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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 일부면제의 효력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16435 판결

[ 2019.11.01. ]


1. 서론: 일부면제의 효력에 대한 기존 논의

민법 제419조는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라 정하고 있으며, 이는 면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됩니다. 예컨대 A, B가 채권자에 대하여 100의 연대채무를 부담(부담부분은 각 50씩 동일)하는 상황에서 채권자가 A의 채무를 면제하면, A의 채무가 소멸할 뿐만 아니라 A의 부담부분인 50만큼 B도 공동면책되고("절대적 효력"), B는 채권자에게 나머지 50만 이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당사자 간 구상 관계를 간략하게 하는 데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절대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위 예시에서 B는 여전히 채권자에게 100을 이행해야 할 것이고, 그 이후 B는 50을 A에게 구상하며, 다시 A는 채권자에게 50만큼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 예시에서 만약 채권자가 A로부터 일부를 지급받은 후에 나머지를 면제한 경우(즉, 일부면제의 경우) 그 면제의 효력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대립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안에서 A로부터 30을 지급받은 채권자가 나머지 70을 면제하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각 학설에 따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항상 피면제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이를 한도로 하여서만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생긴다는 "제1설"에 따르면, 채무면제는 A의 부담부분 50에 대해서 효력이 있고, B도 50만큼 공동면책됩니다(절대효). 그러면 A가 지급한 30은 B의 채무를 변제한 셈이 되며(따라서 A는 B에게 30구상 가능), B는 나머지 20을 채권자에게 이행해야 합니다. (채권자의 최종 수령 가능액: 50)


(2) 일부면제 후 잔존 채무와 피면제자의 부담부분을 비교하여 후자가 전자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그 차액만큼 절대효가 발생(즉, 피면제자의 부담부분이 감소하고, 그만큼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액이 감소)한다는 "제2설"에 따르면, 70 일부면제 후의 잔액(30)이 A의 부담부분(50)보다 작기 때문에 그 차액(20)만큼 A의 부담부분이 감소하고(결국 A의 부담부분 30), B도 20만큼 공동면책됩니다. 결국 B는 잔존 채무 50[=100-20(절대효)-30(A의 변제금액)]을 채권자에게 이행해야 합니다. (채권자의 최종 수령 가능액: 80)


(3) 피면제자의 부담부분 중 채무금액에 대한 면제액의 비율(즉, 면제액/채무금액)만큼 절대효가 발생한다는 "제3설"에 따르면, A의 부담부분(50) 중 70%(70/100)인 35만큼 절대효가 발생하여 A의 부담부분은 15(=50-35), B의 잔여 채무는 35[=100-35(절대효)-30(A의 변제금액)]가 됩니다. 이때 A가 채권자에게 30을 지급한 것은 자신의 부담부분 15와 B의 부담부분 15를 변제한 셈이 되며, 따라서 A는 B에게 15만큼 구상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의 최종 수령 가능액: 50)


이처럼 일부면제의 효력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법률관계가 크게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일부면제의 효력에 대하여 최초로 입장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2. 사안의 개요

A와 B는 출자비율 7:3 비율의 공동수급체로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주택공사')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중 일부를 도급 받았고(이하 '이 사건 공사'), C는 위 도급계약상의 A, B의 의무를 연대보증하였습니다. 이 사건 공사 완료 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이하 '선행 1소송'), 법원은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주택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5.5억 원(논의의 편의상 금액을 간단하게 기재하였으며, 이하 같습니다)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습니다(이는 그대로 확정). 그리고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주택공사는 B로부터 1.5억 원을 지급받은 다음, B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B에 선행 1소송에 대한 구상금 청구권을 포기하고 소송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 교부하였습니다.


이후 주택공사는 A, C를 상대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하자담보책임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지급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이하 '선행 2소송'), 그 항소심에서 법원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하자보수비 5.5억 원 중 B의 합의금 1.5억 원,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 1.7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3억 원을 C의 주택공사에 대한 채무로 인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이는 확정되었습니다(참고로 A의 경우 그에 대한 회생절차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공사가 회생채권 신고를 하지 않아 면책되었습니다). 그리고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손해배상금 2.3억 원을 주택공사에 지급한 C는 B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것이 대상판결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동수급체인 A, B가 이 사건 공사 관련 채무불이행책임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고, 연대채무자 모두를 위한 연대보증인(C)은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한 출연액 전부에 대하여 어느 연대채무자에게나 구상권을 가지므로, B는 C가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한 출연액 전부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고, 결국 C의 청구 대부분을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B는 '주택공사가 B에 대한 채무를 일부 면제하였고, 그 일부 면제는 민법 제419조에 따라 절대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1심 법원은 위 학설 중 제2설에 따라, 일부면제에 의한 잔액이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감소하지 아니하고,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그러한 전제 하에서, 이 사건 일부면제 후의 잔액 1.5억 원은 B의 부담부분 1.14억 원[(5.5억 - 1.7억) x 30%]을 초과하므로, 그 일부 채무면제는 A의 채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보증인 C의 보증채무의 범위 및 그 보증채무를 이행한 C의 구상권의 범위에도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민법 제419조는 (중략) 면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다. 이는 당사자들 사이에 구상의 순환을 피하여 구상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략히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바, 채권자가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하여 채무를 일부 면제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의 일부 면제에 상대적 효력만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일부 면제의 경우에도 면제된 부담부분에 한하여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구체적으로 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무 일부를 면제받는 경우에 그 연대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잔존 채무액이 그 부담부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이 감소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다른 연대채무자는 채무전액을 부담하여야 한다. 반대로 일부 면제에 의한 피면제자의 잔존 채무액이 그 부담부분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차액(부담부분 - 잔존 채무액)만큼 피면제자의 부담부분이 감소하였으므로, 그 차액의 범위에서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발생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그 차액만큼 감소한다."고 결론 내렸으며, 그에 따라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동안 학설이 대립되어 온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 일부면제의 효력'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제2설로 명확히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부담부분보다 많은 금액을 변제한 채무자에 대하여 남은 금액을 면제하여 주었을 경우 그 면제는 나머지 연대채무자들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자신의 부담부분보다 적은 금액을 변제한 채무자에 대하여 잔여 채무를 면제하였을 경우 그 면제는 나머지 연대채무자들의 채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법원의 결론은 민법 제419조의 취지, 채무 면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채권자의 통상적인 의도, 채권자와 연대채무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조화롭게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민법 제419조는 임의규정이므로 채권자의 의사표시에 의해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있으며(대법원 1992. 9. 25. 선고 91다37553 판결), 이는 일부면제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민법 제419조의 적용 여부 및 채무 일부면제의 효력을 결정하는 것은 면제에 대한 채권자의 의사표시의 내용입니다. 즉, 채권자가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를 전부든 일부든 면제하는 경우 그 의사표시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 면제의 효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자 또는 피면제자가 의도치 않았던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따라서 채무 면제를 하는 채권자로서는 본래의 의도가 잘 드러나도록 명확한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으며, 채무면제의 효과를 정확히 예상하고 그와 관련한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원찬 변호사 (wc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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