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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판결] 자기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돈 받아 전달한 수취인은

피해자에게 돈 반환할 의무 없다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줄 모르고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피해자의 돈을 송금받아 이를 전달한 수취인은 피해자에게 그 돈을 다시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룡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이모씨가 계좌 명의자 허모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2018가단56062)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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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해 4월 A씨로부터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자신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과장이라고 거짓말하며 이씨에게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으니 지정해주는 다른 통장으로 돈을 모두 이체하라"고 했다. 이 말에 속은 이씨는 통장에 있던 돈 3000여만원을 A씨가 말한 통장으로 이체했다. 이씨가 돈을 이체한 통장은 허씨 계좌였다. 


“범죄에 연루된 줄 몰랐고

실질 이득 본 것도 없어”


허씨는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A씨와 대화를 했는데, A씨가 허씨에게 "계좌로 돈을 입금할 테니 그 돈으로 비트코인(가상화폐)을 사서 보내주면 입금액의 1%를 수수료로 주겠다"고 제안했고 허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씨가 3000여만원을 이체하자 A씨 돈으로 착각한 허씨가 이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고,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을 모르고 이를 A씨가 지정한 계좌로 이체했다.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씨는 허씨를 상대로 "3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제주지법, 원고패소 판결


김 부장판사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수취인이 송금의뢰인으로부터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받은 경우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부당이득제도는 수취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재산상 이득을 가진 경우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해 수취인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취인이 실질적으로 이득을 받은 것이 없다면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허씨에게 송금한 돈은 모두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돼 A씨에게로 넘어갔고, A씨는 이를 입금받은 후 허씨에게 주겠다고 한 수수료도 주지 않고 잠적했다"며 "이러한 경위를 봤을 때 허씨는 이씨가 송금한 돈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봤다고 보기 어려워 이씨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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