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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노동3권 행사 위축돼선 안돼"

인권위, 대법원에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관련 의견 제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때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경찰이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6662·26679·26686 병합)과 관련해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담당재판부가 이를 심리·판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최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2009년 쌍용차는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했다.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한 노조는 평택 쌍용차 생산공장을 약 77일간 점거하며 파업했고, 노사 대립이 이어지자 경찰은 진압 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이후 같은 해 파업 진압 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 등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심은 쌍용차 노조에게 14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2심은 배상금 액수를 11억6700여만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노조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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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해 8월 경찰청 자체 기구인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노조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 권고에 따라 경찰은 쌍용차 노조원들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고 지난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역시 쌍용차 노조원에 대한 가압류는 해제했지만 손해배상소송은 취하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정부와 경찰이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3건은 병합된 상태로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지난 4월 쌍용차 노조와 시민, NGO 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쌍용차 노조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인권적 관점을 검토해 대법원에 의견을 제출해달라"며 인권위에 민원을 냈다.

 

인권위는 우선 "정리해고 실시에 대한 반대가 적법한 쟁의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사법기관을 통한 사후구제 역시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다수 근로자들이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정이라면 기본권 보호의무가 있는 국가가 당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진압 과정 당시 위법·부당한 강제진압을 자행해 쟁의행위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압류가 수반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그 정당성이 상당히 결여된 것"이라며 "경찰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 책임에 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쟁의행위 당사자들의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로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손해배상청구소송이 계속해서 증가된다면 이는 결국 근로자 가족·공동체의 붕괴와 노조의 와해·축소, 노사갈등의 심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국제기구 등의 지적처럼 노조 활동전반에 대한 단순 진압적 대응을 넘어서서 사전에 통제하고 억제하는 작용을 해 노동3권 보장의 후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대법원 담당재판부가 피고들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성립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과실상계 법리의 폭넓은 적용, 공동불법행위 법리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의 보호·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인권위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차후 국가로부터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의견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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