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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특집

[창간 69주년 특집] 대법원 재판연구관 어떤 역할하나

상고사건 연간 4만8000여건… 대법관의 든든한 조력자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이 4000건에 육박하는 등 상고심 사건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물밑에서 대법관들의 짐을 덜어주는 이들이 있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하며 상고사건이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사건 연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다. '백조가 물 위에 우아하게 떠있기 위해서는 물 밑에서 쉼없는 발길질을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재판연구관들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쉼 없는 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 본보는 창간 제69주년을 맞아 이들의 삶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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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누구 =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상고사건을 연구·검토한 뒤 대법관에게 검토결과를 보고한다. 대법관이 최종 판단을 하는 데 이들의 연구 검토 보고서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재판연구관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인 수석·선임재판연구관과 △법관경력 17년차 이상 전속조·공동조 부장연구관 △14~16년차 일반 재판연구관 △변호사, 교수, 박사, 외국법전문가, 특수분야 전문가(의사 등)인 전문직연구관(비법관연구관)으로 구분된다. 

 

대법관의 최종판단에 큰 몫

 

이들은 '전속재판연구관'과 '공동재판연구관'으로 나뉜다. '전속조'라 불리는 전속재판연구관들은 각 대법관실에 배속돼 해당 대법관실에 배당된 사건 가운데 대법관이 검토를 맡긴 사안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전속조는 17년차 이상 지법부장급 판사 1명과 14~16년차 판사 1명 등 2명이 한 조를 이뤄 대법관을 보필한다. 전속조에는 원래 고등배석급 판사 1명이 더 배치됐으나 2018년부터 2명으로 줄었다. 

 

'공동조'라 불리는 공동재판연구관은 △헌법행정조 △민사조 △상사조 △형사조 △근로조 △조세조 △지적재산권조 등 7개조로 나뉜다. 각 조별로 17년차 이상 지법부장급 판사인 '총괄부장'과 14~16년차 판사인 재판연구관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또 '신건업무를 담당하는 연구관'과 '심층업무를 담당하는 연구관'으로 나뉜다.


공동조·전속조로 나눠

배정된 상고심 사건 등 검토

 

대법원에 상고사건이 접수되면 우선 신건담당 연구관이 연구·검토를 한 뒤 주심 대법관에게 △신건 보고 완료 또는 △추가 검토 필요 의견을 제시한다.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과 확립된 법리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 등에는 '신건 보고 완료'를, 나머지 사건이 복잡하거나 기존 법리에 대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 또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는 경우 등 신건 단계에서 검토를 마칠 수 없고 전속조 혹은 공동조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때는 '추가 검토 필요 의견'을 달아 대법관에게 보고한다.

 

대법관은 신건담당 연구관들의 의견을 참고해 사건을 종국시키거나, 전속조 혹은 공동조에서 검토할 것을 결정한다. 선례가 없거나 사안이 복잡해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등은 통상 공동조에 배정된다.

 

공동조와 전속조는 각자 배정된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사건기록, 상고이유서 등을 기본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학술지나 논문 등을 참고해 다양한 측면에서 파생될 수 있는 법리적 의견을 대법관들에게 보고한다. 이때 공동조는 자신이 맡은 사건을 다른 재판연구관들과 논의하기도 한다. 전속조는 전속부장연구관이, 공동조는 각 조별 총괄부장연구관이 연구·검토 결과를 최종 리뷰한다. 

 

관련논문 등

참고 파생될 수 있는 법리적 의견 제시


◇ "24시간이 짧다" = 지난해 대법원 상고사건 수는 4만8000여건에 달했다. 그런만큼 재판연구관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판사들은 살인적인 업무량에 1년 365일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결과 대략적인 수치이긴하지만 공동조 민사 신건담당 연구관은 1인당 1주일에 25~30건, 형사 신건담당 연구관은 1인당 1주일에 50~60건의 사건을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속조 연구관은 1인당 1주일에 2~3건(1달 8~10건), 공동조 심층담당 연구관은 1인당 1개월에 1~2건 정도의 사건을 검토한다. 그만큼 복잡하거나 어려운 사건들이 많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 판결문은 물론 많게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상고이유서 등을 검토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며 "1년 중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은 명절 당일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사자가 1,2심도 모자라 상고까지 할 정도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생각에 사건 기록을 허투루 볼 수도 없었다"며 "재판연구관 시절이 판사 생활 중 가장 격무에 시달렸던 때였다"고 했다.


주당 사건검토 최소 25건서 최대 60건

 야근은 예사

제대로 쉬는 날은 명절 당일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들끼리 잠시라도 사건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때는 일명 '탑돌이'라 불렸던 산책시간"이라며 "대법원 구내식당에서 빨리 식사를 해결한 뒤 동료들과 함께 대법원 청사 둘레를 한바퀴 도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밤 11~12시까지 야근은 물론 휴일 근무도 일쑤였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찍 퇴근을 하더라도 집에서 늦은 밤까지 서류를 검토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검토해 제시한 보고서 내용을 대법관님께서 특별한 지적사항 없이 판결에 반영했을 때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며 "늘 격무에 시달렸지만 최고법원 최종심 재판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버틸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이 대법관이 아닌 연구관 재판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연구관은 그야말로 사건을 연구·검토한 뒤 보고하는 역할에 그치고, 모든 사건에 대한 결정은 그러한 보고 사항을 종합해 대법관이 최종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연구관은 대법관에게 정확하게 정리된 다양한 법리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라며 "재판연구관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신의 사견(私見)에 부합하도록 보고서 방향을 잡아 이와 다른 법리나 의견을 누락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시한 의견 판결에

반영 되었을 땐 뿌듯한 자부심

의견 누락왜곡해서는 안돼

 

◇ 전합 구성원 13명 중 9명이 재판연구관 출신 = 김명수(60·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13명 가운데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8명이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은 1999년, 조희대(62·13기) 대법관은 1996년 재판연구관으로 보임됐다. 권순일(60·14기) 대법관은 2008년 선임재판연구관과 2010년 수석재판연구관을 맡았다. 이기택(60·14기) 대법관은 2001년, 박정화(54·20기) 대법관은 2003년, 안철상(62·15기) 대법관은 1999년, 민유숙(54·18기) 대법관은 2002년, 이동원(56·17기) 대법관은 2001년과 2004년, 김상환(53·20기) 대법관은 2004년 재판연구관으로 보임돼 일했다.

 

대법원전합 구성원 13명 중

9명이 재판연구관 거쳐

김용덕 대법관, 최장기 수석

 

역대 최장기 수석재판연구관을 맡은 법관은 김용덕(62·12기) 전 대법관이다. 김 전 대법관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수석재판연구관은 공동조 재판연구관의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검토한다. 대법원에 올라온 대다수 사건의 내용과 법리를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타공인 당대 법원에서 법리에 가장 밝고 실무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발탁된다. 

 

현재 수석재판연구관은 마용주(50·23기) 부장판사다. 그는 지법부장판사 시절인 2010년 2월부터 2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고 2017년 선임재판연구관으로 다시 2년간 일했다. 올 2월 수석재판연구관에 보임됐다.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을 맡고 있는 오영준(50·23) 부장판사 역시 재판연구관으로서 잔뼈가 굵었다. 오 선임연구관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올해부터는 선임재판연구관으로 8년차 연구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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