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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판도 전문화 시대… 검찰, ‘공판 어벤저스’ 뜬다

법정심리 강화되고 고도로 복잡·지능적 사건 대응

지난달 23일 숙명여고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에서 쌍둥이 딸의 시험성적 상승을 위해 정답 등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이 학교 교무부장 현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현씨가 정답을 유출해 두 딸에게 전해줬다는 직접적인 증거물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법정에서 범죄심리학자는 물론 통계학자 등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현씨의 혐의점을 치밀하게 하나하나 입증해 나갔다.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정에서 변호인의 변론만큼이나 검찰의 적극적인 공소유지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이처럼 검사들의 창의적인 공판수행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검찰 전반에서도 공판 전문성을 쌓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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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판도 이젠 창의력 시대 = 검사의 창의적인 공판수행은 비단 숙명여고 사건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참여재판 등 공판검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공판수행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참여 재판·증거법 이론분석 등

전문가로 구성

 

검찰은 지난 4월 열렸던 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인근 의과대학에 부탁해 인체모형을 빌려왔다.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에 대한 1심 재판이었다. 당시 사체가 부패된 상태로 발견돼 부검 결과는 '사인불명'이었으나, 사체에 목 졸림과 구타 흔적이 있다는 부검의의 진술에 따라 부검의로 하여금 인체모형을 활용해 상처의 부위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검찰은 부검감정결과를 배심원들에게 명확히 인식시켜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받아냈다.

 

이 밖에도 불법 수집 개인정보로 대포 유심(USIM)칩을 제작·판매한 사건에서는 공판검사가 재판 중에 개인정보 불법수집을 위한 광고가 범죄수익 환수대상인 점에 착안해 피고인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추가 인지해 범죄수익 7억9000여만원을 추징보전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 "공판분야 전문화"… 국민참여재판 전담검사도 = 공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짐에 따라 대검찰청도 공판분야 전문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정 심리가 강화되고 공소제기된 사건이 점점 고도화·복잡화되면서 전문적인 역량 투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검 공판송무부(부장 김후곤 검사장)는 국민참여재판, 증거법 이론분석 등 공소유지 업무 전반과 관련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팀을 설치했다. 바로 '공판 어벤저스'다.

 

공판 어벤저스는 공소유지 전문가 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PPT) 등 시각화자료 작성 전문가, 스피치 전문가, 배심원 선정 전문가 등 공판에 필요한 분야별 최고의 자원을 팀으로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검찰 공소유지 역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총 3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민참여재판 지원팀, 증거분야 지원팀, 법정 코디네이터팀으로 이뤄졌다. 

 

프레젠테이션 등

시각화 자료작성 전문가도 합류

 

현재 대검 공판송무부에 검찰연구관이 1명 뿐이라 일선 검찰청에서 우수검사 3~4명을 '공소유지 지원 태스크포스(TF)' 팀원으로 선발해 전국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 한편 증거법 관련 분석 등의 방법으로 일선 공판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검사들 중 일부를 국민참여재판 전담검사로 지정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국민참여재판의 공소유지를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판 어벤저스는 올 2월 신임 공판검사들이 실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공판 스타터 키트(Starter Kit)'도 작성해 배포했다. 3월에는 국민참여재판 커뮤니티와 증거법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등 공판분야 커뮤니티를 일제히 개편했다. 4월에는 친부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김신혜 재심사건' 공판을 맡고 있는 해남지청 공판검사들을 직접 돕기도 했다. 해남지청은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2명 뿐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공판 어벤저스는 지난 6월 영화 '배심원들'을 제작한 홍승완 감독을 대검으로 초청,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공판검사의 모습을 들어보기도 했다. 

 

앞서 대검 공판송무부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공판 어벤저스 팀원을 모집했는데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많은 검사들이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검은 법무부에 관련 예산을 기존보다 확대 신청했고 법무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공판검사 인식 제고돼야" = 대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찰 전반에는 공판부가 주요 부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서서히 공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숫자로만 따져봐도 공판부는 형사부나 기타 다른 부서에 비해 검사 수가 확연히 적다.

 

공판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한 검사는 "공판검사들이 대부분 경력이 낮은 데다 6개월 정도만 근무하고 다른 부서로 옮기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다"며 "자신이 근무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처음 공판부에 가면 실무를 배울 곳이나 사람이 없고, 따라서 재판에 들어가선 헤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임 공판검사에

‘공판 스타터 키트’도 작성 배포

 

한 부장검사는 "공판에 들어가는 검사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증거법 관련해서는 검찰이 주도권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검사들이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재판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사들이 공판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잘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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