위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국회에서 선출된 비법관 위원 6명(상임위원 3명 포함)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법관 4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관 위원보다 비법관 위원 숫자가 많은 구조다. 사법행정위원 임기는 기본적으로 3년이며, 비법관 위원만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비법관 위원 자격은 재판제도·행정 관련 전문지식·경험을 갖춘 △1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했던 사람 △10년 이상 검사·변호사로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사람 △대학·연구기관 10년 이상 종사자 △행정 관련 분야 10년 이상 종사자 등으로 정했다. 선거에 출마했거나 법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사법행정위에 들어갈 수 없다. 대신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위원 자리에서 파면되지 않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의 신분보장을 위한 규정이다.

 

다만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의 경우 상임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임기는 2년(연임 불가)으로 제한된다. 사법행정위원 전원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방지해 위원회 경험이 후임자들에게 이어지게 하기 위한 조치다. 판사 출신으로 법안 성안에 참여한 성창익(50·24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위원 임기가 모두 같을 경우 한꺼번에 위원들이 바뀌게 돼 임기에 차이를 두기 위해 들어간 조항"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사임 등으로 위원 퇴임 시기에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행정위는 매달 1번 이상의 정기회의와 필요한 경우 위원 3명 이상의 요구 등에 따라 임시회의를 열게 된다. 회의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며, 가부동수일 경우에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이 결정권을 가진다. 성 변호사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지만, 의견 대립이 팽팽할 때에는 누군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법원장에게 캐스팅 보트를 준 것"이라며 "위원회 기능 마비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법관 인사도 사법행정위가 담당하게 되면서 기존 법관인사위원회는 폐지된다. 사법행정위는 판사 임명부터 연임·겸임·휴직·퇴직 등 인사 관련 사항을 전반적으로 심의한다. 대법원장이 행사하던 판사 보직권도 사법행정위가 맡게 된다. 특히 사법행정위는 판사 보직인사 관련 기본원칙을 구체적으로 정해 법관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존 사법정책자문위원회도 사법행정위 신설에 따라 폐지하도록 했다.

 

국회 출석이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여 등 기존에 법원행정처장이 맡아왔던 업무는 사법행정위 부위원장이 맡게 된다. 부위원장은 상임위원 가운데 호선으로 선출된다. 또 사법행정위 산하에는 안건의 연구·검토·심의를 위해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사법행정위 산하에 집행기구인 사무처를 설치하도록 했다. 정무직으로 장관급 보수를 받는 사무처장은 사법행정위 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역시 정무직으로 차관급 보수를 받는 사무차장은 사법행정위가 임명한다. 법관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사무처장이나 차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근거 규정도 마련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018년 상설화됐지만, 대법원 규칙에 의해 구성·운영되다보니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과 각급 법원,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권 등의 법관대표 100명 이상으로 구성돼 사법행정·법관독립 관련 사항에 대한 의견 표명·건의 등을 하게 된다.

 

'사법부 관료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자리를 폐지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지법 재판부에는 부장판사를 둘 수 있도록 하되, 재판장은 재판부를 구성하는 판사 중 한 명이 맡을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판사가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사법행정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지난 2018년 9월 민주당 안호영(55·25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안 의원안의 경우 사법행정위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 6명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선출하고, 나머지 5명은 비법관 출신 중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했다.

 

대법원도 2018년 12월 새로운 사법행정기구인 사법행정회의 신설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안에만 논의가 집중되다보니 법원개혁 논의는 국회에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성 변호사는 "안 의원안 등 기존에 나왔던 법안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사법행정위 구성 방법"이라며 "안 의원안의 경우 사실상 대법원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의 포괄적인 사법행정 권한을 사법행정위로 이관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며 "법관 위원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나머지 비법관 위원들은 국회에서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법관 위원들의 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를 사법행정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20대 국회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지만, 사법개혁 취지가 퇴보된 기존 법안들을 대신해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다음 총선 이후 법원개혁 문제를 다루더라도 이 법안이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