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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전관 선호… ‘변호사 임원’ 1명도 없는 곳도

‘50대기업 법조인 출신 임원 100명 돌파’ 현황과 과제

법조인 출신 대기업 임원 100명대 시대가 열리자 법조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50대 기업 가운데 법조인 출신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기업이 겨우 1~2명 정도의 법조인 출신 임원을 두고 있어 준법경영 문화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데는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법조인 출신을 기용하는 한편, 법조인들도 법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벗어나 경영능력 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여전히 전관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고 있는 데다 상근 임원 수가 적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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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총 1위' 삼성전자, 법조인 임원 수도 1위 = 국내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법조인 출신 임원을 거느리고 있다. 14년간 법무실을 지킨 김상균(61·사법연수원 13기) 사장을 포함해 모두 22명의 임원이 법조인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송광수(69·3기) 전 검찰총장이 올 3월 임기만료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후 추가로 법조인을 영입하지 않아 사외이사 중에는 법조인 출신이 없는 상태다.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 법무실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후 큰 변화를 겪었다. 미전실 법무팀장을 맡고 있던 성열우(60·18기) 전 사장을 비롯해 김수목(55·19기) 전 부사장, 엄대현(53·21기) 부사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 가운데 엄 부사장은 올해 다시 법무실 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삼성전자에 공식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인 이남석(52·29기) 전 상무도 이 시기 삼성을 떠났으며, 부사장 대우였던 김상우(58·18기) 해외법무팀장은 전문위원으로 직위가 바뀌었다. 대부분 법무(法務)에 종사하지만 박상교(47·32기) 상무가 유일하게 중국전략협력실 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대다수 기업이 1~2명 정도

 ‘상근 임원’ 수는 적어

 

롯데그룹의 약진도 주목된다. 롯데는 2017년 3월 그룹·계열사의 준법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하고 민형기(70·6기) 전 헌법재판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같은해 7월에는 이태섭(56·16기) 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부사장급인 준법경영실장으로 합류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김현옥(50·31기) 전무는 준법경영 1팀을 맡고 있다. 

 

롯데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립 전후로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과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내홍을 겪었다. 따라서 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법무 역량을 크게 높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오너인 신동빈 회장 직속 기관으로 설치돼 그룹 내 리스크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롯데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립 전 여러 로펌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자문을 구했다"며 "그룹 경영의 일반 원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상사법학회장을 지낸 최완진(66)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짧은 기간 고도 성장을 이룬 국내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품질·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몰두해왔다"며 "기업이 일선 조직의 준법 매뉴얼, 윤리수칙을 정립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만든 건 투명경영의 밑거름을 확보해 지속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 검사 출신 등 전관 선호 기류 여전 = 기업의 전관(前官) 선호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총 33명의 법조인 사외이사 중 전관 출신이 무려 28명으로 84.8%에 달한다. 이 가운데 19명이 검사 출신으로, 8명인 판사 출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나머지 1명은 해양경찰청장 출신인 이승재 변호사).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을 지낸 최고위급 출신도 대기업 사외이사에 대거 포진해 있다. 김종구(78·사시 3회) 전 법무장관은 KT, 이귀남(68·12기) 전 법무장관은 기아자동차, 이창재(54·19기) 전 법무차관은 삼성생명, 김준규(64·11기) 전 검찰총장은 현대글로비스, 김진태(67·14기) 전 검찰총장은 GS, 이재원(61·14기) 전 법제처장은 롯데쇼핑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또 박용석(64·13기) 전 대검 차장과 김홍일(63·15기) 전 대검 중수부장은 각각 롯데케미칼과 오리온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법조인 출신 상근직 임원 69명 가운데에도 전관 출신이 60.9%에 달하는 4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도 검사 출신이 26명으로, 16명에 그친 판사 출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美로스쿨·사내변호사 출신 상당수

 역할 등에 주목

 

이러한 높은 전관 비율 때문에 이들이 '로비 창구' 역할을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들이 변호사로 출발한 대다수 후배 사내변호사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전관 출신 사외이사가 후배 판·검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청탁하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은 현실에 없다"면서도 "대기업들은 고위직 출신의 간판급 사외이사를 일종의 '위세재(Prestige goods, 위신을 세우기 위해 과시적으로 소유하는 재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솔직히 후광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완근(44·33기)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사회 일각에서 전관 출신 법조인 임원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전관 출신이든, 사내변호사 출신이든 특별한 차이는 없다. 결국 기업 임원으로서의 평가는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펌이나 법원·검찰 등 기업 외부에서 영입된 변호사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당 기업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관리자로서의 커리어를 쌓는 것은 출신 여부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 미국 로스쿨, 사내변호사 출신도 주목 = 수출 중심의 기술집약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지적재산권과 해외법무를 담당하는 임원 중에는 미국 로스쿨 출신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에서는 특허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센터장인 이인정 부사장을 비롯해 IP센터 전략팀장 장호식 전무, 이흥모 무선개발실 전무가 모두 미국 뉴햄프셔대의 프랭클린 피어스 로센터(Franklin Pierce Law Center) 출신이다. 프랭클린 피어스 로센터는 IP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로스쿨로 지난 3년간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가 실시한 로스쿨 평가에서 지적재산권 분야 랭킹 5위를 차지했다. 박준범 기아자동차 지적재산법무팀장은 뉴욕대 로스쿨, 한준식 LG생활건강 해외법무부문장은 미네소타대 로스쿨,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코네티컷주립대 로스쿨을 나왔다. 로스쿨 별로 보면 조지타운대(Univ. Georgetown)와 시라큐스대(Univ.Syracuse)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준법경영 문화 확고한 정착에는

다소 시간 걸릴 듯

 

양재선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회장은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서 대규모의 민·형사 소송은 물론 지적재산권 소송 등에 휘말릴 수 있는 법률·재무상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외국어에 강점을 보이는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이러한 소송을 잘 처리해 가면서 자연스레 조직 내에서 중요성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다음 기업에 곧바로 입사한 순수 사내변호사 출신 임원도 눈에 띈다. 김희대(53·30기) 하나금융지주 상무, 박갑동(49·31기) 한국조선해양 상무, 최춘구(48·31기) 미래에셋대우 이사, 강윤미(46·31기) 삼성화재 상무, 양종윤(47·33기) CJ제일제당 상무 등은 모두 사법연수원 수료 후 기업에 곧바로 입사해 커리어를 쌓은 사내변호사 출신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3기를 전후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여명으로 상향조정됐는데, 이 무렵부터 많은 변호사들이 기업에 대거 입성했다"며 "당시에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기업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결국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이 관리자로 성장하고 승진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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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