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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절차 돌입

임시국회 회기 25일까지로 결정… '쪼개기 국회' 가동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 강행에 '필리버스터'로 맞불

국회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중 하나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3일 본회의에 전격 상정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즉각 필리버스터(filibuster,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임시국회 회기가 오는 25일까지로 정해짐에 따라 26일 이후 열리는 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지난 2012년 국회법 개정에 따라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실제로 무제한 토론이 이뤄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까지 무제한 토론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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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의장, "회기 결정은 필리버스터 대상 아냐" =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57분께 본회의 개의를 선언해 패스트 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유치원 3법 등의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본회의 개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날 본회의 첫 안건은 12월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25일까지로 정하기 위한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이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들고 나오자 여당인 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근거로 임시국회 회기를 쪼개서 여는 '살라미 전술'로 대응한 것이다. 무제한 토론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안건을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곧바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한 민주당의 '쪼개기'식 임시국회 소집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문 의장은 "국회법 해석상 찬반 토론은 허용되지만, 무제한 토론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무더기로 본회의장 국회의장석 근처에 몰려 들어 "문희상 내려와", "아들 공천" 등을 외치며 반발했다.

 

결국 회기 결정의 건은 재석의원 157명 중 찬성 150표, 반대 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를 위한 '쪼개기 국회' 전략이 가능해진 셈이다. 

 

◇ 선거법 처리 절차 돌입… 필리버스터 응수 = 당초 이날 본회의 안건은 △회기 결정의 건을 시작으로 △예산부수법안 22건과 예산 관련 동의안 3건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신설안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순으로 정해졌다.

 

회기 결정의 건 가결 이후 문 의장은 우선 예산부수법안 22건에 대한 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법상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도 필리버스터 대상이지만, 12월 1일까지만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은 안건 하나마다 수정안을 30여 건씩 제출하는 '처리 지연' 작전으로 대응했다. 수정안부터 먼저 표결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수정안의 전산 등록에만 5~10분 이상 소요됐다.

 

예산부수법안 중 증권거래세법, FTA관세법 개정안 등 2건이 통과된 뒤 문 의장은 돌연 '의사일정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국회법은 의원 20명 이상의 동의나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의 협의에 따라 의사일정의 순서를 변경하거나 안건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되,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고 표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은 가결됐고, 문 의장은 패스트 트랙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후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이날 오후 9시 49분께 첫 번째 주자로 한국당 주호영(59·사법연수원 14기)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주 의원은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서로 두 개를 맞바꿔 먹었다"고 꼬집는 등 패스트 트랙 법안 뿐만 아니라 부동산·대북정책 등 다양한 사회 현안과 관련해 정부·여당 비판을 4시간가량 이어갔다.

 

민주당도 '찬성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놨다. 필리버스터는 통상 특정 안건에 반대하는 쪽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쓰는 전략인데,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찬성하는 민주당이 "법 개정 취지를 국민 앞에 바로 알리겠다"며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이다.

 

주 의원에 이어 24일 새벽 무제한 토론에 나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4시간 30분가량 토론을 했다. 무제한 토론 세 번째 주자로는 한국당 권성동(59·17기) 의원이 나선 상태다.

 

◇ '4+1' 공직선거법 수정안, 어떤 내용? = 당초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 하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 트랙에 올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총선에서 △의원정수 300명 유지 △지역구 의석수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축소 △비례대표 의석수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28석 확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나머지 군소 야당 간의 '밥그릇 싸움'에 최종 결론은 좀처럼 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4+1' 협의체는 23일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를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하되, 부칙으로 비례대표 의석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 특례를 적용하는 수정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논란이 됐던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정당 득표율에 맞는 의석을 보장하는 구조로, 우리나라 정치사상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4+1' 협의체 소속 정당의 원내대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부 도입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선거제도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초 선거제 개혁 취지가 각 당의 이기주의에 무너져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이후 절차는 =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의원이 더이상 없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필리버스터 종료에 찬성하거나 국회 회기가 끝나야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종료가 선포될 때까지 본회의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정해지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역시 25일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회기 결정의 건이 가결되자 곧바로 민주당은 오는 26일 새로 회기를 시작하는 임시국회 집회요구서를 제출했고, 문 의장은 이를 공고했다. 

 

특히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6일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하게 됐다. 표결 처리 절차에서는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보다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먼저 이뤄지게 된다.

 

국회법은 임시국회 집회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집회기일 3일 전에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이 패스트 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민주당이 3일 단위로 '쪼개기'식 임시국회 집회를 요구한다고 가정하면 패스트 트랙 법안 7건을 모두 처리하는데 산술적으로 21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의 필리버스터 대치는 해를 넘겨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