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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본회의 부의… 여야, 표결 놓고 극한대립

‘졸속입법’ 논란 속 허송세월 217일

리걸에듀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등 국가 수사구조를 대변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법안들이지만,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진지한 논의 없이 정치권 주도로 법안이 성안돼 '졸속 입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4월 30일 패스트 트랙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217일 동안 법안에 대한 보완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만으로 패스트 트랙에 올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주고 받기식 거래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당이 '공수처 도입 결사 반대' 등의 입장을 밝히며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까지 꺼내든 것을 계기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어서 발전적인 토론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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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과정 거쳐 부의됐나= 국회법상 패스트 트랙에 오른 법안은 상임위·특위 심사(최장 180일)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최장 90일)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가 기간 내에 패스트 트랙 법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법안은 최종 단계인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후 본회의에 바로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더라도 최장 60일이 지나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부의(附議)'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뜻하고, '상정(上程)'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나 본회의 단계에서 회부된 안건을 당일 회의에서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의가 상정의 전 단계인 셈이다.

 

사개특위, 지난 4월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 올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4월 사개특위에서 공수처 신설안과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렸다. 그러나 사개특위는 8월말 활동기한이 끝나기 전까지 법안을 의결하지 못했고, 이들 법안은 9월 2일 다음 단계인 법사위로 넘어왔다. 

 

이후 여야는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 가능 시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법사위 고유법안이어서 별도의 체계·자구심사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기존 사개특위의 패스트 트랙 법안 심사기간 180일 안에 법사위 심사기간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에서 별도로 90일 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은 10월 29일 검찰개혁 법안이 법사위에 넘어온 날부터 90일이 지난 뒤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간이 종료되자 문 의장은 예고대로 이날 본회의에 검찰개혁 법안을 부의했다.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당부한 문 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속 처리' 방침을 분명히 한 상태다.

 

한편 검찰개혁 법안과 함께 패스트 트랙에 올랐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8월 말 활동 끝나기 전까지

처리 못해 법사위로 넘어와

 

◇ '공수처 신설안'은 =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공수처 신설 법안은 민주당 백혜련(52·사법연수원 29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45·33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2건이다.

 

백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권을 부여하면서 공수처 수사 사건 중 판·검사나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는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 권 의원안(수정안)은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패범죄 수사 기능에 중점을 뒀다. 또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담당하되,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기소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공수처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서도 백 의원안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 반면, 권 의원안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와 함께 국회 동의까지 받도록 했다. 두 법안 모두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이 추천한 2명, 야당이 추천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고, 구성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여야 부의시점 놓고 대립

 文의장 “90일 뒤로” 직권행사

 

◇ 수사권 조정안은 =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한편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 관련 직접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6월 검·경 소관 부처인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권 조정 합의에 따른 조치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종전의 지휘·감독이라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전반에 걸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대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송치 후 수사권'과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게 된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된다. 

 

검·경 간의 수사 혼선이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가 직접수사권을 갖는 분야에서 동일한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중복 수사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경찰에게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해당 범죄를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상 검사의 고유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도 뒀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관할 고검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각 고검에 설치되는 영장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담당한다. 

 

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가 직접수사권을 갖는 사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를 비롯해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與 “의결정족수 확보”

野 “필리버스터 신청” 맞대결로

 

◇ 여야 대립 고조 = 패스트 트랙에 오른 법안들이 모두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서 여야 대치는 극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패스트 트랙 법안들을 오는 10일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처리한다는 것이 1차 목표다. 정기국회 안에 처리가 어렵다면 적어도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이들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참여하는 '4+1 협의체'를 가동해 백 의원과 권 의원의 공수처 신설안을 절충한 단일안을 도출해 낸 뒤 본회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반면 패스트 트랙 지정 당시부터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며 이들 법안의 강행 처리에 반대해 온 한국당은 이번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패스트 트랙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막기 위해 지난달 29일 본회의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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