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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법리적으로 타당”

이계정 서울대 로스쿨 교수 ‘영문 논문’ 발표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2013다61381)을 내린 것은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영문 논문이 발간됐다.

 

이계정(47·사법연수원 3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8월 서울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가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Law'에 발표한 '일본 식민지 시대의 강제 노동에 대한 일본 회사의 책임에 관한 대법원 판결 및 시사점(The Supreme Court Decision on the Liability of Japanese Company for Forced Labor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and Its Implications)' 논문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는 '한국와 일본 사이의 청구권(claim)이 완전히 그리고 종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되어 있다"며 "청구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약 해석에 관한 관습법을 규정한 비엔나 조약에 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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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판결에 대한 반응은 냉철한 이성적 분석없이 감정적인 면에 치우치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국내 학자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외국 학자에게 대법원 판결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영문으로 논문을 작성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비엔나 조약은 언어의 통상적 의미, 후속 관행(subsequent practices), 맥락 등을 고려해 조약을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는 반면, 한국은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전제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를 위한 배상입법을 간헐적으로 제정해 양국간의 후속 관행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日 비롯 외국학자에게

논리적 판단 밝힐 필요있어

 

그러면서 "후속 관행은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후속관행만을 고려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일본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일본의 한국 강제점령 위법성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해방 이후 계속해 일본의 한국 강점이 적법하다는 전제에 있었고 한일청구권협정도 이에 근거해 체결된 것"이라며 "일본이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나 일본기업이 한국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일 양국,

청구권협정의 후속 관행 일치하지 않고

 

이어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기해 한국에 지급한 금원이 순수한 경제적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작성된 의사록을 보면 청구권(claim)의 포기의 의미는 외교적 보호의 포기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일본이 점령한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와 패전 후 일괄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reparation)'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한일청구권협정에는 그와 같은 용어가 없다"며 "한일청구권협정은 전쟁 동안에 일본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다룬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일본의 지배로 발생한 다른 민사관계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한국 강점을 합법적으로 보고 있고 있으며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부인한 종전 일본의 판결도 일본의 한국 지배가 정당하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日은 한국 강제점령 위법성에

아무런 언급도 없어

 

그는 "조약 해석은 우리나라 헌법이 가지고 있는 '헌법적 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므로 일본의 불법적인 강점을 전제로 조약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다른 입장인 우리나라 법원이 일본의 판결 논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일본 판결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법원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행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장기간 게을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인권보호의 책무를 가지고 있는 법원이 나서서 권리구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장기간 자국민 보호의무를 게을리 한 점을 통감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 이행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제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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