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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서울법원종합청사 - 이석주作 '서정적 풍경'

먼 곳을 응시하는 백마… 그 시선의 끝은 어디일까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을 들어가 4번 출입구로 향하다보면 벽 한켠에 걸려 있는 커다란 말 한마리가 그려진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천 위에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백마(白馬)가 그려진 이석주 화백의 '서정적 풍경(캔버스에 유채·116.8×91㎝·사진)'이다.


대상을 실물과 똑같이 그려내는 극사실주의 회화로 유명한 이 화백은 말, 기차, 시계, 낡은 종이 등을 소재로 '서정적 풍경' 시리즈를 그려냈다. 1990년대 무렵 시작된 시리즈는 외부 대상이 아닌 내면 의식을 파고들면서 시간과 존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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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른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사용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낯선 장소에 조합시키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작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다.


말과 작은 상자 속의 시계

그리고 흩어진 낙엽


'서정적 풍경'에서 작가는 백마와 작은 상자속의 시계를 조합시키는 한편, 낙엽으로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멈춰버린 시계가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바람에 휘날리는 백마의 갈기는 역설적인 생동감을 준다. 한올한올 섬세하게 표현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깊은 눈을 가진 백마가 향하는 시선의 끝을 상상하는 것은 보는 이의 몫이다.


멈처버린 시간

휘날리는 백마의 갈기가 인상적


우리나라 극사실주의 1세대로 꼽히는 이 화백은 이처럼 시계와 고전 명화·책 등으로 사색을 유도한다. 1970~1980년대 암울한 느낌의 '벽' 시리즈, 아웃사이더 시각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을 묘사한 '일상' 시리즈도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내준다. 40여년간 극사실주의 회화 외길을 걸어온 이 화백의 초기작들이다.

이 화백은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총 15회가량 개인전을 열었다.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로 근무하다 2017년 정년퇴임한 후에는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서울법원종합청사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스미스칼리지 뮤지엄,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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