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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해상법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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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4차 산업혁명은 해운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자율운항선박(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 이하 MASS)이다. 


세계 각국은 MASS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EU의 ‘MUNIN프로젝트’, 롤스로이스, 노르웨이 무인화물선 ‘Yara Birkeland’,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연구개발, 일본의 ‘SSAP 프로젝트’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서 각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무인선(아라곤) 개발 프로젝트’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등 MASS가 점차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MASS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운항요건, 사고발생 시 책임의 귀속, 보험제도 등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Ⅱ. 개념
1. 정의

IMO 제99차 MSC에서는 MASS를 '다양한 수준의 자율단계에서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선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의3호에서의 자율주행자동차 정의 규정과 제99차 MSC 정의를 참고하여 「선박법」 제1조의2에 '다양한 자율화단계에서 선장과 선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이라는 정의규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 분류

MASS를 발전단계별로 분류하는 방법은 4단계, 5단계, 6단계 등 다양하지만, 필자는 MASS를 Lv.1(스마트선박), Lv.2(유인원격조종선박), Lv.3(무인원격조종선박), Lv.4(완전자율운한선박)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Lv.1은 현재 또는 현재보다 진보된 운항보조기술이 더해진 형태이고, Lv.2와 Lv.3는 육상운항관리실에서 선박의 운항을 통제하는 형태이며, Lv.3과 Lv.4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 이른바 무인선박이다.


Ⅲ. 운항지배와 감항능력
1. 운항지배

기존 선박에서는 선장이 운항을 지배한다. 현행 해상법 규정은 선장이 운항과 관련된 해기사항, 그리고 선하증권 발행 등과 관련된 상사사항에 대하여 권한을 가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Lv.2 이상의 MASS에서는 선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Lv.2와 Lv.3에서는 육상운항관리자가, Lv.4에서는 자율운항시스템(인공지능)이 운항을 통제하도록 설계된다.

(1) 육상운항관리자

Lv.2에서도 일부 선원이 승선하고 있지만, 이들은 비상조치를 위한 인원일 뿐이며 실제 운항의 관리는 육상운항관리자가 맡는다. Lv.3에서는 승선인원 없이 전적으로 육상운항관리자의 책임하에 운항될 것이다. 하지만 육상운항관리자에 의해 선박이 운항되기 위해서는 상법 제745조~제755조 등이 육상운항관리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고, 선원법 제8조~제10조, 선박안전법 제31조 등 선장에 관한 기존 법률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기존의 선장은 해상에서 선박소유자 또는 운송인과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운송물의 처분 등 상사사항에 대해서도 대리권을 가졌다. 하지만 육상운항관리자가 운송인과 같이 육상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운송인이 직접 또는 육상대리점을 통해서 운송업무를 처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2) 인공지능

Lv.4에서는 선장, 육상운항관리자, 선원 등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이 자율운항시스템(인공지능)에 의해서 운항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책임의 주체를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한정하는 현행 민법에 따라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행위를 누구에게 귀속시킬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에 대한 전자시민권 부여, 유럽연합 '로봇공학에 대한 민사법적 규율에 관한 위원회의 권고 결의안' 제59조의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전자인격 부여 규정 등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많아 인공지능에 인격성 부여여부와 관련된 많은 논의가 향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앞서 소개한 국가와 같이 인공지능에게 전자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 자체가 운항관리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박소유자가 선장 등 인적요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을 매개로 직접 운항을 관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오류도 책임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전자인격을 부여하여 책임능력을 인정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재산이 없다는 점인데, 해상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선박 자체를 의인화하는 대물소송(Action in Rem)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의 오류에 관하여 선박 및 부속물을 책임재산으로 제한적으로 책임능력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감항능력

우리나라 상법 제794조는 운송인에게 안전한 항해를 위해 인적감항능력과 물적감항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운송인이 선박이 발행 당시 감항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운송물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감항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항해과실 등 면책특권을 향유할 수 없는 점 등에서 중요하다.

항해안전을 위해서 MASS가 갖추어야 할 장비목록과 기준을 선박법, 선박안전법 등 법률에 규정하는 등 MASS의 설비기준을 입법화해야 하며(물적 감항능력), 상법 제794조(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원법 제64조(자격을 갖춘 선원의 승무), 선원법 제65조(승무정원) 등도 선원의 개입 없이도 현재 법률에서 요구하는 안전한 항해와 운송물의 운송을 할 수 있다면 선원의 승선에 관한 요건을 완화 또는 면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인적 감항능력).


Ⅳ. 제조물책임
1. 제조물인지

MASS는 다양한 부품과 고도의 기술이 결합되어 기존의 선박보다 제조물책임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MASS의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제조물책임법 제2조)'이여야 하는데, 선박이 제조물이라는데 논란이 없을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조물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제조물성을 부정하고 프로그램이 탑재된 하드웨어를 제조물로 보아 제조물책임을 적용한 바 있어 이를 준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에 대해서도 제조물성을 인정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2. 제조물책임

우리나라에서는 표준계약서에 따라 건조 전 단계에서 선주가 요구한 재료를 선주가 요구한 방식으로 제작하고 선주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개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계약상 책임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나 제조물책임은 이른바 '결함책임'이므로 이에 관해 적용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선박 자체와는 별도로 선박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제조업자에 대해서는 제조물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의 결함 가운데 MASS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인데, 대법원은 설계상의 결함 유무를 위험효용이론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효용이론에 따르면 피해자가 입증책임을 지게 되는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MASS에 관해 피해자가 합리적 대체설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각의 부품 생산, 인공지능시스템 개발, 선박 건조, 결합 등 다양한 단계에서 MASS 제조 공정이 이뤄질 때 각 공정의 책임소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기록유지도 필수적이다.


Ⅴ. 보험

MASS가 도입되면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는 대폭 감소하지만, 해상에서의 사고는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높고, MASS는 기존보다 고가이며, 시스템 오류에 증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MASS를 위한 보험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3자의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를 위해 MASS의 소유자, MASS의 제조업자, 조선소가 MASS를 위한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스템의 해킹 등 사이버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약관도 필요할 것이다.


Ⅵ. 그 밖의 법적 문제

국제해법회(CMI)는 MASS의 도입에 대비하여 8개 협약(SOLAS, MARPOL, COLREG, STCW, FAL, SAR, SUA, SALVAGE)에 대한 검토한 바 있다. 이들 법률은 우리나라 선박안전법, 해양환경관리법, 해사안전법, 선박법, 선원법, 선박직원법 등 법률과도 관련이 있는데, MASS가 도입되면 이들 법률에 대해서도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MASS의 설비기준, MASS를 위한 항구의 설비 및 운용에 관한 사항, 육상운항관리자의 자격 및 임무, 화물의 적하 및 양하에 관한 사항 등 해운 전 분야에서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현균 연구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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