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펌

판교 진출 로펌들, 스킨십으로 스타트업 공략

‘한국의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존전략을 보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판교에 분사무소를 낸 로펌들이 스타트업에 신속·정확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빠르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판교에는 2014년 법무법인 한결(대표변호사 송두환)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분사무소를 낸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태평양(대표 김성진)이, 한달 뒤인 같은 해 6월에는 세종(대표 김두식)이 잇따라 분사무소를 오픈했다. 율촌(대표 윤용섭)은 아직 분사무소를 내진 않았지만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연 4회 이상 세미나를 열면서 스타트업과 지속적인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157253.jpg

 

15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은 모두 1309개로 이 중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261개(19.9%)다. 판교 소재 스타트업의 연 매출총액은 524억원(2018년 기준) 정도이지만, 언제 어디서 '대박'을 터뜨릴지 모르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잠룡(潛龍)들이 많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때문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전문 로펌인 윌슨 손시니 굿리치 앤 로자티(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까지 판교 진출을 검토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261곳

 언제·어디서 대박 터뜨릴지 몰라

 

◇ 정통파 '태평양' vs 현지화 '세종' = 태평양 판교 분사무소에는 이병기(51·24기) 소장을 비롯해 민인기(45·32기) 변호사, 박준용(46·35기) 변호사 등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상주하고 있다. 또 태평양 본사 변호사 8~10명이 순환근무를 하면서 가동 전력을 유지한다.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은 자유분방한 판교 스타트업 분위기와 달리 정장에 넥타이를 메고 출근하는 '정통 로펌 변호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안정감을 주고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판교에서 바이오테크닉업체를 운영하는 A(41)씨는 "태평양 변호사들은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변호사 상(像)과 일치한다"며 "깔끔한 복장 때문인지 몰라도 맡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것 같은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세종은 철처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다. 판교 분사무소에 있는 조중일(38·36기) 변호사와 김지호(34·45기) 변호사는 청바지에 티셔츠 등 트렌디한 복장을 선호하며 스타트업 임직원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김 변호사는 "카카오에 갔더니 '우리보다 더 카카오 직원 같이 보인다'며 친근감을 표시하더라"면서 "꼭 법률자문이 아니더라도 자주 식사를 함께 하고 사담(私談)을 나누며 빠르게 융화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활동이 세미나

 이슈와 밀접한 주제로 접근

 

◇ 스타트업과 '접점 만들기' 주력 = 판교 진출 로펌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이다. 임직원 연령이 낮고,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로펌을 찾는 데 익숙지 않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할수록 발전 단계에 맞는 법률자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로펌들은 이러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활동은 세미나 개최다. 올해 태평양은 '스타트업과 투자', 'IT분야 HR 이슈', '기업활동과 준법경영' 등을 주제로 5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세종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4차례 '스타트업 법률세미나'를 개최했다.

 

민인기 태평양 변호사는 "법령·정책 등의 변화에 민감한 고객사의 요청을 받은 다음 내부 협의를 거쳐 세미나 주제를 정한다"며 "투자, 개인정보보호, 공정거래 등 실무와 밀접한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기업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파트너·투자자 연결 등

적극적 마인드도 필요

 

진출 초기에는 각 사무실을 돌며 명함을 돌리는, '발로 뛰는' 영업까지 불사했던 세종도 최근에는 세미나를 통한 집객에 초점을 맞췄다. 

 

조중일 변호사는 "대기업 등 전통적인 고객층과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다양한 스타트업 풀(pool)을 보유한 창조혁신센터와의 세미나 협업이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기존의 로펌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세계 60개국 로펌 간 국제 네트워크인 '퍼스트로 인터내셔널(First law international, Ally law)' 등에 가입한 한결은 고객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희제(53·29기) 한결 변호사는 "스타트업 중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많은 만큼, 다양한 로펌 내부 자원을 활용해 기업 파트너나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 화두는 자문료 책정

 부담없게 가성비에 초점

 

◇ '가성비' 위주 자문 비용 책정 = 판교 진출 로펌들의 최대 화두는 합리적인 자문료 책정이다. 법률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의뢰인과의 사전 조율이 필수다.

 

판교의 한 변호사는 "굳이 서면이 필요없는 업무라고 판단되면 구두로 즉각적인 답변을 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며 "타임시트 작성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고객과 협의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가끔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복지규정·윤리강령 등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이럴 때는 구글링(googling)을 한 다음 문의해 달라고 말한다"며 "중요도에 따라 타임 레이팅(time rating)을 어떻게 할지 미리 구체적으로 합의한 다음 업무에 임한다"고 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