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본회의 부의 임박했지만… 갈 길 먼 '공수처 신설안'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공수처안 체계심사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국회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을 놓고 법조계와 법학계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바른미래당 권은희(45·사법연수원 33기) 의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수처안 체계심사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권 의원은 패스트 트랙에 오른 공수처 신설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 관련 실무협의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비롯해 △수사 대상 범죄 △정치적 독립성 △견제와 균형 △수사의 효율성 등 공수처 관련 쟁점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157346.jpg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패스트 트랙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52·사법연수원 29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두 건의 법안이 올라있다.

 

백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권을 부여하면서 공수처 수사 사건 중 판·검사나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는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예외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권 의원안(수정안)의 경우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패범죄 수사 기능에 중점을 뒀다. 또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담당하되,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기소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 공수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어떻게? =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가장 치열했던 부분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보장 방안이었다. 

 

공수처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 백 의원안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반면 권 의원안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와 함께 국회 동의까지 받도록 했다.

 

차진아(45·3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국무총리나 감사원장의 경우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못하고, 심지어 대법원장·대법관조차도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아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인사로부터 대통령을 배제시키지 않으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확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차 교수는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와 유사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 구성 방식도 문제삼았다. 현재 백 의원안이나 권 의원안 모두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리고 여당이 추천한 2명, 야당이 추천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고, 구성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후보 추천이 가능한 셈이다.

 

차 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해야 할 법원이 공수처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변협도 기본적으로 이익단체일 뿐만 아니라 변협회장 개인이 전체 변호사들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후보추천위를 전직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특별검사 출신 등 사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하고 공수처장 후보 1명을 추천하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53·27기) 법무법인 제민 변호사는 "공수처는 본질적으로 행정 기능을 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임명에 한해서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거치지만 국회 동의가 없어도 임명이 가능하다"며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 변호사는 "입법정책적으로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할 수 있다"면서 "여당이 다수당일 경우 대통령의 의중대로 공수처장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등 가중정족수를 도입하면 야당도 동의하는 사람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수사대상 범위도 문제 = 전문가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나 수사 대상 범죄를 일부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검사 출신인 이완규(58·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날 공직자 부패수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백 의원안이나 권 의원안처럼 고위공직자로 한정하는 대신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수사기구' 방식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 대상이나 수사 대상 범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공수처의 조직 규모가 결정될텐데, 이는 공수처의 성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 법안에 규정된 수사 대상만 갖고서는 평소에는 일이 없다보니 공수처가 정보활동을 통한 '사찰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 규모가 작을 경우 공수처장 임명권을 가진 정치세력이 '우리 편'으로 공수처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공수처 수사 대상과 수사 대상 범죄를 늘리면 공수처의 규모가 굉장히 커질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할 일이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특정 정치세력의 공수처 조직 장악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희범 변호사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나 수사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작으면 공수처의 기능·역할이 당초 입법 취지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노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나 고위공직자의 부패 방지·수사가 원래 공수처 도입 취지인데, 모든 공직자로 수사 대상을 넓히면 사실상 '제2의 검찰'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수사 대상을 '4급 이상 공직자' 정도로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의 본질적 기능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한 기소권의 행사를 위해 수사 대상을 한정하지 말고 공수처에 기소권을 전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교수는 "기소심의위를 통해 공수처의 부당한 기소권 행사를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완규 변호사는 "수사를 하는 사람은 편견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수사하는 사람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며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은 분리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