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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변호사 돕는 일등 법률비서로"

제1회 법률인공지능 컨퍼런스 및 알파로 경진대회 개최
"AI와 변호사 협업은 새로운 융합영역…리걸테크 활성화 방안 모색해야"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법률 인공지능(Legal AI) 경진대회에서 변호사와 AI가 협업한 '혼합팀'이 우승하면서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AI가 우수한 법률비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법률서비스 질을 높일 도구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며 "인간과 기계가 각자의 능력을 잘 살리고, AI가 인간의 한계를 충분히 보완한다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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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등 모두 AI 혼합팀…대회장 '충격' = 29일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는 인간-AI 간 법률 협업지능(Collaborative Intelligence)의 현주소를 가늠하기 위한 '알파로 경진대회(Alpha Law Competition)'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 대회는 한국인공지능법학회(회장 이상용)와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이 공동 주최한 '제1회 법률 인공지능 컨퍼런스'의 스페셜 행사로, 법률신문이 후원했다. 

 

경진대회에서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법률 인공지능(Legal AI)이 '혼합팀'을 이뤄 변호사로만 구성된 '사람팀'과 법률자문 능력을 겨뤘다.

 

변호사와 AI로 구성된 '혼합팀' 2개팀, 변호사자격증이 없는 일반인과 AI로 구성된 또 다른 유형의 '혼합팀' 1개팀, 변호사로만 구성된 '사람팀' 9개팀 등 모두 12팀이 출전했다. 변호사와 일반인은 모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에서 개발한 법률독해 인공지능 시스템 'C.I.A.(Contract Intelligent Analyzer, 지능형 계약서 분석기)와 짝을 이뤘다. 

 

대회에서는 사람과 AI가 협업한 팀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AI와 팀을 이룬 김형우(39·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우승을, 김한규(44·41기) 변호사가 준우승을, 물리학을 전공한 일반인 참가자 신아형씨가 3위를 차지했다. 

 

AI 혼합팀과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팀의 점수는 두배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우승자인 김 변호사는 만점 150점 중 120점, 사람팀 중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인 4위팀은 61점으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 AI와 협업한 1위와 2위의 차이는 단 2점으로,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비법률가인 신씨는 107점을 받아, AI와 팀을 이룬 변호사보다는 점수가 떨어졌지만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팀들보다는 우수한 성과를 내 주목받았다. 

 

우승을 거둔 김형우 변호사는 "AI의 빠른 속도와 정확한 법률분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변호사 업무 상당부분이 노동집약적인데, 각종 조사와 선례 수집에 강점을 가진 AI의 보조를 받으면 시간이 단축되고 쟁점을 놓치는 일도 줄 것"이라며 "미래에는 AI와 변호사 간 경쟁이 아니라 (AI 등) 기술을 잘 활용하는 변호사와 그렇지 못해 도태되는 변호사 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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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의 협업, 신속·정확한 법률서비스에 강점" = AI와의 협업은 신속하고 정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다. 방대한 텍스트 분석과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진행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과 AI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융합영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AI를 운용·통제하는 법 전문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60분간 제시된 근로계약서 3건을 분석하고 △법률과 판례상 법적으로 잘못된 내용에 대한 지적 △보다 나은 계약서 구성을 위한 법적의견 △누락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지침 등을 작성해 제출했다. 법령과 근거, 핵심키워드 등을 추가할수록 가점을 받았다. 심사는 △정확한 독해 △신속한 분석 △적정한 구성 및 표현 등을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90여분간 진행됐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의 유효성이나 적정한 최저임금 산정 여부를 진단할 때, AI는 여러개의 조항과 법률를 비교하고 복잡한 계산을 신속하게 완료해 분석보고서 작성시간을 대폭 당겼다. 한 참가자는 "20분이 걸리는 임금 계산을 AI는 6초만에 했다"며 "유용한 비서로 기능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계약서를 인식한 AI가 자신이 판단한 정보와 진단을 제공하는데, 변호사로서 볼 때 60% 수준의 기초적인 정보였다"며 "맞다 틀리다는 판단은 변호사가 직접 해야 했다. 변호사는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단순 업무에서 도움을 받고 세밀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와 팀을 이룬 한 변호사는 "(문제로 출제된) 연소자의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AI가 법령상 정확한 년수를 계산해 적정한 조언을 제공했지만, 일부 부분에서는 파트너인 AI의 진단에 동의할 수 없어 반대의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명숙(56·19기) 심사위원장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처럼 AI도 법조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 아닌, 활용과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삼자"고 말했다.

 

◇ "리걸테크 활성화·부작용 완화 방안 모색해야" = 일반 시민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법률전문가들은 기술 및 환경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융합 법률서비스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회에서 사용된 AI를 개발한 임영익(49·41기) 인텔리콘 대표 변호사는 "과거에는 송사에 휘말려야 사법시스템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분쟁가능성과 리스크를 미리 점검하는 예방 사법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법률이슈에 대해서는 시민 개인이 자신의 이슈를 점검하고 스스로 어드바이징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본 행사인 제1회 법률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김병필(40·38기) 카이스트 교수는 'Legal AI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리걸 AI의 원리와 작동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현중(76·사시 6회) 사법정책연구원장은 축사에서 "법률업무 전산화가 방대한 정보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축적된 법률정보는 인공지능 활용의 문을 열었다"며 "법조인의 업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법률 인공지능 영역에 대한 탄탄한 이론적 토대와 상호교류의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많은 날인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이 대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왔고, 법률 AI가 인류 사회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심층토론에서 한애라(47·27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의 업무를 엄격하게 규정한 변호사법의 영향으로 리걸테크 영역에서 현실적 필요성과 현행 규정 간 충돌이 많이 발생하고, 정보제공과 법률상담 간 모호성 등 회색지대에 대한 규명도 필요해진다"며 "리걸테크 영역이 커짐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 관련 쟁점 등도 일어날 것으로 보여 관련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고환경(47·31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리걸테크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 일부 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법원판결 등 양질의 빅데이터가 AI 고도화의 핵심이고,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운전자가 AI를 최종적으로 컨트롤 하듯 리걸테크도 전문가와 AI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한·홍수정 기자   strong·soojung@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