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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단독) 소송실무 간과 ‘징벌적 배상제’… ‘제도정비’ 목소리 높다

대상 범위는 확대… 제대로 적용 못하면 무용지물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됐지만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8년간 17개 법률에 도입되고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20여개나 계류돼 있을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우후죽순처럼 그 대상범위를 확장하고 있지만, 실제 소송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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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에 '구멍' = 지난 달 9일 시행된 개정 특허법 제128조 8항과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6항 등은 법원은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상액을 판단할 때는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1호)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2호) △침해행위로 특허권자 및 전용실시권자가 입은 피해규모(3호) △침해행위로 침해한 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4호) △침해행위의 기간·횟수(5호)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6호) △침해행위를 한 자의 재산상태(7호) △침해행위를 한 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8호) 등 8개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 부칙에서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위반·침해행위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소송실무를 고려하지 않아 발생하는 혼선 △관련 법과의 충돌 △불명확한 문구 △기업 환경을 간과해 입법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3배 배상제도는 의도적·악의적 침해에 대한 제재가 주 목적인데, 특히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특허법에서는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를 고려한 세부적 조정이 시급하고, 장기적으로는 형사처벌 규정을 없애거나 형사처벌 성립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산적 손해배상에서 정신적 위자료와의 구별 여부가 논의되어야 하고,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 제도에서 증액 정도가 어떻게 판단될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법원의 실무를 지켜봐야 한다"며 "첫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과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변리사 출신 변호사는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모든 개발 주체에게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책임이 부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개정법에 따르면 특허 조사를 통해 침해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의침해 요건이 높아지고, 오히려 침해사실을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때 책임이 가벼워지는 부당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개정 특허법은 8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관이 8개 사항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인지 '고려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혼선이 있다"며 "여러 부분에서 문구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법의 성격을 고려하면, 3배 증액의 정도를 판단할 때 고의적 침해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1호의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는 고의적 침해에 대한 증액을 위해 항상 고려되는 요소로 보기 어려우므로 뒤쪽으로 보내고, 2호의 '고의·손해 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를 가장 앞에 뒀어야 했는데, 정비가 미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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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산업 실무 간과한 '졸속입법' 주장도 = 지식재산권과 약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법취지와는 달리 법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거나 중소기업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재권 전문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제품을 개발할 때 변호사나 변리사의 자문을 통해 무효 또는 비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자료를 갖추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며 "바꿔말하면 돈 문제다. 전체적인 개발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어서 중소기업에게는 실무상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하는 제도임에도, 소송현실과 실무보다는 정치적·정책적 목적이 강조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 같다"며 "관련 조사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대기업에는 일상적 수준이겠지만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법과 충돌·불명확 문구 등

문제점 수두룩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겉으로는 중소기업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같지만, 실제 재판에서 드러나는 양상은 다를 것"이라며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특허분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실제 소송은 중소기업 간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웬만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특허분쟁을 지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특허분쟁은 주로 중소기업끼리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이 좋은 특허(보호정도가 높은 양질의 특허)를 가진 경우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이후 판단을 맡은 법원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일부 우려점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지식재산권 및 권리자 보호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며 "제도개선 및 부작용 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 "우후죽순… 도입 속도 조절해야" =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 법률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총 16개 법률에서 시행 중이고, 최근 도입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로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만 20여개에 달한다.


형사처벌 규정과 중복

 “이중처벌” 논란 우려도

 

그러나 사법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정한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청구된 경우(7월 기준)는 12건이고, 이 중 인용된 경우(7월 기준)는 2건에 그친다. 

 

사법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전반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현재 각 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본래 목적한 바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과 적절한 운영방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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