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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사회보장소송의 특수성과 사회보장법원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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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법원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상 사회보장에 관한 한 그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사회보장수급권)는 입법부에 의한 법률 제정을 거쳐 행정부에 의한 급여 제공을 통하여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한 침해를 어떻게 사법적으로 구제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보장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수급권이 절차법적으로 얼마나 충실하게 보장되고 있는가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사회보장소송의 의미와 현황을 알아본다.


II. 사회보장소송의 의미와 현황

사회보장소송이란 공법상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확정·보전·실현하기 위한 재판절차를 말한다. 그러므로 사회보장소송은 기본적으로 행정소송의 형태를 띤다. 사회보장소송의 종류에는 산업재해 관련 소송, 연금 관련 소송, 건강보험 관련 소송, 고용보험 관련 소송 등 사회보험 관련 소송, 사회보상 관련 소송, 공공부조 관련 소송, 사회복지 관련 소송이 있다. 사회보험의 법률관계는 보험료 납부라는 의무관계와 급여 지급이라는 권리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 관련 소송에서는 보험료 납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급여 지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실무상 가장 많은 산업재해 관련 소송에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가 주된 쟁점으로 등장하고, 연금 관련 소송에서는 개별 연금법상 연금급여의 지급거부처분의 적법 여부가 주로 문제된다.

그런데 사회보장사건에 관한 법원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사법연감과 서울행정법원의 통계를 통하여 파악해보면, 산업재해, 연금, 보건·의료, 국가유공자 사건을 사회보장사건으로 분류할 경우 서울행정법원의 전체 접수사건 중 20~25%에 이른다. 이렇게 분류한 사회보장사건 중 산업재해 사건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공공부조 관련 사건과 사회복지 관련 사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III. 사회보장사건의 특수성과 행정소송절차에 의한 심리의 문제점
1. 사회보장사건의 특수성

첫째, 사회보장사건은 당사자의 생존권 보장을 내용으로 한다. 소송의 승패는 당사자의 생존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은 그들에 대한 특별한 절차법적 보호를 요한다. 둘째, 사회보장소송의 당사자는 노령, 장애, 질병, 실업과 같은 사회적 위험이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임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사회보장사건에서는 가처분 등 긴급한 임시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조치가 없다면 당사자는 소송 중에도 사회적 위험에 계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보장사건과 행정사건은 소송의 목적과 대상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행정소송은 행정이 추구하는 공익과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을 양립시켜서 양자를 모두 보호하고자 한다. 이와 달리 사회보장소송은 당사자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사회보장수급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음으로 행정사건에서는 침익적 행정처분이 주로 소송의 대상이 되나, 사회보장사건에서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거부가 주로 소송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보장사건을 행정소송절차에 의하여 심리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2. 행정소송절차에 의한 심리의 문제점

소송을 제기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소송비용이다. 행정법원에 각종 급여신청 거부·반려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소장을 내는 데는 32만 원가량이 들어간다. 사회보장소송, 특히 공공부조 관련 소송의 당사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당사자는 소송구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소송구조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하여야 하고,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사회보장사건의 당사자는 무자력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요건은 장래의 소송결과에 관한 예측이므로, 무자력인 당사자에 대한 소송구조는 결국 법원의 상당한 재량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로 행정소송에 관한 2015~2018년의 소송구조 현황을 보면 전체 인용률은 71.1%(2015년), 33.3%(2016년), 20.2%(2017년), 51.4%(2018년)로 연도별 등락이 크고, 난민사건을 제외한 인용률은 11.6%(2015년), 6.3%(2016년), 12.1%(2017년), 22.3%(2018년)에 불과하여 법원이 행정사건의 소송구조에 굉장히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렵사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긴급하게 보전할 방법이 없다. 사회보장소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는 행정소송법 제23조의 효력정지를 구할 신청의 이익이 없고(대법원 1995. 6. 21.자 95두26 결정),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에서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1992. 7. 6.자 92마54 결정).

행정소송의 심리방식과 소송유형도 사회보장사건을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아니하다. 사회보장사건의 당사자는 필요한 주장을 하고 증거를 확보하여 제출할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런데 행정소송절차에도 기본적으로 변론주의가 적용되므로(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행정청과 비교하여 변론능력이 부족한 당사자가 사회보장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행정소송실무상 다수를 차지하는 취소소송에 의한 권리구제는 우회적이고 불완전하다. 당사자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의 재처분을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참조).

이와 같이 현재의 행정소송을 통해서는 사회보장수급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어려우므로, 행정소송절차와 구별되는 고유의 사회보장소송절차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IV. 사회보장소송절차의 기본적인 모습과 사회보장법원의 도입 필요성
1. 사회보장소송절차의 기본적인 모습

사회보장소송절차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 첫째,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사람은 누구든지 사회보장소송절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지 등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면제되어야 한다. 다만, 사건의 종류, 당사자의 자력 등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을 감액하거나 예외적으로 소송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다. 둘째, 사회보장소송절차에서 당사자는 소송비용 걱정 없이 변호사나 사회보장 전문가 등에 의한 사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변호사비용에 대한 원칙적인 소송구조, 사회보장사건에 관한 국선대리인 제도 및 변호사가 아닌 사회보장 전문가와 관련 단체 등에 의한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사회보장소송에서는 긴급하고 잠정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법원은 직권탐지주의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후견적 관점에서 사실의 탐지와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고, 그러한 심리의 결과 행정청에게 의무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회보장법원의 도입 필요성

고유의 사회보장소송절차는 특수법원을 설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하지만 독자적인 사회보장소송절차의 필요성이 곧바로 특수법원의 설립이라는 당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다른 사법체계와 법원조직에 따라 일반법원과 특수법원 중 어느 것이 사회보장사건을 심리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보장사건에 관한 전담재판부와 특수법원인 사회보장법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담재판부를 신설하는 조치는 기존 사법체계와 충돌할 여지가 없는 장점이 있으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사회보장법원은 기존 사법체계와 충돌하여 관할 조정의 조치가 필요하나, 사회보장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한다는 장점이 매우 크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사회보장 전담재판부의 신설이 현실적인 과제가 되겠으나, 절차법적 보장의 충실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법원의 도입이 필요하다.


V. 맺으며

사회보장법원의 도입을 위한 몇 가지 선결적인 과제가 있다. 먼저 사회보장소송절차에 관한 지도이념을 정립하여야 한다. 그것은 사회보장법의 지도원리로부터 유래한 것으로서 사회보장소송을 행정소송 등 다른 소송과 구별되게 할 것이다. 사회보장법원을 구체적으로 구상하면서는 행정소송과의 관계를 조정하여야 한다. 사회보장 관련 분쟁의 원활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회보장소송절차와 행정소송절차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사회보장급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사건은 사회보장법원에서 담당하고, 사회보험료 부과 등 침익적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사건은 행정법원에서 담당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노동소송과의 관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회보장사건과 노동사건은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높은 당사자에 대한 절차법적 보호와 고유의 소송절차에 의한 전문적인 분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노동사건은 민사, 형사, 행정 등 유형이 다양하고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대립하는 당사자가 있으며 노동행정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를 소송물로 하는 등 사회보장사건과 차이가 있다. 특수법원의 형태가 사회보장법원이 될 것인가, 노동사건을 함께 담당하는 노동사회법원이 될 것인가에 따라 관련된 논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회법원(독일) 또는 노동사회법원(오스트리아)이라는 전문법원이 사회보장사건을 담당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입법례를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할 이유다.


장승혁 교수 (한양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