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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이사람

[주목이사람] '법원 청사의 산역사' 석호덕 기술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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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를 매야하나요? 옷차림은 이대로 괜찮은가요?"


'법원의 최고 기술자' 석호덕(60) 국장(기술부이사관)은 사진기자가 촬영을 시작하자 인터뷰가 어색하다고 웃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법원 청사의 산역사'로 불리는 그는 올해 정년퇴임한다.


석 국장은 고3이던 1977년 기술직으로 법원에 특채돼 42년간 설계 및 관리 등 법원 청사의 모든 것을 관리해왔다. 그가 법원에 들어온 이후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청사가 없다. 특히 1985년 5월부터 시작해 1989년 6월까지 만 48개월동안 지은 서울법원종합청사는 설계준비부터 시공감독까지 모두 전담했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20층이 넘는 관공서 건물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제가 그 건물 한번 제대로 지어보려고 서초동 현장 찻길 건너에 지하 셋방을 얻어 이사를 왔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했고, 주말과 공휴일, 휴일도 다 반납하며 감독을 했었죠. 어떤 때는 시공사 직원이 새벽 6시에 대문을 두들겨서 나가보면 전날 검수못한 거 지금 마저하고 사인해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러려니하고 검수하고 그날 바로 콘크리트 타설하기도 했었죠."


양재동 서울가정·행정법원 청사도 직접 발로뛰며 지었다. 양재동 청사는 좁은 땅에 청사가 두개 들어가 있는데 이때문에 허가과정에서 서초구와 법해석을 두고 이견이 생겼다. 석 국장은 직접 서초구청, 국토해양부, 환경부, 법제처까지 쫓아가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해결한 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청사마다 해결해야할 사안들이 생기는데 설계사무실에만 맡겨놓으면 시간이 지체됩니다. 제가 직접 가서 빨리 해결을 하고 시작해야 민원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죠."


알아주는 법원 전문가인 그는 최근 법원청사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민원인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청사이용이 법관, 특히 기관장 우선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권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새로 지어진 법원청사들은 중앙의 가장 좋은 공간은 민원인들이 쓰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등 최근 지은 건물들은 다 그렇죠. 등기소 등 예전에 지어진 시설들도 민원인들이 쓰기 편리하게 리모델링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민이 사법부의 주인'이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생기면서 민원인을 위주로 청사를 설계하게 됐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시절 '장애인 편의시설'이 화두가 되자 그는 바로 보건복지부에 찾아가 사무관에게 '장애인 시설을 어떻게 설치해야 제대로 하는 것이냐'고 물어 상의한 끝에 전국법원청사와 등기소 등에 장애인 화장실과 승강기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1월 3급으로 승진했다. 기술직렬로 들어와 3급으로 승진한 것은 근 10여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7월 1일부터 6개월간의 공로연수 후 12월 정년퇴임한다."사실은 마음은 연말까지 계속 일하고 싶죠. 그런데 눈이 안좋아서 자꾸 병원을 다니게 되니까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연수신청을 했습니다."


10대부터 법원에서 42년을 보내고도, 그는 더 일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처음 법원에 왔을 땐 법원행정처에 복사기가 한대밖에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고 사법부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전자법정이나 등기전산화 등 그 어느나라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모든 사법부 구성원이 국민편의를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요새 여러가지 일때문에 그런 노력이 묻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지금도 법원 청사가면 밤에도 불켜놓고 다들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까. 그냥 그런 사람들이 늘 많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