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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본법 제정으로 법치행정의 기반 확고히”

사상 첫 개최 ‘행정법학자 대회’ 이모저모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과 행정법'을 주제로 3일 JW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2019년 행정법학자 대회'에서는 지난 60년간 발전을 거듭해온 우리나라 행정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전국 최대 규모의 행정법 학술대회에 걸맞게 김철용 건국대 명예교수와 김동희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학자를 비롯한 로스쿨·법대 교수와 판사, 변호사, 행정실무 담당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행정 영역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법치행정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환경법과 지방자치법, 사회행정법, 토지공법 등 행정법의 다양한 쟁점을 5개 세션으로 나누어 총 14개 주제를 다룬 부문별 동시 세미나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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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기본법 제정" 한목소리 = 행정법학계는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각 행정 법령을 통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행정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장기적으로는 민법전(典)·형법전과 같은 통법전 마련을 목표로 삼고, 단기 과제로 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에 학자들은 대부분 공감했다. 법제처 주도로 행정기본법 제정 추진단이 꾸려진 이상, 더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행정기본법의 제정 필요성과 입법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현재 행정법령은 전체 국가법령의 92%를 차지하며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법 적용·집행 원칙이나 입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본법'이 결여돼 있다"며 "이때문에 인·허가 의제, 과징금 등 유사·공통제도가 수백개의 개별법에 따로 규정돼 있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행정법의 이 같은 '생래적 미완성' 상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소통과 참여, 혁신을 구현하는 행정법 헌장으로서의 기본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등 유사제도

개별법에 따로 규정

 국민혼란 가중

 

홍 교수는 행정기본법의 기본적인 입법방향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너무 비대하지 않도록 필요 최소한의 내용을 담되, 선언 규정에만 그쳐 속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규범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보호의 원칙, 비례의 원칙, 부당결부금지의 원칙 등 그간 학설과 판례를 통해 일반원칙으로 자리잡은 필수 요소를 성문법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학계와 실무계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입법 추진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자문기구를 구성해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한편,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행정과 관련된 법령들이 민주적·법치적·사회적 제도로 법제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때마침 기회가 주어졌을 때 행정기본법을 제정해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강욱 법제처 행정기본법제 추진단 팀장은 "행정기본법은 행정현장에서 공무원은 물론 국민 입장에서 효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좋은 법이 될 것"이라며 "모든 행정부처와 입법부, 사법부, 학계가 서로 협업하면서 업무를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 샌드박스' 실효성 위한 규정 보완 필요 = 문재인정부가 규제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는 법령 정비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新)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다.

 

박종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ICT융합신산업 분야에서의 규제개혁 관련 행정법적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2018년 제정된 정보통신융합법은 ICT 기술에 기반한 신규 사업자의 규제 부담을 덜어주기 규제 샌드박스 등을 혁신적으로 도입했다"면서 "심전도 워치를 개발한 '휴이노' 기업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 사례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처간 행정권한의 상충문제, 법령정비 미완료 시 처리 문제 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신뢰보호·비례의 원칙 등

필수요소 성문법으로 흡수해야

 

이어 "법률상 규제 샌드박스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한데, 이 기간 내에 법령정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자는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며 "규제 폐지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령이 정비되지 않는다면, 해당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샌드박스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보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윤(45·사법연수원 29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실천적인 관점에서 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한다"면서 "다만, 공법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규제 샌드박스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행정소송, '1회적 분쟁 해결' 중요" = 항고(행정)소송이 위법한 처분으로부터 국민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해 줄 수 있는 분쟁해결절차가 되려면 법적 분쟁이 가급적 한 번에 해결되도록 소송제도를 설계·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덕(41·32기)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항고소송에서 원고가 '근본적으로 처분사유가 전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안과 관련해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절차적 하자나 처분양정 과중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된 경우 판결주문에서는 100% 승소했더라도 판결이유는 원고에게 100%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에 법령정비 등

후속조치의 필요성도 지적

 

이 경우 원고에게는 취소판결에 대해 상소할 이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전부승소한 원고가 제기한 상고는 상고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판결(2009두355)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업계의 가격담합을 적발한 뒤 부당공동행위를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리자 A사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는데, 당시 A사는 부당공동행위 중단을 비롯해 5년의 처분시효 경과, 관련매출액 산정 오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다. 원심에서는 A사의 다른 주장은 배척된 반면 매출액 산정 오류 주장만 받아들여져 "공정위가 정당한 과징금액을 다시 산출해야 한다"는 취지로 과징금 부과처분이 전부 취소됐다. 그러자 A사가 상고를 제기해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을 다툰 사안이었다.

 

이 연구관은 "기존 판례에 의하면 법원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판결을 할 때 △절차적 하자 유무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을 경우 심리미진이나 판단회피라는 비난을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할 경우 '원고에게 불복 기회도 보장되지 않는 판국에 괜히 불필요한 판단을 해 재처분이나 후속소송에서 원고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비난을 받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딜레마를 타개하려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취소하는 판결 중 '실체적 하자는 없다'는 판단 부분에 대해 원고에게 상소 이익을 인정해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받을 기회를 주는 한편 이 같은 기회 보장을 전제로 확정판결 중 '실체적 하자가 없다'는 판단에 대해선 원고가 향후 재처분절차와 쟁송절차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도록 구속력(쟁점효)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윤·왕성민 기자   leesy·wangsm@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