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로펌인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McDermott Will&Emery LLP)가 한국사무소를 철수한다.
12일 법무부 관계자는 "맥더모트가 최근 설립인가 취소 의사를 밝혀왔고, 절차를 거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 주 내에 설립인가 취소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맥더모트는 법률시장 개방 원년인 2012년 9월 한국에 설립인가를 받아 국내에 진출한 1세대 외국로펌이다. 그런 맥더모트가 진출 7년 만에 '코리안 드림'을 접은 것을 두고 외국계 로펌 관계자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눈치다. 외국계 로펌의 한국 사무소 철수는 지난해 11월 심슨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 LLP)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의 설립인가 취소에 이어 두번째다.
<출처: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페이스북>
맥더모트의 한국 철수 이유에 대해 외국계 로펌 관계자들은 맥더모트 사무실만의 특수한 사정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법률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개방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회사만의 내부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한국에 진출한 맥더모트는 한국에 와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1~2명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이끌며 매출액 신장이 없는 탓에 본사에서 셧다운(shutdown)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국계 로펌 대표는 "맥더모트는 최근 몇년간 굉장히 활동량이 없는 로펌으로 기억된다"며 "미국 본사에서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한국사무소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냉정한 외국 로펌의 생리상 매출이 나오지 않는 한국 사무소 철수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국내 대기업들의 외국 투자가 줄어들어 외국계 로펌들의 생존환경이 많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외국계 로펌 대표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의 힘은 한국기업들의 해외 진출에서 나오고 대부분의 외국 로펌들은 그같은 일들을 따내기 위해 한국에 정착한 것"이라며 "허나 최근 몇년 사이 한국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꺼리고 굵직굵직한 딜이 없어 외국계 로펌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당분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외국로펌들도 현재의 무한 경쟁 속에서 경쟁에 밀리는 로펌들은 자연히 짐을 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은 올해 3월 기준으로 29개다. 국가별로는 미국 23개, 영국 4개, 호주 1개, 중국 1개의 로펌이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셔먼 앤 스털링(SHEARMAN & STERLING LLP)이 한국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아놀드 앤 포터 케이 숄러(Arnold & Porter Kaye Scholer LLP)가 국내에 문을 열었다. 두 회사 모두 미국계 로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