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무부

'수사상황 장관에 사전 보고' 추진… 검찰 안팎서 비판

정부·여당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안 논란 확산
"검찰 중립성 확보·수사의 밀행성 보장에 악영향"
"힘 있는 자들에게 치외법권 만들어 주겠다는 것"
"검찰 직접수사 부서 37곳 추가 축소도 자해행위"
'검찰 중립성 보장과 통제' 적절한 조화방안 강구를

444(12).jpg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수부 폐지에 이어 검찰 직접수사 부서 37곳 추가 축소와 수사 진행 상황을 법무부장관에게 사전(事前)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검찰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 사실상 수사권을 뺏는 것이나 다름 없는 조치인데다, 검찰의 중립성 확보와 수사의 밀행성 보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사권 조정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국가의 부패 대응 역량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안 가운데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법무부 장관에게 개별 사건과 관련해 '사전 보고'를 하도록 한 것이다. 검찰총장의 사전 보고를 전제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장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오수 차관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따로 만나 "연내에 규칙을 개정해 중요사건의 수사·공판 단계별 보고 등 보고 대상 유형을 구체화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현행 규칙은 중요 사건의 경우 각급 검찰청의 장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되 '사후(事後) 보고'가 원칙이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풍(外風)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 개정안 대로라면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 힘들어 질 것"이라며 "사전 보고 규정이 박근혜정부에서 만들어졌다면 이 정권의 탄생 배경인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도, 촛불혁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정권과 가까운 힘있는 자들에게 '치외법권지역'을 만들어 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법무부 검찰국까지 탈(脫)검찰화를 추진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을 강화하겠다고 한 데 이어 수사상황에 대한 사전보고 강화 방안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모두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큰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 법무부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2곳, 일선 검찰청의 공공수사부·강력부·외사부 전체 등 직접 수사가 가능한 37개 부서를 추가로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패범죄 대응력을 저해하는 개악"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향후 전개될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봤을 때 인지수사를 전담하는 반부패수사부의 축소는 이해가 되지만,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금융조사부, 공공수사부, 강력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나머지 부서까지 폐지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검찰의 전문성 강화는 검사들의 수사능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검찰 내부에서도 독려해 오던 것인데 이제와서 없앤다면 결국 관련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부패범죄에 대한 대응 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최근 로펌들도 형사사건에서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변호사들이 팀을 이뤄 변호를 하는데, 그나마 있던 전문분야 수사부서를 모두 없애면 범죄 혐의를 규명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수사권 조정이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지 지켜본 다음 그에 맞게 검찰의 수사부서나 기능을 재편하는 것이 순리인데,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와 여당이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엎지 못해 안달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현행법상 '수사의 주재자는 검사'"라며 "법률도 안 바뀌었는데 하위법령인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탈법 내지 위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른 변호사도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등은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적인 '우회 입법'을 통해 훈령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왜 법무부가 앞장서서 일개 훈령을 통해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검찰권의 폭주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개별 사건에 대한 포괄적 사전 보고는 특정 수사에 정권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검찰도 하나의 국가기관인 만큼 통제할 수 없는 기관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중립성·독립성 보장과 검찰에 대한 적절한 통제, 둘 사이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논란이 거세지자 14일 밤에 입장문을 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법무부는 "검찰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중요 사건 보고와 관련해 보고 대상과 유형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총장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이라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