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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사적 자치와 권리금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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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리금의 문제점

권리금(權利金)은 상가를 매입하거나 임차하는 사람이 그 매도인 또는 임대인에게 보증금과 임대료 이외에 따로 지급하는 웃돈을 말한다. 이러한 권리금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통일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권리금을 이른바 ‘좋은 상권’, 즉 장사가 잘되는 자리의 가게를 넘겨받는 대가로 알고 전 가게주인에게 지급해왔으며, 자신 역시 다음 임차인한테서 이를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여 그 기대가치를 자기 재산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해 왔다. 그런데 임대인은 애초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할 경우 임차인에게 언제든지 가게의 명도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 명도청구를 당한 최후의 임차권 양수인은 다음 양수인에게서 권리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마치 시한폭탄이 하필이면 자기 수중에서 터진 것 같은 억울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자,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여기에 상가권리금보호를 위한 규정이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그 규정의 내용은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임대인이 이를 방해할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2018년 10월 16일에는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규정을 더욱 강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임대차기간 5년에서 임대차기간 10년으로 연장되었다. 그리고 기간만료 이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는 기간도 계약종료 이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었다.

특히 지난 5월 16일에는 임대차기간 만료 및 계약갱신요구권 소멸 여부와 상관없이 상가임대인은 상가임차인에 대하여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한 가게의 신용·거래처·고객 등 무형의 가치는 오래도록 지속한다. 그런데 그에 대한 보호기간을 5년·10년 기준으로 딱 잘라버림이 옳을 수는 없게 된다. 그리고 최소한의 영업 기간을 보장하려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임차인이 일구어낸 무형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그 목적이 서로 같지도 않다. 그러므로 임대인은 영원무궁토록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2. 권리금 회수 대신 부당이득반환청구

물론 대법원판결의 논리가 맞는 부분도 있다. 권리금 가운데는 법적으로 그 존재를 일부 긍정할 만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설권리금이나 영업권리금이 그와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종전 임차인이 돈 들여 실내장식을 했거나 상하수도 배관 또는 전기·조명시설을 개선했거나 하는 식으로, 그 부속시설 등에 투자하여 상가의 가치를 증가시켰다고 하자. 또는 종전 임차인이 그 상권에서 확고한 고객관계를 구축하여 그 이익을 동종영업자가 물려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가게를 물려받는 사람은 그가 신규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상관없이,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범위에서 종전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 설령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고 종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소멸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대가라고 하면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임대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설령 임차인의 투자·노력으로 인하여 상가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하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관한 권리까지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점에 있다. 만약 임대차계약갱신의 가능성이 소멸한 후에도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서 시설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한다면, 사실상 종전 임차인은 다음 임차인을 선택하여 그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에게 강요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관한 권리를 보장해주려다가 건물주의 계약체결 상대방 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사실 이 경우 임차인을 굳이 보호하려 한다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서 상가건물의 가치증가액 보상만 받게 해도 된다. 임차인 관점에서는 어차피 빌린 가게이기 때문에 돈으로만 보상받아도 손실은 아니다. 반면에 임대인 관점에서는 그렇게 당장 돈으로 물어주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아예 신규임차인 선택의 자유까지 빼앗겨 버리면 자기가 소유한 상가건물임에도 그 건물 관리계획이나 임대계획 자체를 앞으로 거의 세울 수가 없게 돼버린다. 이렇게 되면 임대인은 굳이 상가건물을 소유할 필요가 있는지, 상가임대사업을 계속 영위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임대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대차기간 만료 이후 적법하게 임차물반환을 받는 임대인은 계약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는 금전적 가치가 높을 수 있지만, 이는 권리의 대상이라기보다 사실적 이익의 대상에 불과하다. 단순히 임대인이 임차인과의 계약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3. 바닥권리금의 문제점

그리고 권리금 가운데서도 특히 바닥권리금의 경우는 그 회수기회를 임대인이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일정한 상가의 장소적·인지적 가치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이는 대개 임차인 자신의 투자·노력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차인의 영업 기간 도중에 그 상가 지역에 지하철 개통이 계획 또는 완료되었다거나, 도로 확장으로 그 상가가 대로에 인접하게 되었다거나, 우연히 언론 등에 의해 그 상가건물이 소개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 상가의 장소적·인지적 가치가 증가하였다고 하자. 이러한 우연적 가치상승은 상가임차인이 아니라 상가건물 소유자의 이익으로 귀속시키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건물주는 건물 시가 폭락의 위험, 건물의 불가항력적 멸실위험, 횡령위험, 공작물의 하자에 따른 거액의 손해배상책임 위험, 공실(空室)의 위험 등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을 소유하는 자로서 그 대가를 누릴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에 바닥권리금이 임대인에게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임대인이 탈세 또는 법령상의 임차료 인상제한 회피를 위하여 최초 임차인에게서 은밀히 웃돈을 받은 게 계속 다음 임차인에게로 비용 전가된 예가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금은 실질적으로 법적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선급 임대료로서 강행법규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양성화하기보다는 엄격히 금지함이 옳은 일이다.


4. 대법원판결의 후유증 예상

지난 5월 16일의 대법원판결로 인하여, 앞으로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오래된 건물이 아무리 많이 있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권리금 보상문제가 발목을 잡아 재건축이 앞으로 쉽지 않게 될 거라 생각된다. 건물이 낡아 건물주 관점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임을 주장할 것이 두려워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게다가 일부 교활한 임차인은 기본적으로 건물소유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장소적 이익을 근거로 하여 거액의 권리금계약을 체결해놓고, 임대인에게 그 권리금을 보상하라며 생떼를 쓴 다음 거액의 불로소득을 착복하려 할 수도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주선하는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의 꼭두각시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리금 때문에 상가건물 소유주인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건물임대를 좌지우지하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서 처음부터 바닥권리금을 받거나 임차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제소 전 화해절차를 밟고 그 비용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관행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부 장사 잘되는 상권의 잘나가는 자영업자를 위하여 대다수 자영업자의 개업비용만 증가시키는 결과가 발생한다. 자영업자를 보호한답시고 내놓은 법률과 판결이 오히려 수요자인 자영업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더 나쁘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5. 과도한 시장개입의 문제점

게다가 상당수의 권리금 분쟁은 우리 사회 최약자인 빈민계급과 최상위 포식자인 재벌 간의 분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잘나가는 상권에 수억 원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들어가서 장사에 성공하기까지 한 상가임차인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중소자본가계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상당수의 건물주는 대자본계급이 아니라 은퇴한 연금생활자로서 본디 중산층 계급에 속하는 이들이다. 과연 이들 간의 분쟁을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 간의 대결로 도식화해서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함으로써 이른바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선량한 의도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 5월 16일 대법원의 판결 이후 현재의 법률상태는 오히려 상가임차인이 과잉보호 됨으로써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권리균형이 다시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인다.


백경일 교수 (숙명여대 법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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