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율촌

중국 법원, 처음으로 한국 판결을 승인하여 집행력 부여

[ 2019.07.02. ] 


1. 들어가며

판결을 집행하는 것은 한 국가의 사법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외국 법원에서 받은 판결을 집행하려면 그 국가에서 외국 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외국 판결의 승인은 외국 판결이 그 국가 법원의 판결과 동등한 법적 효력을 취득하여 외국 판결에서 확정된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관계가 그 국가 법원에서도 확인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법원은 이제까지 외국 법원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법원은 이번 결정 전까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판결 중 2016년 12월 9일 싱가포르 판결 및 2017년 6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결에 대해서만 호혜주의에 의해 승인 및 집행을 허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광동성 심천시 중국인민법원은 2011년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한 승인 및 강제집행을 신청한 사안에서,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한국과 중국 간에 관련 조약이 없어 호혜(互惠)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최근 1심이기는 하나 중국 법원은 처음으로 한국 법원의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였습니다. 위 사례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민사 판결을 상호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국제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호주의(호혜원칙)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위 사례의 주요 내용과 그 의의 및 시사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사안의 개요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모두 한국 국적보유자인데,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8,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자 수원지방법원에 대여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신청인은 위 판결이 확정된 이후 집행을 하려고 했으나, 피신청인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었고 피신청인의 재산도 대부분 중국에 있었습니다. 이에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거주하는 칭다오시의 중급인민법원에 수원지방법원에서 받은 판결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였습니다.



3. 중국의 외국 판결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법률

중국 민사소송법 제281조는 “외국 법원의 법률효력이 있는 판결과 결정에 대하여 중국 법원의 승인과 집행이 필요한 경우 당사자는 직접 중국 내 관할권이 있는 중급 법원에 그 승인과 집행을 신청하거나 또는 외국 법원의 해당 국가와 중국이 체결하거나 공동으로 참가한 국제조약 규정 또는 호혜원칙에 의하여 인민법원에 그 승인과 집행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민사소송법 제282조는 “중국 법원은 외국 법원의 판결 효력과 집행에 대한 신청이나 청구를 받았을 때 중국이 체결했거나 가입한 국제조약 또는 호혜원칙에 따라 심리한 후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과 국가주권, 안전, 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으면 그 판결의 효력을 승인하고 집행이 필요한 경우 집행영장을 발부해 본 법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한다.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과 국가주권, 안전, 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승인과 집행을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들에 의하면, 중국과 외국 법원의 판결 효력과 집행에 관하여 상호 체결하거나 가입한 국제조약이 없는 국가의 판결은 호혜관계를 인정받아야 중국 법원에서 승인 및 집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 민사소송법 제 217조에 외국판결의 승인에 상호보증을 요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중국 법원은 중국과 외국 사이의 호혜관계를 심사하는 데 있어서 상대국 법원의 판결을 승인 및 집행한 선례가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이러한 선례가 존재하는 경우 양국 사이에 호혜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중국은 호혜원칙의 적용에 대하여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4. 대상 결정의 요지

이 건에서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은 이제까지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의 확정 판결을 승인하였고, 위 확정 판결을 근거로 중국에 있는 피신청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였습니다.


이 법원은 우선 "피신청인이 10년 전 중국으로 와서 칭다오시에 상주하였으므로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본 사건의 관할권이 있다"라고 하여 관할권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이 법원은 "본 사건은 한국 법원에서 판결하였고, 중국과 한국은 판결문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조약의 체결이나 공동참가를 하지 않았다. 두 나라 사이에 체결한 민사와 상사의 사법협력에 관한 조약은 오직 중재결정의 인정과 집행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한국 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의 인정과 집행은 호혜원칙에 따라 심사해야 한다"면서, 20년 전 우리 법원이 중국 법원의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였던 점을 들면서 대상 판결을 승인했습니다. 당시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중국공상은행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제기한 신용장 대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뒤 다시 한국 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서울지방법원은 중국 법원의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여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서울지방법원 1999. 11. 5. 선고 99가합26523 판결).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은 “한국 법원이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의 민사판결을 승인해 주었으므로 호혜원칙에 따라 중국 법원도 조건에 부합하는 한국 법원의 민사판결을 승인 및 집행한다. 한국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금전 대여에 관한 것으로 이 판결을 승인한다고 하여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과 국민주권, 안전, 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상으로는 외국 판결 절차에서 공시송달 방식으로 송달된 경우 승인 거부사유에 해당합니다.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은 이 건에서 공시송달을 이유로 하는 피신청인의 항변에 대하여 공시송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판결을 승인하여 승인 대상인 외국 판결의 범위를 우리나라보다 넓게 보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5. 대상 결정의 의의 및 시사점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량이 증가하고 중국 내의 한국기업과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중국과 관련한 각종 법률 분쟁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한국과 중국 간의 거래에 있어 분쟁 해결 방법으로 국제중재 약정을 하는 것이 선호되어 왔습니다. 중재 판정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가입한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UN협약)에 의해 그 승인과 집행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중국 법원의 승인 및 집행 결정은 한국에서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중국에서 집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다른 법원들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면, 채권자는 한국 민사판결의 집행 범위를 채무자의 중국 내 자산까지로 넓힐 수 있게 되고, 채무자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자산을 이전하여 채무이행을 회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결정은 1심법원이 내린 것으로, 중국의 최고법원인 최고인민법원을 비롯한 다른 법원도 같은 입장을 취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건에서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모두 한국 국적 보유자였다는 점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중요 법률 문제에 대하여 하급법원이 최고인민법원의 지침에 따른다는 점에 비추어,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중국이 현재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정책의 영향으로 그 입장을 개방적으로 바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도 외국 법원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면 해당 국가와 관련된 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공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외국 판결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 법원들이 한국 판결을 승인, 집행해 주면, 한국 법원들도 상호보증 요건이 만족되었다고 판단하여 중국 판결을 승인, 집행해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간의 거래에서 분쟁해결수단을 선택하거나 한국이나 중국에서 소송이나 집행의 당사자가 되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한중간의 외국판결 집행 가능성과 관련한 위와 같은 변화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희철 변호사 (hckang@yulchon.com)

김선경 변호사 (skkim@yulchon.com)

변웅재 변호사 (ujbyun@yulchon.com)

유예지 변호사 (yjyu@yulchon.com)

김중부 중국변호사 (zfjin@yulchon.com)

태충남 중국변호사 (taizhn@yulchon.com)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