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검찰청

“노골적 편 가르기 인사” 인식… 검찰 안팎 동요

검찰 간부 왜 줄사퇴 하나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취임 후 단행된 지난달 26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인사와 같은 달 31일 이어진 차장검사·부장검사 등 중간간부인사가 검찰 안팎을 모두 동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노골적인 편가르기식 인사라는 인식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가 자신에게 칼을 겨누거나 권력의 역린을 건드리는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고, 이른바 과거 정부에 부역했다는 꼬리표를 달아 인사에서 물을 먹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역대급 참사',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검사들 사이에서 큰 형님으로 불리는 윤 총장이 이 같은 동요를 어떻게 수습하고 조직을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154836.jpg
윤석열(왼쪽)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노정연 당시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노 차장검사는 취임식 다음날인 26일 검사장급인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 역대 3번째 여성 검사장으로 기록됐다.

 

◇ 특수통 약진 이어져 =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특수통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특히 윤 총장과 근무인연이 있는 검사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주요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지검장 배성범)의 1~3차장 자리에 모두 윤 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보임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를 지휘할 신자용(47·28기) 1차장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특검팀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윤 총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다. 주요 공안·노동사건을 지휘할 신봉수(49·29기) 2차장은 BBK 특검, 스폰서 검사 특검 등에서 활약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특수통 검사다. 특수수사를 지휘할 송경호(49·29기) 3차장은 2017년 8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일하다 3차장으로 곧바로 파격 발탁됐다. 지난해부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담당해 수사해 온 특수통이다. 양석조(46·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예전 대검 중수기획관에 해당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영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고위간부 인사에선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으로 윤 총장과 함께 적폐수사를 했던 이두봉(55·25기)·박찬호(53·26기)·한동훈(46·27기) 차장검사가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검찰총장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검사에 임명됐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이번 정권이 인지 사건을 주로 맡는 특수통들을 검찰의 전면에 배치했다"며 "과연 검찰의 권한을 줄일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총장과 근무인연 검사 약진

 현 정부 수사 검사 좌천

 

◇ 현 정권에 칼 겨눈 검사들은 좌천 = 반면 현 정부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한찬식(51·21기) 검사장과 권순철(50·25기) 차장검사, 주진우(44·31기) 형사6부장검사는 좌천성 인사를 받은 뒤 사표를 냈다. 또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에 대해서도 일부 좌천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의원을 기소했을 당시 지휘부에 있었던 권익환(52·22기) 검사장은 사표를 냈고 김범기(51·26기) 2차장도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하고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도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 대변인으로 일했던 김광수(51·25기) 부산지검 1차장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냈다. 그는 대표적 공안통 검사로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검사로 일할 때 노무현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도 직접 조사했다. 함께 사표를 던진 최태원(49·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2013~2015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하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 내부서도

‘역대급 참사’ ‘내로남불의 결정판’ 회자

 

검찰 안팎에서는 노골적인 코드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인사가 단행된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고 심란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권순철 차장이 사직 글에서 남긴 '인사는 메시지'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며 "알아서 하지 않으면 인사로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사나 다름없다. 이렇게 해놓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니 검찰개혁을 운운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했다.

 

다른 검사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활개치던 전 정부 때랑 다를게 무엇이냐"며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인사권자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인사를 하는 것이겠지만, 과연 이번 인사가 '최선'일지 아니면 '독선'일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 검사 약진도 = 한편 지난달 26일 단행된 고위간부 인사에서 노정연(52·25기)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발탁되면서 역대 3번째 여성 검사장으로 기록되는 등 여성 검사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노공(50·26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검사장 승진 대열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성남지청장은 수도권 주요지청으로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간부가 발탁되는 자리다. 박지영(49·29기) 법무연수원 교수는 여주지청장에 기용됐다.


로펌들 움직임 분주

 중간 간부대상 본격 영입경쟁 돌입

 

◇ 로펌들 본격적인 영입경쟁 돌입 = 인사 이후 예상보다 많은 검찰 중간간부들이 사표를 내자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로펌들의 움직임도 분주한 모양새다.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들은 2015년부터 시행된 개정 공직자윤리법 때문에 퇴임 후 3년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대형로펌에 재취업할 수 없지만,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는 이런 제약을 받지 않아 로펌의 주요 스카웃 대상이 되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예상보다 너무 많은 검사들이 나와서 이들을 대형로펌에서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에 나온 검사들 가운데 일 잘하기로 소문난 검사들도 많아 이들을 중심으로 영입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우리 로펌도 좋은 인재를 뽑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영상·이정현  ysseo·jhlee@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