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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규범, 법원재판에 적극 활용해야”

인권위·사법정책硏·변협 공동 심포지엄

국제인권규범을 재판규범으로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 제6조 1항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주장을 인정하는 데 인색할 뿐만 아니라 인정하더라도 관행상 국내법령에 보충해 적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와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1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법원의 국제인권기준 적용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법원에서의 국제인권규범 적용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사법부가 국제인권기준을 조화시켜 법률을 해석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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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에서의 국제인권조약 적용 현황 및 평가'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재판에서 국제인권조약의 중요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을 성실하게 해석해 적용한 사례가 드물다"면서 "사법부가 전반적으로 국제인권조약을 생소해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이 법원 내부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7대 주요 국제인권조약이 적용된 판결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조약이 적용된 판결문은 지난 3월까지 모두 3186건으로 집계됐다.


법원,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주장 인정에 인색

 

조약별(판결에서 복수의 조약이 원용된 경우 각 협약별 통계에 중복집계)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관련 판결이 3125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여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 3066건이 포함돼 있다. 뒤를 이어 △아동권리협약(17건) △고문방지협약(16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13건) 순이다. 아동권리협약이 적용된 판결은 2009년 처음 등장했고, 고문방지협약 관련 사건도 2000년대까지는 2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 14건으로 늘었다. 나머지는 △여성차별철폐협약(8건) △장애인권리협약(4건) △인종차별철폐협약(3건) 관련 판결이다. 인종차별철폐협약은 2010년대에 와서야 재판에서 원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판결 중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주장을 인정한 경우는 120건(3.76%)에 불과한 반면,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3052건(95.8%)로 훨씬 많았다. 국제인권조약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국내법령에 보충해 적용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위원은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판결에서 법원은 대부분 '국제법이 국내법과 저촉된다'는 외부 조약기구의 견해를 배척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법이 국내법에 부합된다'고 역으로 추정해 양자의 충돌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을 해석할 때에도 조약의 문자적인 의미만을 고려하거나 익숙한 국내법리에 관한 자료를 참조해 국내법의 틀에 한정해 해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법관들 이해 높이기 위해

제도적 기반 확충해야

 

황필규 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원장도 "법원은 국제인권조약이 완결적인 재판규범임을 확인하고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인권조약 위반행위는 그 자체로 민법상 위법행위나 국가배상법상 법령 위반, 행정소송법상 취소사유인 처분 등의 위법성, 소송법상 상소 사유인 법률 위반 등을 구성한다고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국제인권조약에 대한 법관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 내에 국제인권조약에 익숙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별 법관에게만 이들 조약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용할 책무를 전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관들이 재판실무에서 가장 익숙하게 활용하는 '종합법률정보'에 국제인권조약 관련 원문·번역본·논문·평석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 △국제인권법 관련 실무제요 편찬 △법관 대상 연수 프로그램에 국제인권법 관련 강좌를 포함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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