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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잠금 해제 위한 ‘지문 검증’ 영장 논란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 지문·홍채정보 채취 영장 발부

리걸에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범죄 수사에도 스마트 폰이 '증거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지문 제공 영장이 발부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범죄 수사에 필요한 정당한 영장 발부라는 의견도 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헌법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지문 등 생체정보 제공 영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던 A씨에 대한 지문, 홍채정보 채취를 위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이 영장은 압수한 휴대폰 또는 태블릿 등 통신기기의 잠금해제 용도로 제한됐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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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과정에서 압수한 스마트 폰의 잠금 해제와 관련된 문제는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피의자 등이 비밀번호나 지문 등 잠금해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첨단기기를 동원해 강제로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첨단기기를 동원해도 못 푸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보안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아이폰 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검찰수사관의 스마트폰에 대한 검찰 포렌식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혈·채뇨 등 검증 영장 허용

 고전적 법리 따라 발부”

 

미국에서는 2015년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풀지 못해 애플에 도움을 구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다. 또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은 페이스북 메신저의 피해자 협박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아이폰 잠금 해제를 요청한 오클랜드 경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판사는 "피의자가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이 피의자의 손가락을 강제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갖다 대도록 강요할 수 없다"면서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한 수정헌법 제5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문에 대한 영장은 음주나 마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채혈을 할 때 영장을 받아 혈액을 채취하는 것과 같다"며 "과거 종근당 사건 등 판례에 따라 정당한 압수수색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재판과정에서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되는 등 디지털 증거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문 검증 영장을 통해 스마트폰을 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불리한 진술 거부할 수 있는

‘자기부죄금지’ 원칙 위해”

 

다른 변호사도 "과거 헌법재판소도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채취 영장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며 "채혈, 채뇨 등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이 허용되므로 고전적인 법리에 따라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부죄금지 원칙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채취 영장과는 달리봐야 할 여지가 많다"면서 "스마트 폰을 열라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인데, 말만 진술이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불리한 진술을 강요한 게 아니냐는 헌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변호사도 "수사기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적인 증거보다 정황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를 바탕으로 별건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정보화사회에서 개인에 대해 최소한의 영역은 지켜줘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기술 발달 따른 ‘법철학적’ 논쟁거리

 철학적 고민 필요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검증 영장도 허용됐기 때문에 현재의 형사소송법상 스마트 폰 잠금해제를 위한 지문 검증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술거부란 내밀한 정보를 나의 의사에 반해 빼가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전에는 그것이 오로지 말로만 있었기 때문에 그 외 머릿속에 있는 것은 가져갈 수가 없어 진술거부권이라는 형태로 기본권이 생성된 것"이라며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게 변화하고 있는데 진술을 말로만 제한하는 것은 진술거부권이 탄생한 취지에 비춰봤을 때 너무 협소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암호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또다른 기술로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스마트 폰을 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발달에 따른 법철학적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스마트 폰이 나의 머리만큼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지문을 대는 것 자체에 저항감이 적기 때문에 영장 발부가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호흡이나 생체 정보 측정 등을 확장해보면 가장 마지막 단계는 뇌파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복사해가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도 있다"면서 "현행 법제도가 기술 발전에 맞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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