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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군사법원

지정재판부 전원일치로 ‘기소유예처분’ 등 기각할 수 있어야

늘어나는 헌법소원 사건… 경감 대책은 없나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사건 처리 속도가 느려져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의 권리구제가 늦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180일 안에 헌재가 결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미제사건 902건 중 564건(62.5%)이 180일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로는 사실관계 여부를 주로 다투는 불기소처분취소 사건 등의 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이 꼽힌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입법 등을 통해 불기소처분취소 사건을 법원에서 다루도록 하거나 지정재판부에서 각하 외에 기각결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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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헌재 사건… 초기에 비해 헌법소원 8배 증가 = 헌법소원 사건수는 헌법재판소 개원 초기인 1989년 283건에서 지난해 2408건으로 8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600여 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처리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명이 참여하는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심판의 사전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가 있는데도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거나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된 경우 △청구기간이 지난 뒤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경우 △대리인의 선임 없이 청구된 경우 △그 밖에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부적법하고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면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에 따른 결정으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때 지정재판부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되지 않은 사건은 모두 전원재판부로 회부된다.


헌법재판 활성화 위해 만든 ‘헌재법’

 지금은 오히려 ‘걸림돌’

 

결국 헌법소원 청구가 적법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장관급인 재판관 9명의 평의를 거치도록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헌법적 쟁점이 많아 재판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건에 대한 집중심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판관들이 비교적 간단한 불기소처분 취소 사건에 시간을 뺏기면 중요사건의 공개변론 등에 쓰일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30년 전 헌법재판소법이 출범할 때 헌법재판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헌법재판소가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자리 잡은 지금은 국가·사회적으로 중요한 헌법사건을 깊고 넓게 심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전원재판부, 중요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바꿔야 =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들이 보다 중요한 헌법문제에 집중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심판기능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원재판부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사건은 지정부에서 기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53·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제민 대표변호사는 "기소유예 처분 취소 등 헌법적 쟁점이 비교적 적은 사건들은 지정부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낼 경우 기각할 수 있게 해 다른 중요사건에 대한 전원재판부 평의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행법으로는 실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헌법재판소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불기소처분 취소사건은 법원으로”

 제도 개선 주장도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하열(56·2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저서인 '헌법소송법'에서 "현행 지정재판부 제도는 부적법한 헌법소원을 여과하는 한정된 기능만 수행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입법례에 비춰볼 때 최고 헌법해석기관의 사전심사제도로는 기능이 협애(狹隘)하다"며 "예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다투는 헌법소원이 명백히 근거가 없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일 경우 등 전원재판부가 심리할 가치가 명백히 없는 헌법소원은 지정재판부에서 기각하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때 지정재판부의 구성을 4인으로 하지 않으면, 헌법소원 인용결정의 정족수 규정에 따라 3인 재판관의 찬성으로 기각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머지 6인의 재판관에 의한 인용결정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게 돼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며 "하지만 해당 헌법규정의 취지는 인용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족수를 규정한 것이지, 인용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언제나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취지라면 현행 지정재판부 제도도 존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소유예 사건에 대해서도 간혹 헌법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하도록 하는 사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건은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도록 하고, 단순히 사실관계 여부 등을 다루는 사건은 대법원의 소부처럼 바로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법을 통해 재판관들의 업무를 경감하면 중요사건에 재판관들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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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불기소처분 취소, 법원에서 판단해야" 지적도 =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소하지 않은 형사피해자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형사피의자 등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재정신청 등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려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2008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현재 모든 고소인은 대상 범죄에 관계없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고발인은 형법상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중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 피의사실공표 등의 경우에만 재정신청이 가능하다.


전원재판부 업무 부담 덜어

중요사건에 집중할 제도 마련을

 

하지만 고소하지 않은 형사피해자는 고소인이 아니어서 검찰항고나 재정신청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없다보니 불기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형사피의자 역시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아니어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검찰항고나 재정신청 등의 청구로 불복할 수도 없어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한 헌법연구관은 "공범 A씨와 B씨 중 한 명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지만 다른 한 명은 기소될 경우,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기소된 피의자의 재판 결과를 기다린 후 결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하면 통일성이나 사건 처리의 신속성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신청처럼 법원에서 관련 판단을 받도록 개선하는 것에 대해서는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전종익(48·27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처리하는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재판관들이 중요사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종전처럼 모든 사건을 전원재판부 평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기소유예처분 취소 사건 등 헌법적 쟁점이 첨예하지 않은 사건은 지금보다 간이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재정신청처럼 법원에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깊이 논의해볼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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