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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특허법원

‘전직금지 기간’, 기술보호와 생존권 침해의 경계는…

삼성전자 관련 최근 항고심 판결로 본 기준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이 국내외 경쟁기업 등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직원과 맺고 있는 '2년간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 반도체 기술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전직 임원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다. 그동안 통상 전직금지 약정에 따른 전직금지 기간을 1년가량으로 판단해오던 법원이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기술의 중대성 △근로자의 퇴직 경위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유무와 액수 등을 고려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있는데,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 1년 또는 2년의 전직금지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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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이상으로 퇴사 후 경쟁사 임원으로… '전직금지 약정' 인정 = 199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 담당 임원을 지낸 A씨는 2017년 9월 눈 건강을 이유로 퇴사했다. A씨는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인 2018년 1월 SK하이닉스에 임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보다 30%가량 많은 급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A씨에 대해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1심에서 기각되자 항고했다.


기술의 중대성·퇴직경위·대가 등

고려 ‘약정’의 유효성 판단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최근 이 사건 항고심(2019라20390)에서 "A씨 눈 건강의 이상은 2017년 종합검진 결과에 의하더라도 '대개 진행하지 않으므로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정도"라며 "A씨가 퇴직 후 단기간 내에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점에 비춰보면 A씨가 눈 건강의 이상으로 퇴직을 결심했다고 선뜻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메모리 반도체 관련 상당한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이 2년 미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해당 영업비밀이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가 매우 클 수 있는 점 △A씨가 삼성전자의 핵심인력으로서 장기간 관련 정보를 취급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전직금지약정상 2년의 전직금지 기간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기간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삼성전자가 A씨에게 전직금지 대가를 포함한 특별인센티브로 1억6600만원을 지급하고 A씨로부터 퇴직 후 2년간 동종, 유사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받은 점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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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금지기간 2년, '직업의 자유' 침해할 정도로 장기간 아냐 = 최근에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이 국부유출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이 된 삼성전자 D램 설계 담당 임원 B씨의 중국 기업 이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보호에 비중

 ‘전직금지’ 통상 1년에서 최근 2년으로 인정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B씨는 2017년 퇴사 후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SDI를 거쳐 중국 반도체업체인 이노트론으로 이직했다. 수원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승표 부장판사)는 최근 이 사건 항고심(2019라10028)에서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점유율의 약 45%를 차지해 시장점유율 1위의 위치에 있는 반면, 이노트론을 비롯한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거의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에서 D램의 설계기술 연구를 담당한 B씨가 관련 정보를 이노트론에 전달할 경우 기술격차를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점유율 상실 등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씨는 2년이라는 전직금지 기간이 반도체 산업 특성에 비춰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이노트론 사이의 D램 설계기술관련 기술격차가 최소 3년 이상인 것으로 보이므로, B씨가 가진 관련 정보가 3년 전 정보이더라도 유출되면 이노트론이 기술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시간을 상당기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정보의 유출은 적어도 2년까지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 "전직 염두에 둔 퇴직이라 볼 수 없어" = 반면 1심을 뒤집고 전직금지약정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생존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한 결정도 있다.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C씨는 메모리 반도체인 NAND 플래시 기술 관련 연구원 등을 거쳐 2017년 5월 퇴사한 뒤 2018년 4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임원으로 재직했다. C씨는 삼성전자 재직 중이던 2016년 6월 특별인센티브로 1500만원을 받으면서 영업비밀서약이 담긴 약정서를 작성했고, 퇴사 전인 2017년 3월에는 '퇴사 후 2년간 회사의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쟁업 창업, 취업 등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전직금지 약정서를 작성했다.


국내기업 보다 중국 등

외국기업으로 전직 때 더 엄격히 판단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는 지난 4월C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2019라20165) 결정문에서 "전업 제한의 기간 및 대상 직종은 근로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고 사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여야 한다"며 "반도체 사업의 경우 다른 사업과 달리 기술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빨라 1년 또는 6개월 이내에 새로운 기술이 양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AND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전업금지약정에서 정한 2년은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씨가 받은) 특별인센티브는 C씨가 장기간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돈에 불과할 뿐 2년간 전직을 제약하는 것에 대한 전보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C씨는 퇴사 후 개인사업을 준비하다 약 1년이 지난 2018년 4월 SK하이닉스에 취업하게 된 점을 보면 C씨가 경쟁회사로의 전직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인 퇴직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단순히 전직금지 기간을 2년으로 판단했다고 해서 국내기업의 기술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통상 1~2년 사이를 전직금지기간으로 보기 때문에 2년이면 최장기 수준"이라며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국 등 외국 기업으로의 전직을 더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여러 고려요소가 있지만 외국으로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에 기업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더 중대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노동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주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 기술격차를 따라가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선도주자로서 기술유출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이 같은 소송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거나 정당한 전직을 가로막을 수 있는 부당한 전직금지약정이나 마구잡이식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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