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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범죄 처벌, “인신구속에서 범죄수익 환수로”

검찰 패러다임 변화의 안팎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8월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K스포츠재단의 청산인 A씨에 대한 해임을 법원에 청구해 올 4월 인용결정을 받았다. K스포츠재단은 2017년 3월 미르재단과 함께 설립허가가 취소됐다. 검찰은 곧바로 청산절차가 마무리된 미르재단과 달리 K스포츠재단은 청산인으로 지정된 A씨가 고의적으로 청산절차를 지연해 자신을 비롯한 직원 급여와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매월 5000만원 상당의 재단 자산을 소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청산인의 고의적인 청산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민법상 청산인 해임 청구를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또 지난해 최대 음란 사이트였던 소라넷 운영자가 보유하고 있던 1억4000만원 상당의 국내 부동산에 대해 기소전 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운영자가 해외도피 중이라 기소중지된 상태였지만 범죄 혐의와 추정되는 범죄수익 규모를 산출해 기소중지자에 대해 선제적으로 추징보전 조치를 취해 범죄수익 환수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사례로 평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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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K스포츠재단 청산인 해임 사건은 절차가 간이한 비송사건이었는데도 변론기일이 3회나 잡혔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인용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라넷 사건과 같은 해외도피 중인 피의자의 국내 자산을 동결함으로써 범죄수익은 반드시 박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피의자의 자금줄을 차단해 도피생활을 끝내고 귀국을 유도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범죄수익 환수 의지와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범죄수익 환수는 재산범죄자들의 최종 목적인 범죄수익을 박탈해 범죄동기를 차단함은 물론 환수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줘 진정한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한 검사장은 "많은 재산 범죄자들이 범죄를 통해 수십억 수백억의 돈을 편취하고도 교도소에서 몇 년 살다 나오면 호의호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범죄자들의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수사기관이 끝까지 범죄수익을 추적해 반드시 환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자의 국내재산 동결

 “범죄수익은 반드시 박탈” 분명히

 

◇ 윤 총장 "범죄수익 국가가 환수하는 대물적 처분에 주력" =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1명과 수사관 2명이던 기존 범죄수익환수반을 부장검사 1명에 검사 2명, 수사관 3명으로 구성된 범죄수익환수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대검찰청도 범죄수익환수과를 신설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범죄수익환수부를 만들었던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은 당시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에서 "이제까지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대인적 처분에 주력해왔다. 지금부터는 그와 병행해 범죄로 인한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대물적 처분에도 주력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부장검사는 "취임사에서도 밝혔듯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돼 앞으로 시장경제를 교란하거나 민생을 어지럽히는 경제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경제사건 수사에서 범죄수익 환수는 시작과 끝인 만큼 범죄수익 환수와 관련한 검찰의 대응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소서 몇 년 살면 여생 호의호식”

 범죄동기도 원천 차단


◇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 국회 통과 = 범죄수익 환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회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는 정부가 발의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올 8월부터 시행된다.

 

개정 전 부패재산몰수법은 횡령·배임죄의 피해재산에 대해서만 국가가 범죄자로부터 재산을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회복 조치를 해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판매사기·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사기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하려면 범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만 했다. 개정법은 이 같은 사기범죄도 부패재산몰수법 대상으로 삼아 수사기관이 관련 사건 수사 중 범죄피해재산(범죄수익)을 발견하면 국가가 신속히 몰수·추징한 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해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개정법에 따라 몰수·추징 대상이 되는 범죄피해재산의 범위가 넓어져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보이스피싱 범죄자 등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에 대해서도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환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독립몰수제도 도입 시급" = 한편 범죄수익의 신속하고 원활한 환수를 위해 독립몰수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립몰수제는 피의자의 사망이나 도주, 공소시효 만료 등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사건 등에서 형사재판과 별개로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기소 여부와 별개로 독립된 몰수·추징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형법상 몰수·추징이 부가형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범죄수익에 대한 동결조치만 가능하고 최종 회수는 불가능하다. 또 범죄자가 사망하는 등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없는 경우에는 몰수·추징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피고인이 재판 중 사망하자 범죄수익을 유가족이 상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범죄수익 신속한 환수위해

독립몰수제도 도입 시급” 지적도

 

우옥영(40·40기)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검사는 "독립몰수제도는 부패재산인지 여부를 알지 못하고 해당 재산을 갖게 된 제3자에 대한 보호 문제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고인의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범죄수익이 빠르게 빼돌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범죄 등은 사업을 개시할 때부터 범죄수익을 빼돌리고 해외에 조직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할 것을 계획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추적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려 일선 수사부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범죄수익환수부의 전문화된 자금 추적 역량을 바탕으로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범죄와 관련된 재산을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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