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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승만·박정희 비판 다큐 '백년전쟁'… 대법원 "방통위 제재 부당"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대 6으로 결정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재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방통위 제재가 내려진 지 6년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청자 제작 전문 TV채널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2015두4947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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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은 방송법상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심의대상이 보도프로그램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전원 동의했지만, '백년전쟁'이 공정성·객관성 및 사자(死者) 명예존중 의무를 지켰는지에 대해선 7대 6으로 의견이 갈렸다.

 

재판부는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심사할 땐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해 심사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백년전쟁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하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인물 평가는 각자 가치관·역사관에 따라 때로는 상반되게 나타나고, 역사적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며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되는 공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됐어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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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방송내용은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등의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방송 전체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백년전쟁은 제작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취사선택해 내용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고, 제작의도와 상반된 의견은 전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이들 재판관들은 "방송이 근거로 내세운 자료들은 역사적 인물인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들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선별된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작 의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내용은 누락하거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내용만을 발췌·편집해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사실인 것처럼 꾸몄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표현 역시 저속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모욕적 표현으로 사자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수의견을 따를 경우 선별·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방송을 해도 '역사 다큐' 형식만 취하면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방송은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이 전 대통령 사생활과 독립운동 성금 횡령 의혹,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발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해당 프로그램이 특정 자료만을 근거로 편향된 내용을 방송했거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심의 규정상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징계 및 경고 조치 등 제재를 가했고, 시민방송은 재심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특정 자료와 특정 관점에만 기인한 역사적 사실과 위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며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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