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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근절 위해 '시니어 판사', '변호사 중개' 제도 도입해야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서는 '시니어판사' 제도와 '변호사 중개' 제를 도입하고 전관 변호사의 수임내역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은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와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에서 '사법신뢰의 회복방안-전관예우와 시니어판사 제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권오곤(66·사법연수원 9기) 한국법학원장이 좌장을 맡아 열린 제1세션에서 김제완(57·17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전관예우 실태 및 근절방안:법조인과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9월 일반국민 1014명과 법조직역종사자 1391명 모두 240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국민 41.9%, 법조직역종사자 55.1%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했다"며 "다만 판사의 경우에는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로 다른 법조직역종사자 및 일반국민의 응답과는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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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일반국민은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전관예우 현상이 별로 변화가 없다'(52.7%)고 답했다"며 "법조직역종사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47.5%)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 전관예우 현상에 대한 일반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관예우의 사전적 근절방안으로 전관변호사 배출을 금지 또는 억제하기 위한 평생법관제, 법조일원화 정책의 강화, 판사 처우개선을 통한 평생 근무 유도, 퇴임법조인의 공익적인 활동 기회 확대 등은 일반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며 "변호사 선임정보에 관한 변호사와 일반국민들간의 정보불균형을 해결해 전관예우 문제를 풀 수 있는 직접적인 개선방안으로는 변호사 중개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고 했다.

 

또 "수임내역에 대한 공개제도는 일반국민들의 경우 가장 높이 지지하는 제도 중의 하나"라며 "전관예우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당사자나 시민사회 등의 신청에 의해 이를 적극 공개하는 방향으로 변호사법이 개정된다면 전관예우의 폐해를 억제하는 데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미법상 변호사에게 법조윤리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상대방 측에서 그 변호사의 변론권 제한 또는 박탈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인 'motion to disqualify' 제도가 있다"며 "전관예우의 문제가 있을 때 재판부가 바뀌는 방식 대신 문제가 있을 때 상대방의 이의신청에 따라 해당 변호사의 변론권을 제한하거나 사임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성안(42·35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관예우 실태 및 해외제도' 주제발표에서 "퇴직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 대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택하는 경우에는 퇴직연금액 전액이 지급정지되어 현행 공무원연금제도는 오히려 석좌교수 대신 변호사 개업을 유도하는 역작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직기간이 짧아질수록 명예퇴직 수당이 증가하는 구조를 폐지하고 오히려 정년을 채우는 경우 재직기간에 비례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는 등 평생법관 재직 동기를 유발하는 형태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연구위원은 "한국 현실에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소송대리 활동이 사법부 신뢰에 주는 치명적 해악을 고려할 때 영구적인 개업 제한이 바람직하다"며 "차선책으로 기한 제한을 둔다면 대법관 임기에 준하는 6년 동안 개업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1년짜리 수임제한 규정은 최종근무지 법원 기준으로 한 수임제한 등의 이유로 그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종 근무지가 아니라 5~7년 이내 근무했던 모든 법원을 기준으로 수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토론에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깜깜이 재판'을 받는 의뢰인들로선 '용한' 전관변호사나 재판부와 연고 있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며 "전관예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판시간은 늘리고 재판과 재판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등 공판중심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판사 수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할 때"라며 "외환위기 후 규제 자율화 차원에서 폐지됐던 형사사건 수임료 상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 제출 의무화에 대해서는 반론도 나왔다.

 

이광수(58·17기) 변호사는 "사건의 난이도, 변호사가 해당 사건에 투입해야 할 노력의 정도, 다른 사건의 수임 기회 등 개별적인 사건에서 변호사의 적정한 보수 수준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공해야 할 정보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칫 의뢰인의 정당한 변호사 조력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제2세션에서 모성준(43·32기) 주 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사법협력관은 '법조일원화의 정착을 위한 시니어판사 제도의 도입방안' 발표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수많은 대책들은 실효성도 없으면서 법관의 독립만 약화시켰다"며 "문제는 법관의 독립에 대한 낮은 보장수준과 그로 인한 법관·검사의 조기 퇴직관행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퇴직 법관이나 검사의 개업제한과 같은 손쉬운 해결책만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니어판사 제도는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명예롭게 판사직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퇴직법관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시니어판사 제도를 도입할 때 법관 정원에 포함하지 않고 시간제 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하되 연금과의 합계액이 노후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영호(62·12기) 서울중앙지법 원로법관은 "원로법관 제도는 사법부 원로로서의 예우는 거의 없고 공직자윤리법상 의무만 부담하는 구조여서 원로법관 희망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로법관 제도를 시니어판사 제도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년 이후의 법관을 대상으로 한 정원외 제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원로법관 폭을 넓혀 대법관들도 원로법관으로 들어온다면 사법부 신뢰와 전관예우 문제 등도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김현(63·17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대법원에서 시니어판사 제도를 정착시킨 후 점차 범위를 넓혀 퇴임 법원장과 고법 부장판사, 지법 부장판사도 시니어 판사가 될 수 있게 하면 능력 있는 중견법관의 손실을 막고 전관예우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조재연(63·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장, 여상규(71·10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문석(60·13기) 사법연수원장, 허부열(57·18기) 법원도서관장, 임용모 법원공무원교육원장,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내외빈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 원장은 개회사에서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희망할 경우 정년 후에도 법관으로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평생법관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축사에서 "전관예우 존재의 근거에 대한 답변을 보면 뉴스·영화·드라마·풍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는 비율이 80.5%나 됐다"며 "전관예우를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들조차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믿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처장은 환영사에서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직 법관 및 검사의 윤리와도 관련돼 있다"며 "단순히 공직퇴임변호사의 업무 수행 제한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다원적인 대책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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