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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논란… ‘영화법’ 개정논의 불붙여

‘겨울왕국2’ 흥행몰이 속 ‘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미국변호사

주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2'가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디즈니 한국지사를 고발하는 등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법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영화 산업과 관련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적 규제가 오히려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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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생태계의 황소개구리 =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주로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반독과점영대위)'는 지난 달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낭희섭 독립영화협의회과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 등이 참석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대기업 계열사인 CJ, 롯데, 메가박스 세 곳이 국내 스크린의 92%, 국내 입장료 수익의 97%를 차지하는 철저한 독과점 상태"라며 "국회와 정부는 시급히 영화법을 개정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라"고 촉구했다.


CJ·롯데·메가박스 3곳서

국내 스크린 92% 차지

 

이어 지난 2일에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겨울왕국2가 국내 상영관을 독점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월트디즈니의 한국지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스크린 독과점은 우리나라 영화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올해에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 '극한직업' 등의 영화들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고, '엔드게임'은 4월말 무려 85%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영화계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대작 영화들이 중소형 영화의 상영기회를 빼앗는 영화 생태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영화감독은 "자본논리에 따른 영화산업의 구조적 속성은 이해하지만, 소규모 영화들이 공정한 상영 기회를 갖지 못해 안타깝다"며 "상영관이 확보되더라도 상영시간이 심야 이후나 새벽 등으로만 배정되면 관객들이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더욱 제한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령·제도 등 미비

 

◇ 佛 '스크린 상한제', 美 '파라마운트 판결'… 한국은 =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국내에는 스크린 독과점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법령이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등 반독점 관련 일반 조항의 적용이 논의되고 있지만 스크린 독과점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외국에는 스크린 독과점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의 '스크린 상한제'와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례'가 대표적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한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의 수에 상한을 두는 제도이다. 영화 강국 프랑스는 '편성상영협약'에 따라 멀티플렉스에서 동시 상영되는 한 영화의 스크린 수를 제한한다. 협약에 따르면 스크린 9~14개를 갖춘 극장은 최대 3개, 스크린 15~27개를 구비한 극장은 최대 4개 스크린에서만 같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8년 파라마운트 사건(Paramount Case)에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에게 소유한 극장의 매각을 명령했다. 연방대법원은 당시 "스튜디오의 극장 인수행위는 대부분 독점적·반경쟁적 행위이므로, 인수로 획득된 극장은 매각처분 돼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파라마운트 판결은 더 이상 집행되지 않았지만 이 판결은 여전히 영화계 수직계열화에 제동을 건 의미있는 판결로 평가 받고 있다.

 

‘스크린 상한제’·‘수직계열화 금지’

법안마련 촉구

 

◇ "법으로 금지" vs "영화산업 위축" = 국내에서도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영화제작사 대표를 역임한 조광희(52·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영화산업의 특성상 개봉 영화는 짧은 상영 기간 동안 시장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상영 기회조차 제한된다면 사실상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기회가 박탈된다"며 "스크린 상한제나 수직계열화 금지 법안을 마련해, 작은 영화에도 상영 기회를 주고 영화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 프랑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극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한국영화의 40~60%를 배급한다"며 "이런 구조하에서는 독과점의 위험이 더욱 높아지므로 '동시과점적 수직계열화'를 막을 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법적인 규제는

영화산업 위축시킬 우려” 지적도

 

홍승기(60·20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영화 산업은 대단히 널뛰기가 심하고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안정적 수입구조를 갖춘 미국 영화계와 달리 한국에는 대형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 낼 '큰 손'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규제는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예술 영화의 상영비율을 보장하는 등 별도의 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최승재(48·29기)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은 "영화 상영은 소비자의 선택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시장 내부 논리에 맡기되,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히 개입하는 등 다차원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6편 이상 동시상영 가능한 영화관은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한 영화를 전체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밖에도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이 영화 상영업과 배급업의 겸업 금지를 골자로 2016년 대표발의한 영화법 개정안도 국회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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