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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기반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인가 사업자인가

배달대행·대리기사 등 법적지위 놓고 논쟁 확산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무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므로 통상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유사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등 달라진 시대상에 발맞춰 전통적인 고용관계 개념도 바뀌어야 하는 만큼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법 체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노동법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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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노동'… 새로운 고용형태 출현 =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44만∼54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2%를 차지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앱(App)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돈을 번다. 고객이 앱이나 SNS에 관련 서비스를 요청하면 노무 제공자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앱을 통한 배달대행, 대리운전, 가사 노동 등이 이에 속한다. 

 

문제는 이들의 법적 지위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인정돼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물론 해고로부터 보호, 연차휴가, 퇴직금 등 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 낮아

근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플랫폼 노동자는 △업무내용의 지정 △상당한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등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이 낮아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근로자만큼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취급돼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특성상 신속함이 중시되기 때문에 사고가 날 위험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보수를 받지 못하고 열악한 처우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 노동부 "요기요 라이더는 근로자" = 최근 고용노동부는 음식배달 앱 '요기요'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배달을 대행한 라이더가 요기요 소속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노동부는 요기요가 라이더들에게 시급을 지급한 점, 출퇴근 의무를 부과하고 카카오톡 등으로 출근 여부를 보고토록 지시한 점 등을 고려해 근로자로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일반 근로자라면 업무관계에서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야하는데, 플랫폼 노동자가 앱 등을 통해 받는 배달 콜 등을 업무지시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구체적 업무지시가 있느냐, 근로시간을 철저하게 통제받느냐 등을 따져봤을 때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플랫폼 노동자는 한 가지 앱으로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앱을 이용할 수가 있어 종속성이 더 낮게 판단될 수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모두 일률적으로 근로자로 인정하기보다는 개개의 사안별로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한계 등 이유로

근로자성 일률적으로 부정은 문제

 

하지만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 업무 지시가 약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스템을 통해 간접 지시를 하는 것처럼 형식상 보이기는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용자 측이 업무지시를 직접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업무형태나 계약 내용을 보면 사실상 사용자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만 보기도, 전통적인 의미의 근로자로 보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안전 문제나 장시간 근로 문제 등 근로자로서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도, 현행법상의 한계 등을 이유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4차산업혁명과 함께 새로 양산된 근로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 플랫폼 노동자 급증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이들의 노동법적 지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법안을 2016년 통과시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무제공자들에게도 노동 3권을 부여했다. 이다혜 미국변호사가 쓴 '미국 노동법상 디지털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따르면 2018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앱을 통해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인 다이나멕스(Dynamex) 배달기사들에 대해 'ABC 테스트'를 적용해 근로자성 판단 방식을 대폭 간소화하고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시킨 법리를 도입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당시 △지배 또는 지배권의 유무 △사용자 영업에의 통합 내지는 편입성 △노무제공자가 확실히 본인의 독립된 사업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새로 양산된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

 

한 변호사는 "우리 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플랫폼을 사용자 내지 사업주로 볼 수 있는지, 복수의 사업주(플랫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자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며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와 '자영인' 사이의 '제3의 노무제공자'로 접근하는 견해도 있고,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탐구하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현재의 근로기준법은 그 자체가 구시대의 것인데 그 같은 근로기준법에 한정해 근로자를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 취지에 따라 달라진 시대에 맞게 노동법의 틀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일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변해야 하고, 이를 통해 4차산업혁명과 함께 새로 양산된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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