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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과잉입법 막기 위해 '사전적 입법영향분석' 도입해야"

제헌 71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20대 국회에서도 수많은 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과잉입법을 막기 위해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후에 입법의 필요성과 적정성, 위헌성을 점검·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제71주년 제헌절을 기념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입법의 현재와 미래- 국회의 역할과 과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서로 비슷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지나치게 많이 발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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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의원입법의 증가와 질적 수준의 향상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정부입법과 의원입법 심의절차의 비대칭성은 의원발의안 폭증의 원인이 됐고, 우회입법이나 청부입법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수많은 법안에 대해 체계적이고 신중한 검토와 심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국회를 통과한 법률 중에서도 적지 않은 법률 규정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등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제출된 법률안은 30여 년전인 제12대 국회(1985~88년) 때는 379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19대 국회(2012~16년) 때는 1만7822건으로 무려 47배나 늘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11일까지 2만769건의 법안이 접수된 상태다.

 

이처럼 법률안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의원입법의 폭증 때문이다. 12대 국회 때 168건에 불과하던 정부제출안도 지난 19대 국회 때에는 1093건으로 6배 이상 늘긴 했지만, 의원발의 법안은 같은 기간 211건에서 1만5444건으로 무려 73배나 폭증했다. 20대 국회 역시 발의·제출된 법안의 90.8%(1만8863건)을 의원입법이 차지하고 있다. 937건인 정부제출안에 비해 20배 이상 많은 셈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의원입법의 폭증이 부실·과잉입법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의원입법은 정부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다. 정부입법에는 부패영향평가를 비롯해 성별영향평가·갈등영향평가·규제심사·법안심사 등 다양한 평가제도를 두고 있지만, 의원입법의 경우 10일간의 입법예고와 상임위원회의 검토 외에는 별다른 의견수렴이나 검증·평가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평가를 의식한 나머지 실적 위주로 '건수 부풀리기' 식의 법안 발의를 계속하다보니 졸속·과잉·부실입법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이 차별 없이 정당하게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각 기관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218개나 발의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일본식 한자어 등 어려운 법률용어 하나를 바꾸는 내용으로 여러 건의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홍 교수는 "의원입법에도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입법영향을 예측·분석해 국회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발의되는 법안에 대한 '사전 여과장치' 차원에서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합헌적인 것인지, 집행가능성이나 현실적합성은 따져봤는지, 어떤 재정적 효과를 초래할지, 수범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지 등을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검토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사후적 입법영향분석'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을 비롯해 규제 신설·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규제영향분석서 제출을 의무화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법제처(처장 김형연)와 국회사무처 법제실(실장 이용준), 한국입법학회(회장 임지봉)가 공동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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