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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특허법원

상임전문위원 도입 3년… 건설·의료분쟁 충실한 조력자로

복잡한 전문분야 분쟁… 당사자들에 알기 쉽게 설명

올해로 도입 3년째를 맞고 있는 법원의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안착하는 모양새다. 전문영역인 의료·건설 분야 사건 해결에 해당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법원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됐는데, 재판부는 물론 사건 당사자들에게까지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용어 사용 등으로 이해가 어려운 사건들을 당사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화해·조정도 이끌어내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분야의 경우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참여한 사건의 조정 성공률이 50%대를 넘으면서 소송외 대체적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을 활성화하는 데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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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종합법원청사에서 송진성·박혜리·이광범·노진관 상임전문심리위원(왼쪽부터 순서대로)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전문가 참여로 당사자 설득 = 상임전문심리위원들의 진가는 화해나 조정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A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이다. 80대인 A할머니는 2015년 요양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골정상을 입은 뒤 병원으로 후송돼 고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로 인한 출혈 때문에 심질환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급성신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요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요양원은 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며 맞섰다. 답답하고 지리한 싸움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고령으로 쇠약한 A할머니가 사망한 것은 낙상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할 길이 막막했다. 그런데 의사 출신 상임전문심리위원들이 사건에 참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위원들은 사건을 꼼꼼하게 살핀 다음 의견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다른 증거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양측에 화해를 권고했고,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상임전문위원이 제출한 의견에 양측이 승복했기 때문이다.

 

화해·조정에도 적극적

 사건 조기해결에도 큰 역할 

 

◇ 의사·건축사 등 전문가 투입 = 대법원은 2017년 현직 의사 3명과 건축사 3명을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에 상임전문심리위원으로 위촉했다. 현재는 서울과 부산을 포함해 대전과 대구·광주고법에 의료와 건설 2개 분야 전문심리위원으로 모두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오는 16일자로 수원고법에도 2명의 전문심리위원이 위촉될 예정이다.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는 의료·건설 등 전문분야 사건 1·2심에서 법원 외부의 관련 전문가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해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충실한 심리와 신속한 분쟁 해결에 도움을 받는 제도이다. 심리위원들은 법원에 상근하며 의료·건축 관련 소송 가운데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당사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감정이 필요한 경우, 당사자의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서 법원에 적절한 설명이나 의견을 제시한다. 전문심리위원은 재판부나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됨으로써 그 사건의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되고, 법원의 보조자로서 공평하고 중립적인 조언자의 역할을 맡는다.


분쟁 갈수록 고도화

 상임전문위원 역할 더 커질 듯

 

◇ 건설분야 상임전문심리위원 조정 성공률 58% = 상임전문심리위원의 사건 참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참여한 민사사건은 총 41건에 그쳤지만, 2018년 6월부터 올 5월까지는 69건으로 1.7배 증가했다. 참여 결정을 하지 않고 자문만 의뢰한 사건 수까지 고려하면 같은 기간 78건에서 89건으로 늘어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건설분야 사건의 경우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참여한 사건의 조정 성공률도 높다.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2년 3개월간 서울고법 소속 건설분야 상임전문심리위원 2명의 참여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건설사건 92건에 관여해 53건에서 조정에 성공해 58%의 조정 성공률을 기록했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1심 본안사건(소액사건 제외) 25만6911건 가운데 16.4%에 해당하는 4만2099건이 조정이나 화해로 분쟁이 종결됐는데, 이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높은 조정 성공률이다.건설 감정의 경우 고액의 비용이 들고 감정절차로 인해 소송이 장기화되기 쉬운데다 감정 결과 때문에 자칫 분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조기 조정이나 화해를 도모해야 할 필요가 큰데 상임전문심리위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제도가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하는 의료·건설사건에서 법관의 전문성을 보완함으로써 심리 충실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조정절차에서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경험에 기초한 의견제시와 당사자들의 절차적 만족감을 높이고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돼 활용한 적이 있다"며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꼼꼼하게 사건을 들여다보니 당사자들도 만족도가 높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사법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제도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아 활용도가 높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심리위원들도 더욱 세분화해 전문가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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