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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특집

[창간 69주년 특집] 로스쿨 도입 10년 명암 ②

기업·지자체 등 곳곳 진출… 법치행정 실현 확산

로스쿨이 '교육을 통한 다양하고 실력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완벽히 구현할 시스템을 아직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난 10년간 1만2500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하며 '신(新) 법조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청년 법조인들이 기존 법조인은 닿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활발하게 진출해 직역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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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시된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5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회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 법조인 '1만2569명' 배출 = 로스쿨을 통해 지금까지 배출된 법조인은 1만2569명에 이른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통해 1451명이 배출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500명 안팎의 법조인을 키워냈다. 올해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는 1691명이 합격해 새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로스쿨이 본격적으로 법조인들을 배출하면서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연 2009년 9612명에 그쳤던 우리나라 전체 개업 변호사 수도 2만2926명(2019년 11월 기준)으로 늘어 2.4배 증가했다. 로스쿨 출신은 이 가운데 8857명에 이른다. 기업 사내변호사도 급증했다. 지난 달을 기준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사내변호사로 겸직허가(영리법인) 또는 겸직신고(비영리법인)를 한 변호사는 무려 3030명에 달한다. 

 

법률서비스 받기 쉬워

사회적 약자 구조에 긍정적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변호사들의 마인드도 변화하는 것 같다"며 "예전과 달리 송무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문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내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법학교수회장을 맡고 있는 박균성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기존과 달리 법조인들이 각 산업 분야는 물론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사회 곳곳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는 법치국가 확립, 법치행정 실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업계 뿐만 아니라 법원과 검찰에도 로스쿨 출신들이 늘고 있다. 

 

법원의 경우 2015년부터 올해까지 선발된 500명의 경력법관 중 140명이 로스쿨 출신이다. 해가 갈수록 그 비중은 늘고 있다. 2017년에는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161명 중 32명(19.9%)이, 2018년에는 38명 중 11명(28.9%)이, 2019년에는 82명 중 34명(41.5%)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처음 배출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임용된 로스쿨 출신 검사는 391명으로 4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경력·경험 갖춘

인재 법조인으로 대거 양성

 

◇ 법률서비스 문턱 낮추고, 취약계층 법조 진입 '사다리' = 로스쿨이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대거 배출하면서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사법접근성을 높이는 데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변호사의 수가 대폭 늘어나 예전보다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받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로스쿨은 그런 점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법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은영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사건화 되지 않았던 소비자 관련 소액 분쟁이 법원으로 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낮아진 변호사사무실 문턱이 소비자를 비롯한 약자 구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스쿨이 특별전형을 통해 저소득층 등 다양한 사회 취약계층의 법조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취약계층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로스쿨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 비율을 5%에서 7%로 늘렸다. 로스쿨협의회가 발표한 2020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체 25개 로스쿨이 총 154명을 취약계층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할 방침이다.

 

강정규(36·변호사시험 2회)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이전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의 법조 진출이 없지 않았으나,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취약계층의 입학이 일정 비율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법조 진출이 보장되면 취약계층의 사회적 목소리도 강화될 것"이라며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법조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특별전형으로 취약계층 흡수

 법조 진입문턱도 낮춰

 

◇ 다양한 출신의 법조인 양성… 연계된 전공성 향상 = 로스쿨 도입으로 독특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인재들도 법조계로 유입되고 있다. 법학과 중심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아가는 청년 법조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넓은 직군 출신을 포섭해 법조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로스쿨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학부의 전공과 로스쿨에서 배운 법학을 접목해 '연계된 전공성'을 장착한 법조인들도 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지호(44·2회) 변호사는 영자신문에서 정치·금융 기자로 활약하다 로스쿨 졸업 후 태평양에 입사해 현재 두바이 사무소에서 근무중이다. 보험회사 및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황병훈(40·1회) 율촌 변호사는 금융·기업법무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세훈(40·1회) 지평 변호사는 반도체 제조회사 등의 관리부서에서 일하다 변호사가 돼 해외법인 운영 및 투자관련 업무를 자문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들은 기업에도 적극 진출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정웅섭(44·1회) 변호사는 기업에서 외국변호사(미국)로 5년간 일하다 로스쿨 졸업 후 한국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해 현재 보험회사 상무로 일하고 있다. 박현우(39·1회) 변호사는 원래 대기업 화학부문에서 근무하며 실무진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로스쿨에 진학해 졸업한 뒤 같은 회사에 다시 입사해 회사 실무에 대한 사내 특허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정회석(42·1회) 변호사는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돼 농축산기업의 사내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 제7~8대 이사장을 지낸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학부에서 법학 외의 전공을 습득하고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해 연계된 전공성을 장착한 변호사들이 법조계에 배출되고 있다는 점은 로스쿨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경훈(47·26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도입 초기에는 전공 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경이나 경험 등에서의 다양성이 유지됐는데, 최근에는 치열해진 로스쿨 입시 때문에 정량적 요소를 갖춘 균질한 학생들로 로스쿨이 채워져 다양성 측면에서 다소 후퇴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법학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선을 유지하려면 로스쿨 인재풀의 다양성이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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